"4년에 한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가 꺼지곤 하는 월드컵 열기를 탓할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 16강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이 나라가 평화지수 16강, 화합지수 16강에 오르는 것 아니겠습니까?"(조헌모)

지난 17일 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 경기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 의미 있는 성명이 나왔다. 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 성직자 등 527명이 현 정부에 즉각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남북한 긴장해소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성명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원로 목사를 비롯해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원로목사 등 보수성향의 목회자도 참여하는 등 진보, 보수계 인사가 동참했다. 하지만, KBS MBC SBS 당일 메인 뉴스 어디에도 관련 뉴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조헌모 MBC 논설위원이 지난 18일 논평 '보수종교인들까지 바라는 남북 긴장해소'에서 "마치 큰 문제가 그것밖에 없는 양, 온 나라가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승부를 앞두고 들떠 있을 때 나온 한줄기의 청량한 바람 같은 소식으로 들렸다"며 월드컵 열기에 묻힌 종교인들 성명의 의미를 짚었다.

조헌모 논설위원은 "이들이 내놓은 성명서에 담겨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상황인식을 옮겨보면 이렇다"며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남북대결구도가 극대화되면 6.25와 같은 민족의 불행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고 그 결과 민족 공멸이라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그런 인식에 동의하며 몇 차례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만, 실로 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5대 종단 종교인들로 구성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MBC  
 
조헌모 논설위원은 "하나 반가운 사실은 이 성명에 뜻을 같이한 인사들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곽선희 원로목사,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원로목사 등 보수성향의 목회자들도 뜻을 같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논설위원은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평화다. 또 남북화해와 협력"이라며 "지방선거 결과 나타난 바닥민심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긴장이 해소돼야 올 연말 G 20 정상회의도 성공리에 치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며 "이들의 말에 청와대가 귀를 열고 경청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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