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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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부당해고 책임자인 하아무개 전 청주방송 기획제작국장에 대해 위증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재학 PD가 2018년 부당해고를 당한 뒤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사측 증인으로 출석, 기억에 반해 허위증언한 혐의로 지난해 7월 하 전 국장을 재판에 넘겼다. 하 전 국장은 이 PD에게 해고를 통보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형법은 법정에 출석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진술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2020년 1월22일 해당 근로자지위 소송에서 청주지법(민사6단독 정선오 판사)은 이 PD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던 이 PD는 그로부터 2주 뒤인 2월4일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는 말을 남기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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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 해고 책임자인 하아무개 CJB청주방송이 2019년 10월2일 이 PD의 근로자지위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서명한 선서. 하 전 국장은 이날 기억에 반해 허위증언한 혐의를 받는다. 출처=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사망사건 진상조사보고서

하 전 국장은 당시 법정에서 이재학 PD를 ‘PD’라 불렀음에도 ‘이재학씨라 불렀다’며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재학 PD가 여러 지역 축제에서 청주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중계를 맡은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가 연출이 아닌 ‘VJ’역할을 맡았다고 증언한 데에도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이 PD가 하 전 국장으로부터 해고 취지의 발언을 들은 당일 사건을 두고 이 PD 측은 “기획제작국 아침 회의 말미에 양해를 구하고 참석해 인건비 증액을 요청했고 직후 해고됐다”고 주장했으나, 하 전 국장은 “회의석상이 아니었다”며 “(이 PD는) 회의에 참석한 적 절대 없다”고 증언했다. 이 역시 위증 혐의에 포함됐다.

하 전 국장 위증 재판 과정에서 청주방송 전·현 스태프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학 PD가 프로그램을 총괄 연출했고, 하 전 국장이 그를 ‘이 PD’로 불렀다고 증언했다. 해고 당시 기획제작국 회의에 배석한 전·현 직원 2명은 이 PD가 기획제작국 아침회의에 참석해 인건비 증액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청주방송 직원은 이 PD에게 법정 제출용 진술서를 써준 뒤 하 전 국장이 그에 대한 경위서를 쓰게 했다고 증언했다. 그를 포함한 2명의 직원은 당시 “이 PD에게 진술서를 써줬고 그로 인해 청주방송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이 PD에게 진술서를 취소해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경위서를 써 하 전 국장에게 제출했다. 증언에 따르면 하 전 국장은 경위서를 살핀 뒤 이 PD를 ‘PD’라 칭한 부분을 직접 빨간펜으로 수정해 다시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실제 이 PD에게 써준 진술서를 취소했다.

▲이재학 PD는 동료 A씨로부터 2018년 자신의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진술서를 받아뒀다. A씨는 2019년 7월 법정 제출용 진술서를 써줬고, 이 PD는 증거로 냈다. 이 진술서는 이후 철회됐다. 사진=고 이재학 PD 제공
▲이재학 PD는 동료 A씨로부터 2018년 자신의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진술서를 받아뒀다. A씨는 2019년 7월 법정 제출용 진술서를 써줬고, 이 PD는 증거로 냈다. 이 진술서는 이후 철회됐다. 사진=고 이재학 PD 제공

이날 하 전 국장 변호인은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 PD 유족 측에 따르면 하 전 국장은 최후발언에서 ‘고인이 된 이재학 PD에게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하 전 국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PD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변론해왔다.

결심 공판을 지켜본 이 PD 동생 이대로씨(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 대표)는 “매번 위증 공판 방청을 위해 출석했지만, 하 전 국장은 법정 복도나 주차장에서 저를 지나치면서 단 한 번도 인사하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형이 돌아가신 뒤 4년 동안 청주방송 직원들을 통해서도 사과는커녕 연락도 한 적 없다”며 “재판에서 본인의 혐의를 반박할 증거도 밝히지 못하면서, 무죄를 달라며 갑자기 사과한다고 말하는 건 앞뒤가 안 맞아 더욱 화가 난다. 본인의 감형을 위해 재판부를 농락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대로씨는 “그의 위증 때문에 형이 돌아가셨다. 최대, 최악의 피해를 불러온 만큼 법정 최고형을 내려야 한다. 징역 1년이란 형량은 사안의 심각성을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했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사용자 측 증인이 위증하는 경우 낮은 형량을 구형하고 선고하는 관행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구형도 그런 사법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용자 측이 노동 사건에서 위증해도 기소되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다. 이번 사건은 특히 위증이 사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중대한 결과를 낳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전 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하 전 국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5월3일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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