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늘날 선거와 미디어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미디어오늘은 ‘선거 미디어 리터러시’ 연재를 통해 선거 기사의 이면을 보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1384회. 지난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의 수입니다. 2017년 대선 여론조사(801회)와 비교하면 73%나 급증했습니다. 오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들의 휴대폰에는 연일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고 언론에선 여론조사 보도를 매일 쏟아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보도에는 유의할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언론이 관성적으로 틀리는 문제도 있고 일부는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들어내기까지 합니다.

▲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위’ ‘역전’? 알고 보니 ‘오차범위 안’

선거 기간 여론조사 보도에는 순위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목에 ‘1위’, ‘선두’, ‘역전’ 등을 쓴 경우죠. 그러나 이런 제목을 쓴 기사들이 심의 기구에서 제재를 받곤 합니다. 왜일까요.

일례로 2021년 12월 연합뉴스의 <이재명 38% 윤석열 36%…이재명, 5%p 상승하며 순위 역전> 기사를 비롯해 11개 언론이 이재명 후보가 ‘역전’했다고 보도했다가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가 ±3.1%포인트였기 때문입니다. 오차범위는 표현 그대로 이 수치까지는 오차에 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오차범위 내에 있다면 ‘앞섰다’ ‘역전’ 등의 표현을 써선 안 되는 것이죠. 일부 언론을 보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인데 순위를 단정해 제재를 받은 연합뉴스 기사 갈무리
▲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인데 순위를 단정해 제재를 받은 연합뉴스 기사 갈무리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은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도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언론이 여론조사 기사에서 가장 빈번히 틀리는 유형입니다. 순위를 통해 기사를 선명하게 쓰려다 보니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인데요. 19대 대선 선거여론조사 제재 내역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이 ‘오차범위 내 순위 매기기’로 나타났습니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0월부터 작성한 여론조사 기사 가운데 오차범위 내 우열을 무리하게 판단한 기사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여론조사 기사의 5.2%로 나타났습니다. 주 단위 기준으로 14%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지역별 연령별 쪼개기 해석 적절할까

여론조사는 몇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까요?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르면 전국적인 정당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의 최소 표본크기를 1000명,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조사는 최소 800명, 지역구 국회의원선거는 최소 500명으로 규정합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조사를 실시하면 여론의 추이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쪼개기’해서 보도할 경우입니다. 정당 지지율 등 여론조사에서 ‘경북’, ‘경기도’, ‘충청도’ 등 지역별, 혹은 성별이나 연령대 등을 쪼개서 표심을 분석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A정당 ‘20대 여성 지지율 30%’, ‘B정당 충청 지역에서 지지율 급등’ 등 기사가 대표적인데요. 

언론에 흔히 보도되는 유형이라 문제를 못 느낄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000명 대상 여론조사라면 조사에 포함된 충청도민의 규모는 100명 미만입니다. 충청도민만 쪼개서 여론조사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100명 미만의 표본으로 조사를 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 글에서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특정한 하위집단 응답 결과만을 보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어느 한 지역 유권자들의 응답만을 보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에 따라 응답이 바뀐다?

<국민71%가 “원전 찬성”>. 2019년 8월1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기사인데요. 이 여론조사의 첫 질문은 이렇습니다. “전기생산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시 폭염에 전기사용량이 급증한 시점에서 ‘전기생산 수단’으로서 원전을 강조한 것이죠. ‘찬성’ 응답은 71.6%에 달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 조사에선 원전 확대 14%, 원전 축소 32%, 현재수준 유지 40%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습니다.

2018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논의 국면에서 <방송협회 “국민 41% 지상파 중간광고 찬성, 28% 반대”>(연합뉴스)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광고가 추가로 도입된다는데 반기는 사람이 많을까요? 방송협회의 설문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상파방송이 중간광고 수익 전액을 제작비에 투입해 국가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으로 한류 재창출을 위한 목적에서 중간광고를 실시하는 데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기사 제목과 달리 이렇게까지 질문을 했는데도 찬성이 과반이 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편향된 질문이 논란이 됩니다. 실제 선거 여론조사에서 공표금지 등 제재를 받은 사례를 보면 특정 후보를 호명할 때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던 교수’ ‘성폭력 가해 교사를 변론했던 후보’ 등으로 부연해 문제가 됐습니다. A와 B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을 때 A후보로 단일화될 경우만 질문해 공표금지 조치를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여론조사는 여론이 아니다

여론조사는 여론이 아니고, 정답도 아닙니다. 여론조사 자체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나의 여론조사를 정답처럼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주체의 조사를 살펴보고, 그 결과를 참고 자료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습니다. 의심이 가는 선거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접속해 질문, 표본 등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왜곡에도 경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은 3조를 통해 여론조사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가 곧 여론 그 자체는 아니므로 미디어는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에 당부한 표현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 입장에서도 곱씹을 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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