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리고 모든 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를 전면 시행하고 나섰다.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 공백을 보완하는 대책’이라는 주장인데, 비대면 진료가 응급·중증 진료공백을 메울 수 없는 데다 플랫폼 돈벌이를 돕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시민사회 반발이 나오고 있다. 24일 토요일 발행한 다수 신문들은 정부 발표를 1면에 보도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끝날 때까지 모든 병의원에서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할 경우’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며 “병의원급 의료기관은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 없이 희망하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책 도입 목적이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를 분산시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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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토요일 세계일보
▲24일 토요일 발행한 전국종합신문 7곳
▲24일 토요일 발행한 전국종합신문 7곳 갈무리

신문들은 “그간 비대면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에 한해 허용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초진은 의료취약지나 휴일, 야간에 한해 허용됐고, 병원급 이상의 비대면 진료 또한 극히 일부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신문이 1면에 ‘보건의료 경보 단계 심각 격상’ 소식을 전하며 이 소식을 함께 전했다.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 의료대란에 대응하려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 논리를 동일하게 전제했다.

동아일보는 ‘병원과 정부가 비대면 진료 대상을 진작 확대해 대비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를 냈다. 1면에서 이어지는 기사 3면에서 “동아일보가 점검해 본 결과 이날 당장 비대면 진료 대상을 확대한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했다”고 했다.

​▲24일 토요일 동아일보
​▲24일 토요일 동아일보
▲24일 토요일 중앙일보
▲24일 토요일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서울 시내 의원급 의료기관 13곳에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고 했다. 한 의원에선 “초진 환자 중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다. 공지가 갑자기 내려와 관련 내용을 더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진료를 거절했다. 또다른 의원은 “비대면 진료 요청이 거의 없다”며 “대상을 확대해도 이용하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4일 토요일 동아일보
▲24일 토요일 동아일보

일부 신문은 비대면 진료가 의료공백 완화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세계일보는 “(비대면 진료가) 현재 의료공백 사태가 심각한 대형병원의 역할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라며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의료 대란이 중증·응급 환자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에서 환자 증상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중증·응급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하기 힘들어 ‘일반 환자’가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4일 토요일 세계일보
▲24일 토요일 세계일보

한 신경과 의사는 세계일보에 “중증도가 있는 치료나 입원·항암 치료는 비대면으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사는 “전공의 공백 사태는 대형병원의 일인데, 우리 병원만 해도 대기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 사태에서 비대면 진료 확대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고 한다.

세계일보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시행해 의사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플랫폼 업계는 이번 조치가 희소식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현실적으로 안전 문제를 고려할 때 중증·응급 환자는 비대면 진료가 어렵다”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도 ‘응급·중증 환자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24일 토요일 한겨레
▲24일 토요일 한겨레

한국일보는 “정부는 경증환자는 병원급에서 맡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병원급에 외래진료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비대면 진료 규제를 대폭 푼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24일 토요일 한국일보
▲24일 토요일 한국일보

조선일보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병원과 영상 통화나 일반 전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과 약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24일 토요일 조선일보
▲24일 토요일 조선일보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결성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은 의료대란을 빌미로 한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대란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응급·중증·수술 등을 맡아야 할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수술·입원이 지연되고 진료가 거부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이런 응급·중중·수술·입원 환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물었다.

이들은 정부가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더 많은 중증·응급환자를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할 전임의 이상 의료진은 어차피 비대면 진료도 할 수 없다”며 “비대면으로는 겨우 경증 진료 정도가 가능하다. 경증 외래는 지금도 얼마든지 동네 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대란을 핑계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며 “오직 대기업을 포함한 의료기기, 통신, 플랫폼 업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민간 플랫폼업체가 진료 중개를 장악하고 수익을 추구하면 의료비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삼성·LG·네이버·카카오 같은 대기업들이 진출할 것”이라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윤대통령 ‘연설 짜깁기’ 영상 차단에 조선·한겨레 다른 관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가 23일 SNS에 퍼진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영상을 차단하기로 의결했다. 24일 조선일보와 한겨레와 이 소식을 전했는데 보도 관점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해당 영상이 ‘딥페이크 기술’을 썼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를 냈다.

▲24일 토요일 한겨레
▲24일 토요일 한겨레

방통심의위는 이날 긴급 통신소위를 열어 지난해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등 23개 영상을 ‘현저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틱톡 등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한겨레는 “통신소위 회의에는 여권 추천 위원 4명만 참석했다”며 “전날 경찰이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해당 영상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을 요청하자, 방심위는 즉각 긴급심의를 개최”했다고 했다.

영상물은 윤 대통령이 등장해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윤 딥페이크 영상 확산에…대통령실 “허위조작 강력대응”’ 기사를 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연설 영상을 구간별로 편집해 다른 의미로 보이게 만든 것으로, 딥러닝으로 특정 인물의 영상을 학습해 새 영상을 만들어내는 딥페이크 기술을 쓴 영상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입장을 주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과 음성, 영상 등을 조작해 만든 가짜 영상물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며 “방통심의위는 이날 해당 영상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고 했다.

▲24일 토요일 조선일보
▲24일 토요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일부 매체에서 사실과 다른 허위 조작 영상을 풍자 영상으로 규정하거나 가상 표시가 있어 괜찮다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설령 가상 표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가상 표시를 삭제한 편집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므로 허위 정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사진과 음성, 영상 등을 조작해 만든 가짜 영상물이 퍼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김 대변인 브리핑 입장과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시민사회 비판을 전했다. “과잉 대응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허위 조작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낸 성명을 인용 보도했다. 언론노조는 “영상 제작자가 ‘가상으로 꾸며본~’이라고 미리 밝혔는데 이를 대체 풍자 아닌 무엇으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단순 풍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접속 차단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과잉 행정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검열하던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이 2024년에 현실로 소환되는 시대착오 그 자체”라고 했다.

세계일보, 외유성 출장 기획 “보고서 짜깁기, 오타 ‘복붙’”

세계일보는 기획면에 공공기관과 지역의회 ‘외유성 출장’ 실태를 살핀 기획보도를 냈다. “해외연수 때마다 1인당 수백만원씩 수천만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외유(外遊)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9기 대전시의회 의원들이 출범 4개월 만인 2022년 12월 떠난 해외연수로 유럽 수개국을 방문했는데,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베끼기와 짜깁기” 결과물이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 트램 관련 내용은 2016년 대전시의회의 연수 보고서를 짜깁기했고, 라발 지구는 2017년 대전시의회 연수 결과보고서와 경북 성주신문이 2019년 보도한 기획 기사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24일 토요일 세계일보
▲24일 토요일 세계일보

세계일보는 전북도청 공무원과 도내 시·군 공무원 등 15명이 갔던 싱가포르 해외연수,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직원들의 태국 해외연수 보고서에는 정부부처 보고서와 같은 문장이 나오거나 오타까지 복사했다고 했다. 지난해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관련 해외연수는 99차례에 달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외유성 논란이 반복되자 아예 해외연수를 없앤 지방의회도 있다. 경기 부천시의회는 올해 시의원 해외연수비 8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했다.

일본 ‘조선학교 차별반대’ 집회 비춘 한겨레

한겨레는 토요 커버스토리에서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철폐 운동 현장을 다뤘다. 조선학교는 1945년 8월 해방 뒤 일본에 남아 있던 재일조선인들이 아이들에게 우리 말과 글,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세운 학교다. 일본 전역에 60여개 있다.

▲24일 토요일 한겨레
▲24일 토요일 한겨레

2010년 일본 집권 민주당은 고교무상화 정책을 시작했지만 조선학교에 적용을 미뤘고, 아베 신조 내각은 2013년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완전히 빼고, 오사카부는 초·중·고 조선학교 보조금을 끊었다.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는 매주 화요일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2013년부터 도쿄·오사카·아이치·히로시마·후쿠오카 등 5개 조선학교에서 무상화 배제 취소 소송과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오사카지방재판소(1심)에서 한번 승소했을 뿐 모두 패소했다.

후지나가 다케시 연락회 공동대표는 “일본은 일제 강점기부터 (조선의) 민족교육을 일본 체제와 질서를 흔드는 문제로 보고 탄압했다. 현재 일본 정부도 일본인 납치·북핵 문제 등을 이유로 조선학교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일본 사법부도 차별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현재 일본 사회의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 인식의 반영”이라는 후지나가 공동대표 말을 전했다. 나가사키 유미코 연락회 사무국장은 “보수적인 정치권과 함께 보수적인 언론이 문제”라며 “정부 시각에 맞춰, 시민단체 활동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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