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딥페이크 영상을 긴급 심의한다고 밝혀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가 확산됐으나 사실과 달랐다. 

연합뉴스는 지난 22일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모습이 등장하는 딥페이크(Deepfake·AI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 영상을 발견해 방통심의위에 차단을 요청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방심위는 이번 영상이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윤 대통령과 관련된 최초의 딥페이크 영상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이후 <“저 윤석열, 국민 괴롭혔다” 국내 첫 대통령 겨냥 딥페이크 확산>(조선일보), <“제 사전에 민생은 없습니다” 조작된 尹 딥페이크에 발칵>(한국경제), <“저 윤석열, 국민 괴롭혔다”…46초 ‘대통령 딥페이크’ 깜짝>(중앙일보) 등 언론은 딥페이크 영상으로 규정해 보도했다. 선거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딥페이크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포감을 키우는 보도였다.

그러나 딥페이크가 아닌 짜깁기 영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TV조선 연설 영상을 구간별로 편집해 다른 의미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딥페이크는 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어로 특정인의 사진이나 영상 정보를 학습해 해당 인물과 유사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갈무리.
▲ 이후 재확산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갈무리. 
▲ 이후 재확산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갈무리. 

해당 영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라고 발언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 대목을 편집해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처음 올라온 영상에는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자막이 크게 떠 있어 허위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영상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풍자라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다만 이후 영상이 확산되면서 해당 자막이 빠지고 ‘양심고백 연설’ 등 표현이 붙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됐다.

해당 기사를 쓴 연합뉴스 기자는 23일 미디어오늘에 방통심의위에서 딥페이크 영상이라고 밝혀 보도를 했으나 이후 딥페이크 영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종합기사에선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후속으로 쓴 종합기사는 “국내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이 영상을 탐지한 결과 딥페이크는 아니라고 밝혔다”고 했다.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경찰청의 공문에는 ‘사회혼란’이라는 말도, ‘딥페이크’라는 말도 없다”며 “류희림 위원장에게 보고 후, 갑자기 딥페이크 정보로 탈바꿈되더니 ‘사회혼란 야기’ 정보 담당부서인 정보문화보호팀에서 공문을 접수하고 예정에 없던 23일(금) 긴급 소위가 소집됐다”고 했다.

언론노조는23일 논평을 통해 “웬 ‘딥페이크’란 말인가”라며 “대다수 언론은 또다시 앵무새처럼 경찰과 방심위의 ‘딥페이크’ 주장을 받아쓰며, 자신의 존립 기반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 심기를 보살피는 정부나 검경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언론은 더욱 차분히 사리에 밝게 ‘풍자’인 걸 짚어야겠다”고 했다.

방통심의위는 2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영상에 사회혼란 야기 조항을 적용해 접속차단을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조항은 잘못된 정보로 실제 사회에 큰 혼란을 끼칠 경우 적용하는데 허위라는 점을 명시한 영상까지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올라온 영상으로 현재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 않아 사회혼란을 야기하는지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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