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연설 영상을 짜깁기한 풍자 성격의 영상을 “명백히 허위조작영상”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같은 허위조작영상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일부 매체에서 사실과 다른 허위조작 영상을 풍자영상으로 규정하거나 가상표시가 있어 괜찮다는 등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에도 반하는 행동”이라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설령 ‘가상’ 표시를 했다 하더라도 가상 표시를 삭제한 편집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므로 허위정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추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민주주의 꽃인 총선을 앞두고 허위조작영상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긴급 통신심의소위를 열어 틱톡 등을 중심으로 SNS에 확산된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영상을 긴급 심의하고 이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시정요구)를 결정했다. 이번 사안은 통신소위 전날인 22일 방통심의위가 경찰 요청을 받아 윤 대통령 관련 ‘딥페이크’(Deepfake) 영상에 대해 차단 조치를 할 거란 전망이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상은 지난 2022년 TV조선에서 방영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연설을 재편집한 영상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연설의 어순이나 구조 등 순서를 짜깁기해서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편집한 것이다. 원본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은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으나, 영상 내용이 재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상’ 임을 알린 자막이 빠진 게시물이 다수 공유됐다.

이에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 등 주장처럼 ‘허위조작영상’이 아닌, ‘풍자 영상’과 그 대응 문제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이번에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은 제목에도 ‘가상으로 꾸며본’이라고 적시된 만큼 풍자로 봐야 한다”며 “문제는 방통심의위가 해당 풍자 영상을 삭제하면서 발생할 파장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모든 ‘밈’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입을 틀어막고 듣고픈 말만 들으려는 정권을 향한 비웃음과 조롱을 담은 편집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자 경찰과 방심위는 이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딥페이크’ 정보로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부랴부랴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는 과잉 대응 호들갑을 떨고 나섰다”며 “이를 딥페이크 정보로 둔갑시킨 것은 단순 풍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접속 차단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과잉 행정이자,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또 “대다수 언론은 또다시 앵무새처럼 경찰과 방심위의 ‘딥페이크’ 주장을 받아쓰며 자신의 존립 기반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데 동참하고 있다”며 “언론은 더욱 차분히 사리에 밝게 ‘풍자’인 걸 짚어야겠다. ‘딥페이크’라 주장하는 경찰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쪽에만 귀 기울여선 곤란하다. ‘풍자’인 걸 아는 시민과 과학기술자를 찾아가 듣고 교차 검증한 뒤 올곧게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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