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언련과 참여연대가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언련 제공
▲ 민언련과 참여연대가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언련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놓고 MBC, JTBC 등 방송사들에 법정제재를 의결하자 언론·시민단체에서 ‘대통령 심기 경호 심의’라고 비판했다. 편파심의를 감시한다며 시민방청단을 모집했던 시민단체들은 방통심의위가 인원 제한을 공지하자 “독재”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야 6대1로 운영 중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여권 추천 위원만 3인(류희림·황성욱·이정옥) 참석한 가운데 MBC, YTN, JTBC에 각각 법정제재 ‘과징금’, ‘관계자 징계’, ‘주의’를 의결했다. OBS에도 법정제재 ‘주의’가 의결됐다. 가장 낮은 제재를 받은 채널A는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받았고 KBS, SBS, TV조선, MBN은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류희림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MBC가 선제적으로 내용을 보도하면서 대통령실도 당시에 대응이 쉽지 않았을 수 있고, 외교 참사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발언했는지 명확히 판정할 수 없다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위원회가 심의를 강행하자 언론·시민단체에서 ‘언론 위축’을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자청한 청부 심의 그 자체”라며 “(류희림 위원장은) 자신이 대통령실과 외교부 대변인임을 숨기지 않았다. 의결 내용은 권력에 순응하면 봐주고, 대들면 벌주는 노골적인 불공정과 편향으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법원의 최종판결도 아닌 1심 판결 이후에, 그 1심에서 조차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확정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법정 제재는 총선 전 정부여댱에 유리한 여론지형을 조성하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를 발언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를 발언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방송기자연합회도 20일 성명에서 “이번 무더기 제재 조치는 언론 자유의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그동안 방통심의위는 통상적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에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항소심을 앞두고 재판의 일방 당사자인 정부의 편에 서서 힘을 실어줬다. 정부에 불편한 보도에 대해서는 징계의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아 사상 초유의 여야 6대1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이번 조치는 또한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심의위의 운영 원칙을 무시했다. 여권 성향의 인사들만 모여 방송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1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마치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듯 속도를 냈다. 무엇이 그리 급했나”라고 했다.

MBC가 패소한 1심 판결은 추후 항소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지난 19일 논평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재판이 진행되면 의결을 보류하는 건가, 아니면 재판과 별개로 심의를 진행하는 건가. 만약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어떻게 되나. 명확하고, 일관된 심의 원칙을 알 수가 없다. 이런 걸 ‘자의적 심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심의위의 내용 규제는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성, 공정성 심의는 언론통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더욱 자제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관한 보도에 개입하는 것은 극도로 삼가야 한다. 이는 방통심의위가 패소한 여러 재판에서 거듭 확인된 바”라고 했다.

▲ 민언련과 참여연대가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언련 제공
▲ 민언련과 참여연대가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언련 제공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이날 심의에 앞서 방통심의위를 감시할 수 있는 시민방청단을 모집했다. 하지만 방청을 앞두고 방통심의위가 시민 기준 방청인원 수를 10명으로 제한하자 ‘알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기자 방청은 19층 회의 현장에서, 시민 방청은 18층 TV를 통해 이뤄졌는데 기자와 시민의 차이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시민들의 항의도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김봄빛나래 민언련 참여기획팀 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을 가려 받고 심지어 인원 제한까지 하냐고 강력하게 시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셨다”며 “어떤 시민분은 국회도 이렇게는 안 막는데 방통심의위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못 들어가게 하냐. 얼마나 부끄럽게 심의하려고 막냐고 얘기하셨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날 심의를 방청한 채도진씨(53)는 “권력의 입장을 강요해 언론인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채씨는 “법원도 진위가 확실치 않다고 했는데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방송으로 대통령실이 피해를 봤다’고 표현했고, 이정옥 심의위원은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과징금을 준다’고 표현했다”고 했다.

민언련과 참여연대는 공동성명을 내고 “그동안 방통심의위 회의 방청 인원이 많을 시 공간을 추가로 개방해 방청권을 보장해온 경우는 봤으나 이번처럼 TV 방청까지 인원을 제한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이 편향적 정치심의도 모자라 시민의 방청권과 감시활동을 방해하는 ‘독재’를 묵과할 수 없다. 방통심의위는 무엇이 두려워 시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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