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신문.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신문. 사진=장슬기 기자

서울 강북구청(구청장 이순희)이 올해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을 없앴다. 서울 내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서울신문을 계도지로 가장 많이 구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다. 2년 전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가 서울신문 측과 갈등이 벌어진 강북구가 지난해에는 삭감한 부수를 유지하다가 올해 완전히 서울신문 몫을 배제한 것이다. 강북구는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만큼 조선·동아·세계·한국일보 등 타 신문 구독을 시작했다. 

계도지는 군사독재정권이 국민을 계도하겠다는 명목으로 만든 ‘관언유착’으로 최근 주민홍보지·통반장신문 등으로 불리는데 지자체가 세금으로 통·반장이 볼 신문 구독료를 대납하는 관행이다.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로 강북구청에서 받은 지난해와 올해 계도지(통반장 지원신문) 구독 현황을 보면 강북구는 지난해 서울신문을 387부(9288만 원) 보다가 올해 구독을 중단했다. 강북구는 지난 2022년 2~7월 매달 서울신문을 계도지로 1150부씩 구독하다가 같은해 8월 385부로 삭감했다. 

그러자 당시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과 부장, 취재기자가 구청에 방문해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구청장도 정치인인데 재선을 생각해야 한다’며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했다. 강북구 측에서 ‘구독자가 구독 부수를 줄일 수도 있는 일인데 신문사 사장이 찾아와 부적절한 압박을 가했다’는 입장이고 서울신문 측은 ‘압박이 아니라 덕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서울신문이 이 구청장 관련 비판기사를 보도했고 강북구 쪽에선 허위라 반박하며 ‘계도지 예산 삭감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이 벌어진 이후에도 강북구는 서울신문 계도지 부수를 회복하지 않았다. 지난해 강북구는 서울신문을 매달 387부씩 구독하다 올해 구독을 끊었다. 

강북구청 안팎에선 2022년 서울신문 계도지 부수 삭감 이후로 서울신문이 강북구 관련 기사를 쓰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강북구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독자·소비자로서 구청에 효용이 없는 신문을 계속 구독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전국면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관련 구정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계도지 삭감 이후 강북구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11월 서울신문이 ‘서올포유’란 코너에서 서울 지역 내 각 구의회 기획기사와 구의회 의장 인터뷰 기사를 연달아 실었는데 강북구의회는 다루지 않았다. 

서울 지역 계도지 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 원이 넘는데 서울신문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때문에 서울신문이 특정 자치구에서 구독이 끊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서울신문은 25개 자치구에 막강한 영업력으로 계도지 부수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다만 여전히 행정권력이 언론을 홍보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강북구는 서울신문 몫만큼 타 신문사에 배정했다. 강북구는 지난해 전국단위 일간지를 계도지로 총 1172부(2억6700만 원)을 구독했다. 지난해 계도지 구독 부수를 매체별로 보면 서울신문 387부(9288만 원), 문화일보 305부(7320만 원), 한겨레 180부(4320만 원), 내일신문 170부(2652만 원), 경향신문 130부(3120만 원)였다. 

올해 전국단위 일간지 계도지 부수와 예산은 1172부(2억6700만 원)로 지난해와 같다. 다만 서울신문이 없어진 대신 조선일보 151부(3624만 원), 동아일보 100부(2400만 원),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각 68부(1632만 원)씩 구독을 시작했다. 문화일보·한겨레·경향신문은 지난해와 구독부수와 예산이 같다. 

지역신문(지역주간지) 계도지 구독부수는 지난해 3328부(2억2497만3000원)에서 3420부(2억3119만2000원)으로 늘었다. 강북신문·동북일보·서울포스트신문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각각 855부(5779만8000원)씩 구독했다. 북부신문은 지난해 763부(5157만9000원)에서 올해 타사들과 같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강북구청 계도지 예산은 지난해 총 4억9197만3000원에서 올해 4억9819만2000원으로 621만9000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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