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 구청에서 계도지(통반장용 신문 구독) 예산을 삭감하려 하자 서울신문이 예산 삭감 철회를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신문 측은 삭감 철회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서울신문에서 해당 지자체장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지자체에선 ‘허위기사’라며 ‘보복성’ 보도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통반장신문, 주민홍보지 등으로 불리는 계도지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주민들에게 정부 시책을 전하기 위해 만든 관행으로 지자체가 세금으로 통반장들이 볼 신문구독료를 대납해주는 ‘권언유착’의 한 형태다. 서울 지역 내 25개 자치구는 매년 계도지 예산으로 총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쓰고 있는데 공영언론이었던 서울신문이 가장 많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전국적으로 계도지 폐지 운동이 있었지만 서울과 강원(원주시 제외) 지역에는 여전히 계도지라는 시대착오적 홍보비 집행이 이어지고 있다. 

▲ 서울신문.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신문. 사진=장슬기 기자

 

서울신문 계도지 부수를 줄이기로 한 곳은 강북구청이다. 강북구는 전임 구청장이 3선을 한 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현 이순희 구청장이 당선됐다. 지난 7월 강북구청 인수위원회는 효율적인 예산 운영을 위한 구정 홍보 방안을 검토했고, 계도지(통반장신문) 부수 절감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논의해보기로 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강북구 계도지 중앙일간지 구독현황’을 보면 강북구는 지난 7월 기준 연간 계도지 예산으로 3억8600만 원 가량을 책정했다. 서울신문이 약 2억4900만 원으로 계도지 전체 예산의 약 65%를 차지했다. 그 외에는 문화일보 5490만 원, 한겨레 3240만 원, 내일신문 2652만 원, 경향신문 2340만 원 등이었다. 

지난 7월 강북구청은 ‘8월1일부터 당시 서울신문 구독부수 1150부를 385부로 조정(765부 절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통장에게 지급되는 신문이 385부이고 반장에게 지급되던 신문이 765부인데 반장들 대납 분을 없애기로 했다. 삭감 이후에도 여전히 서울신문의 계도지 부수는 385부로 가장 많다.  

강북구청에서 신문부수 조정에 들어가자 지난 8월2일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발행인), A부장, 취재기자 등 3명이 구청에 방문했다. 취재원 입장에선 신문사 구독·영업 관련 직원이 아니라 자신들을 직접 비판할 수 있는 기자들이 방문해 구독을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이날 서울신문 측은 이 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관계자들에게 “저희 보도량이 다른 회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정책에 대해 구청이) 직접 SNS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언론에 보도된 걸 믿는다”, “우리가 6명 에이스를 굳이 투입해서 남들이 찾지 않는 구청 기사를 꼼꼼하게 쓴다”, “구청장님도 정치인이고 재선도 생각하셔야 되는데 서울신문 기자들 네트워크나 자산을 활용하라” 등의 발언을 했다. 앞서 강북구청 측은 서울신문 부수 삭감 관련해 한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이날 오간 것으로 확인했다.

구청 측에선 서울신문 요구를 거절했다. 구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문 구독은 보는 사람의 자유인데 갑자기 이렇게 (일부 절독을) 해버리면 서울신문 경영진도 감정이 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종의 협박으로 받아들여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며 “여러 경로로 칼을 갈고 있다고 들었는데 비판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최근 서울신문의 강북구청 비판 기사들
▲ 최근 서울신문의 강북구청 비판 기사들

 

서울신문은 지난달 25일 1면과 9면 이 구청장 비판기사를 실었다. 이 구청장이 지난 8월 폭우 당시 수해현장을 방문했다고 한 시간에 실제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니 저녁식사 비용을 결제했다는 내용이다. 서울신문은 “재난 속에서 회식을 강행하고, 수해 현장을 직접 다녀오지 않았으면서도 동선을 허위 기재한 이 구청장의 행보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 외에도 “구청장 거짓 동선…강북구 뒷북 시인”, ‘與 “이순희 구청장 자질 의심…책임져야”’ 등의 기사를 추가 보도했다. 

구청 측은 허위보도라고 반박했다. 구청은 “수해 대응 과정에서 현업부서의 문서 작성에 일부 시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설명했음에도 명백한 허위사실을 보도한 데 심히 유감”이라며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구청장이 인수동 침수피해 현장에 방문한 사진, 휴대전화 기록을 통한 구청장 동선 등을 함께 공개했다.

구청은 해당 입장문에서 “서울신문 구독 비율이 타 언론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부분을 형평성 차원에서 조정해 1150부에서 385부로 감부했다”고 부연했다. 서울신문이 계도지 삭감에 대해 허위로 비난기사를 냈다는 입장이다. 

▲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강북구청의 입장문 일부. 강북구청은 8월 수해 당시 이순희 강북구청장이 현장에 방문한 사진과 당시 동선을 공개했다
▲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강북구청의 입장문 일부. 강북구청은 8월 수해 당시 이순희 강북구청장이 현장에 방문한 사진과 당시 동선을 공개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31일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에게 A부장, 취재기자와 함께 계도지 부수 조정을 위해 구청에 방문한 것이 압박이었다는 지적, 서울신문 측에서 국회의원을 통해 구청장에게 서울신문 구독을 부탁한 것, 최근 구청장 비판 기사가 보복성 아니냐는 의견 등에 대해 입장을 물었지만 곽 사장은 1일 현재 답을 주지 않았다. 

A부장은 최근 구청장 비판과 계도지 삭감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구청장 찾아가서 만난 것과 최근 구청장 기사 쓴 것은 연결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서울신문이 구청장 얘기만 전하며 띄워주는 신문은 아니고 저희가 서울시에 6명이나 투입하는 언론으로서 구청도 감시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구청 측에 압박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A부장은 “만약 신문사에서 광고주가 끊겠다고 하면 경영진 입장에선 설득도 해야하지 않나”라며 “8월2일에 바로 찾아간 게 아니라 담당 기자랑 서울시 팀장 등등 (강북구청) 공보팀에 ‘예산집행 과정에서 부수를 줄이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설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자체 팔을 비틀어 공짜로 혈세를 먹는다는 지적에 동의 못한다”며 “서울신문만큼 (지자체 소식을) 많이 할애하고 구청에서도 필요로 하는 신문도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나름대로 광고 영업 등에서 자유로워야지, 호반(대주주)한테 기대면 되겠냐”며 “내 마지막 소임은 부수가 잘리지 않고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풀뿌리 언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장도 재선해야 하지 않느냐’는 발언이 압박이었다는 입장에 대해 A부장은 “납득이 안 간다”며 “압박이 아니라 덕담이었고 진심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민주당 구청장들 정책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 민주당이 (서울 25개 구 중에서) 8석밖에 안 되지 않나”라며 “국민의힘 구청장들이 장악했어도 정치적으로 균형있게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하면서 ‘서울신문 (부수를) 깎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재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한 것”이라고 했다. 

‘구독·영업 담당 직원이 방문하는 것과 기자들이 방문하는 것은 다르지 않냐’는 지적에 A부장은 “판매사원들이 힘들어하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내가 내 돈 벌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기사 관련 강북구청 입장문에 대해 A부장은 “해명자료에 법인카드와 회식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해명을 제대로 못한 채 서울신문이 압박한다고 하면 법인카드와 회식 관계를 더 취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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