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청에서 서울신문 계도지(통반장용 신문 구독) 예산을 삭감하자 서울신문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해당 구청장을 회유·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독 예산을 줄이지 말라는 취지의 요구를 거부하자 서울신문은 최근 해당 구청장 비판 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언론계 안팎에서는 ‘권언유착’ 관행으로 비판받는 계도지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지니는 서울신문이 서울 25개 구청과 구의회를 관리하고 계도지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다양하게 압박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월2일 서울신문 관계자 3명이 계도지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한 강북구청을 찾아가 나눈 대화 녹취를 입수해 서울신문 측에서 어떻게 구청들을 회유·압박했는지 5가지로 정리했다. 강북구청이 지난 7월 서울신문 계도지 부수 1150부를 385부로 조정했는데 그럼에도 해당 구청에서 구독하는 서울신문 계도지 부수가 가장 많았다. 

① 구청장 만나러 사장까지 직접 방문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청들은 모두 서울신문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계도지가 곧 서울신문(옛 대한매일)이던 시절이 지났고, 이제 서울신문 대주주가 호반건설로 바뀌면서 공영언론의 성격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계도지 예산은 서울신문에 큰 몫을 할당하며 유지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2019년 기준 25개 구청 계도지 예산 총액 109억 원 중 서울신문 몫은 약 62억 원으로 57%, 즉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9년 전후로도 비슷한 수준으로 서울신문이 계도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 2019년 서울지역 25개구 통반장 지급신문 부수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19년 서울지역 25개구 통반장 지급신문 부수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관련기사 : 2019년에도 통반장신문 예산 1위는 서울신문]
[관련기사 : 서울신문 사장은 왜 강북구청장을 찾아갔을까]

이는 서울신문의 전방위 영업의 효과로 볼 수 있다. 최근 강북구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문 구독은 보는 사람의 자유인데 ‘갑자기 이렇게 (일부 절독을) 해버리면 서울신문 경영진도 감정이 상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전한 바 있다. 계도지 구독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수준을 넘어 압력이라고 느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서울의 한 지역 구의원이 계도지 예산 삭감을 추진했다가 서울신문 측에서 여러 경로의 압박을 받았고, 해당 구청 측에서는 ‘서울신문과 관계’를 언급하며 이에 동참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의원은 서울신문 관계자뿐 아니라 서울신문 측의 부탁을 받은 외부인에게도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통반장신문 예산 깎았더니 신문사에서 연락”]

이런 가운데 강북구청에서 지난 7월 계도지 삭감 방침을 정하자 서울신문은 곽태헌 사장이 직접 지난 8월2일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찾았다. 사장뿐 아니라 관련 편집국 내 부장, 취재기자까지 함께 구청을 찾았다.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사장이 취재기자들을 대동해 취재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당시 서울신문 측과 구청 측 해당 대화를 보면 이미 구청 측은 서울신문 관계자의 전화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연락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31일 곽 사장에게 기자들과 함께 계도지 부수 증가를 위해 구청에 방문한 것이 압박이었다는 비판, 서울신문 측에서 국회의원을 통해 구청장에게 서울신문 구독을 부탁한 것, 최근 구청장 비판 기사가 보복성 아니냐는 의견 등에 대해 입장을 물었지만 곽 사장은 8일 현재 답을 주지 않았다.

▲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가운데 앞쪽)과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호반건설 창립자, 오른쪽). 사진=서울신문 홍보영상 갈무리
▲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가운데 앞쪽)과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호반건설 창립자, 오른쪽). 사진=서울신문 홍보영상 갈무리

신문사 내 구독·영업 담당 직원이 구청을 찾아가는 것과 신문사 사장이 기자들과 함께 방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기자들은 직접 서울신문에 대한 비판기사를 쓸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해당 부장은 미디어오늘에 “판매사원들이 힘들어하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내가 내 돈 벌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5일자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강북구청 측의 입장문에서 해명이 부족하다며 “해명을 제대로 못한 채 서울신문이 압박한다고 하면 법인카드와 회식 관계를 더 취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8일 서울신문은 이순희 구청장 비판 보도를 이어갔다. 

② 구청장 ‘재선’ 언급 

당시 대화에서 서울신문 관계자는 이 구청장에게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25개 구청 중 8개만 더불어민주당이 당선된 사실을 말하면서 “구청장님도 정치인이고 재선도 생각하셔야 된다”며 “(이번 당선된) 8개뿐 아니라 다음선거에서 더 많은 구청장이 해야 하는데 서울신문 기자들 네트워크나 자산을 그냥 버리지 말고 활용하라”라고 말했다.  

이는 끊임없이 평가를 받고 언론 비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신문에서 특정 구청장에 대한 비판기사를 지속해서 내보낼 경우 초선인 이 구청장의 향후 공천 과정에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압박이 아닌 덕담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디어오늘에 “지난 민주당 구청장들 정책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 민주당이 (서울 25개 구 중에서) 8석밖에 안 되지 않나”라며 “국민의힘 구청장들이 장악했어도 정치적으로 균형있게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하면서 ‘서울신문 (부수를) 깎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재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한 것”이라고 했다. 

③ 서울신문의 구청 기사량 언급

서울신문 측은 회유도 사용했다. 서울신문은 행정면을 비중있게 배치해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소식도 풍성하게 전하고 있다. 구청 입장에서 과다하게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을 배정하면서도 이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이 구청장과 대화에서 “잘 아시겠지만 서울신문 보도량 통계를 보면 우리가 다른 회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건 알 수 있지 않나”라며 “단순히 구정 홍보만 해주는 기능보다 구청장이 하는 행정서비스를 접촉해 동행하는 사람도 있고, 구청장이 돌아가면서 쓰는 칼럼(도 있다)” 등을 언급했다. 또 “남들이 찾지 않는 구청 기사를 꼼꼼하게 쓰고 그걸 구청장만 (보도록) 일방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게 고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 서울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서울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해당 관계자는 서울신문에서 서울 지역 취재 인력이 총 6명인 것을 강조하며 “에이스 6명을 굳이 투입해서 남들이 찾지 않는 구청 기사를 꼼꼼하게 쓴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타 신문사 이름을 거론하면서 “저희는 열과 성을 다해서 그동안 쓴 결과가 계도지에서 많은 구청이 ‘왜 이렇게 많나’라고 하면서도 선택했고 통반장들은 ‘우리는 왜 안주냐’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우리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신문들은 (구청 소식을) 생각나면 쓰고 광고 걸면 쓰지만 우리는 하루도 안 거르고 한개반면씩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청 공무원들이 구청장이 어디 가서 행사를 했고 되게 중요한 건데 꼭 종합지에서 나오고 싶으면 서울신문에 항상 부탁한다”며 “밤을 새서 (준비)한 행사인데 서울신문 밖엔 아무도 안 오는데, 그런 경우가 아마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북구가 OO을 만들었는데 정치부·사회부 이전 있던 부서에서는 전혀 기사가 안 되지만 우리는 강북구에서 처음 내놓아 의미가 있다고 해서 쓰는 거고 6명, 저까지 7명이 약간의 사명감 가지고 하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분야 지면에 대한 공익적 측면도 부각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책임지는 언론은 중앙지 중에 서울신문밖에 없지 않냐는 사명감을 가지고 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화 녹취에는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을 지적한 구의회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또 “구의원들도 예결위 같은 거 하면 언론에 나가야 될 거 아니냐, 정치인이니까 그러면 사실 우리랑 협조를 한다”며 “그게 ‘저 사람에게 잘 보여가지고 우리가 뭘 한다(라는 생각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 생각엔 ‘우리 (지)면 있고 다 (보도)할 수 있고 (구의원들이) 부탁을 하는데 굳이 지금 국회의원 기사도 안 쓰는데 구의원 기사를 왜써’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④ 기사를 통한 구정홍보 기능 강조

최근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 SNS 등을 통해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서울신문 측은 구정활동을 구청장이나 구청에서 직접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신문에서 보도한 기사를 가지고 홍보하면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의 공신력을 홍보에 활용하는 대신 계도지 예산을 증액해달라는 발언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구청장과 대화에서 “구청 기사라든가 청장이 구청에서 행정을 하면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데, 직접 SNS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홍보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정치 쟁점이나 이념 문제는 언론의 기획이라고 보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행정서비스는 사람들이 아직 언론에 보도된 걸 믿는다. 그런 효용성은 종이신문과 종이신문을 재활용한 SNS 활용은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구청들도 (서울신문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단순히 ‘서울신문은 다른 신문보다 많이 써도 큰 차이도 안 나고 증명도 안 됐는데 왜 이렇게 많이 보냐 똑같이 맞추자’라고 단순하게 결정하는 것보다 그 서울신문의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구청 운영하면서 정책 알리는데 충분히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그런 노하우도 있고, 그렇게 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신문의 강북구청장 비판 보도가 나온 직후 강북구청 입장 일부. 사진=강북구청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신문의 강북구청장 비판 보도가 나온 직후 강북구청 입장 일부. 사진=강북구청 홈페이지 갈무리

⑤ 구청장 정당 지지의사 밝히기

이는 인간관계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선출직 정치인의 경우 결국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유권자를 의식하기 마련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구청장과 대화에서 “나 역시도 민주당 쪽에 훨씬 가깝다”며 “무상보육, 무상급식 2010년도부터 패러다임을 바꾼 게 지금 서울시가 제일 잘 되고 있고 (다른 지자체도) 그걸 따라오는 것”이라고 한 뒤 “국민의힘이 들어선 곳에선 많이 허물어지고 있지 않나. 정치적인 힘의 균형 관계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민주당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10년 이상 한 서울시의 기초 복지제도를 알리는데 우리가 기여하자는 생각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그런데 믿었던 강북구에서 사건이 터져서(계도지 구독을 줄여서)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우리가 보도하는 것들이 민주당 구청장들이 해왔던 것들이고, 추구했던 가치들을 같이 호흡하는 것”이라며 “지금 (함께 구청에 방문한) OOO기자도 기사를 쓰면서 강북구청장이 뭘 한다는 정책은 생각이 맞으니까 열심히 잘 쓰는데 다른 구에서 다른 얘기를 쓰면 혼신을 다하지 않은 기사들도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고민이 이전에는 없었는데, 이제 생겼다”고 말했다. 자신뿐 아니라 함께 방문한 취재기자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성향이라 기사를 잘 써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해당 관계자는 “민주당 8개 구청장을 어떻게 살려줄까, 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 앞자리 구청장도 삼(3)선 했다”고 했다. 이어 “구청장 하면 일단 재선 삼선 계속하는 것도, 구민들이 뽑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저희도 열과 성을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며 “(계도지 구독을) 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화 끝부분에서 서울신문 관계자는 구독 부수 관련 이야기를 꺼내며 “이것도 인연이라고, 다시 고려를 해달라”라며 “더 성심성의껏…”이라고 말하자 이 구청장과 구청장 보좌진이 동시에 “그 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좌진은 “자존심을 건드린다”고 이유를 설명했고, 이 구청장은 “죄송한데 난 그런 거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알겠다”고 답했다. 

▲ 지난 8일 서울신문 9면 강북구청장 비판기사
▲ 지난 8일 서울신문 9면 강북구청장 비판기사

서울신문은 지난달 말부터 이 구청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폭우 당시 이 구청장의 대응 방식 등에 대해 ‘[단독] 폭우 현장 갔다더니 수십만원 법카 회식…강북구청장의 거짓(10월25일)’, ‘[단독] 80년 만의 폭우에도 회식 강행… 식당 “그날 단체손님 안 왔다”(10월25일)’, ‘[단독]취재 후 뒤바뀐 해명…풀리지 않는 강북구청장 폭우 행적 의혹(10월25일)’, ‘국민의힘 “이순희 강북구청장, 자치단체장 자질 의심스러워”(10월25일)’, ‘[단독] 구청장 거짓 동선… 강북구 뒷북 시인(10월26일)’, ‘이순희 강북구청장, 시민단체로부터 직무유기 등 경찰 고발(10월26일)’, ‘[단독] 폭우 현장 순찰했다던 강북구청장, 통화내역엔 자택 근처만 찍혔다(11월8일)’ 등 이 구청장 비판 기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구청장 비판기사와 계도지 삭감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울신문이 구청장 얘기만 전하며 띄워주는 신문은 아니고 저희가 서울시에 6명이나 투입하는 언론으로서 구청도 감시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 8일 서울신문의 보도가 허위·왜곡이며 계도지 삭감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 강북구, “구독절감 보복” 서울신문에 법적 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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