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받았다. 박정훈 대령은 김근태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전하며 스스로에게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라”고 다짐하며 중단없는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의지를 드러냈다.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에서 박정훈 대령은 “저는 민주주의자라는 얘기도 사실은 낯설고, 이 자리도 굉장히 어색하기도 하다”며 “저는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이 자리에 서서 민주주의자 박정훈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에게 이런 과분한 상을 주시는 이유는 제가 올바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계시고 그래서 절대 꺾이거나 좌절하거나 하지 말라는 그러한 당부로 알고 제가 겸허히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정훈 대령은 “돌이켜보면 벌써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지도 7개월째 지나고 있다. 저를 비롯한 저희 부하들은 그 병사의 죽음에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까지 제가 직접 대면 보고를 다 했고, 결제도 다 득했다”며 “그런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그 결정은 다 뒤집어지고 상황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고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그때 제가 느꼈던 감정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 앞에서는 누구든 다 평등하다. 그것이 이병이든 장군이든 심지어는 절대 권력자이든, 법 앞에서는 다 평등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 법치국가다”라며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또 “군인 역시 제복을 입은 시민일 뿐”이라며 “똑같이 인권이 있고, 특히 채 상병은 본인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실체가 규명되어야 하고, 책임 있는 자는 거기에 응당한 처분을 받는 것이, 그것이 맞고 정의라고 생각을 했다. 제 결정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정훈 대령은 “앞으로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얼마인지는 가늠하기가 힘들고, 또 그 과정 과정에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지도 사실 두렵기도 하다”며 “그러나 제 가족과 제 부하와 또 수많은 국민들이 저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결코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좌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끝으로 “제 자신한테 말을 하고 싶다”며 “박정훈 대령 너의 선택은 옳았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라. 당당하게 나아가라. 충분히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중단없는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받은 박정훈 대령이 수상 소감 발언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영상: 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받은 박정훈 대령이 수상 소감 발언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영상: 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한편 이날 시상식을 공동 주최한 고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누군가 민주주의하고 싸울 때는 상당히 외롭다”며 “처음에 누군가 싸움을 할 때 나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고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김근태 의장께서 그랬다. 누군가 해야겠다면 김근태가 하겠다. 저는 그 김근태가 지금 박정훈 대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정과 상식이 무엇인지, 정의와 진실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고 실천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상이 갈 수 있었다는 것은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박정훈 대령님을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사회적 약자, 또 탄압받고 억압받는 그런 분들을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분들과 서로 손잡고 연결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민주주의가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상엔 박정훈 대령의 김근태상 수상 장면과 전체 발언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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