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설날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을 재방송했다. 민감한 핵심 질문을 외면하고 대통령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로 그쳤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어 재방송 편성 결정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KBS는 10일 9시 30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편성했다. 지난 7일 저녁 9시 뉴스 이후 100분간 진행됐던 대담을 사흘 후에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재방송 시간을 보면 보통 설날 차례를 지내는 시간대여서 설 민심 밥상에 대통령 대담을 올리겠다는 전략이 다분히 반영된 편성으로 보인다. 한 커뮤니티에선 ‘설 차례 지내고 온 가족이 보라고 재방하는 패기’라고 비꼬기도 했다.

집권 2년차 새해 기자회견을 대신해 방송사와 대담을 통해 대국민 소통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재방송 편성도 과거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특히 대담 진행자 박장범 앵커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축소시키는 듯한 질문 등 권언유착이라는 비판과 함께 방송 참사 수준이라는 얘기까지 나온 상황인데 재방송 편성 전략은 현 국면에 대한 KBS 대응 방향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KBS 구성원들 입에서도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 치욕적이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방송 편성 결정은 KBS 내부에도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전임 경영진에서도 KBS 대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의철 전 KBS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 제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라는 것이었다”고 혹평했다.

▲ 2024년 2월7일 KBS 1TV에서 방영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갈무리
▲ 2024년 2월7일 KBS 1TV에서 방영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갈무리

김 전 사장은 “KBS가 용산 대통령실에 찾아 가서 대통령이 보여주고 싶은 걸 촬영해서 보여 주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주는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거듭 비판했다.

KBS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단독 대담에서 민감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나오지만 김의철 전 사장은 지난 2019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취임 2주년 단독 대담을 한 사례를 반론으로 제시했다. 당시 송현정 기자는 야권이 쓰는 ‘독재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거침없이 질문했다.

김 전 사장은 “대담 이후 당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등의 비본질적 이유로 KBS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오히려 야당 지지자들은 KBS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전 사장은 “KBS 사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동안 KBS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걸 극도로 자제해왔다. 그렇지만 어제 프로그램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해서 소회를 간단히 밝힌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인 지 이제 국민들이 묻고 KBS 구성원들이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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