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뉴욕타임스(NYT), CNN 등 외신도 주목하는 가운데 판결에 의문을 품는 전문가를 인용하거나 삼성의 불법 이력 등을 자세히 소개한 외신과 달리 다수 국내 언론은 일방적인 삼성·재계 입장만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지난 5일(현지시간) <주식 및 회계 사기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삼성의 리더>(Samsung’s Leader Acquitted in Stock and Accounting Fraud Case) 기사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월요일 판결에 놀랐다며 한국 시장의 공정성과 사법부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NYT에 “이번 사건은 과거보다 후퇴한 사법 시스템을 확인시켜줬다”며 “한국의 정치권과 사법 당국이 재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합병 관련 뇌물로 유죄를 받았던 경위도 소개됐다. NYT는 “이 회장의 법적 문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탄핵되면서 시작됐다”며 “2017년 법원은 박 전 대통령 등에 89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했다.

▲ 5일 나온 파이낸셜타임스(FT) ‘삼성 회장, 주가 조작 및 사기 혐의 무죄 판결’(Samsung chair acquitted of stock manipulation and fraud charges) 기사.
▲ 5일 나온 파이낸셜타임스(FT) ‘삼성 회장, 주가 조작 및 사기 혐의 무죄 판결’(Samsung chair acquitted of stock manipulation and fraud charges) 기사.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5일 <삼성 회장, 주가 조작 및 사기 혐의 무죄 판결>(Samsung chair acquitted of stock manipulation and fraud charges) 기사에서 다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무죄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은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졌지만, 한국의 경제 정의라는 측면에선 할 말을 잃었다”며 “이번 판결은 합병 관련 이전의 모든 법원 판결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FT에 “이번 판결은 현 윤석열 정부의 정치 분위기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우 충격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국 법체계와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CNN도 무죄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박상인 교수를 인용했고 AP는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를 인용해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담았다.

국제경제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 ‘뉴스포터’를 운영하는 신혜리 에디터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선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회장이 기업에서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 미국에선 (삼성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판결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인용 비중도 외신에선 높았다”고 말했다.

신 에디터는 “(외신 입장에서) 큰 문제는 이런 판결을 봤을 때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를 하겠냐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의구심. 문제가 되는 판결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더 극대화될 수 있다는 시각을 많이 전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무죄에 ‘삼성2.0’ ‘뉴삼성’ 쏟아낸 언론]

이와 달리 한국언론은 다수가 삼성과 재계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신문방송모니터’를 내고 “대체로 1심 재판부 설명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1심 판결에 대한 각종 의문을 상세히 전한 것은 MBC와 경향신문, 한겨레뿐”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7일 나온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갈무리. 민언련 모니터 대상은 방송 기준 2024년 2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이고 신문 기준은 2024년 2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다.
▲ 지난 7일 나온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갈무리. 민언련 모니터 대상은 방송 기준 2024년 2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이고 신문 기준은 2024년 2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다.

민언련 분석에 따르면 종편4사와 조선일보, 2개 경제일간지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채널A, 경향신문,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1심 판결에 대한 이재용 회장 변호인 입장을 전달했다. 동시에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한국무역협회 전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목소리를 실어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에 대한 재계의 환영 입장을 부각했다.

경제지 기자 출신인 신혜리 에디터는 “한국 경제지에서 기업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싣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삼성은 언론사와 뗄 수 없는 최대 고객”이라며 “한국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때문에 삼성이 고통받았다는 논조를 보이고 외신은 삼성의 과거 행적을 짚으며 과연 이 판결이 맞을까하는 질문을 던져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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