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에 언론에선 정치권의 극단 대결·혐오의 정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피습 직후 ‘증오 정치를 청산하자’는 목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이를 다시 혐오와 정쟁 소재로 활용했다. 29일 아침신문들은 강성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 2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배현진 페이스북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배현진 페이스북

한겨레는 2면 기사 <이재명 피습 뒤에도 증오정치, 자성 없는 정치권 또 부메랑>에서 “혐오 정치 규탄은 말로만 그쳤다. 오히려 이 대표 피습 사건 대응을 위해 구성된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경찰·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의 사건 축소·왜곡 주장을 펼치며, 정쟁을 벌이는 모양새”라며 “국민의힘도 이를 두고 ‘음모론 생산공장’(윤재옥 원내대표)이라거나 ‘나치 히틀러가 떠오른다’(구자룡 비상대책위원) 등 거친 언사로 맞받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을 내고 정치권의 극단 대결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후 여야는 증오의 정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피의자 당적공개 논란, 헬기 사용 특혜론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강성 지지층들은 상대에 대한 증오를 쏟아냈다”며 “배 의원 피습 대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 때문’이라며 여권 책임론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저급한 선동의 정치’라며 민주당을 탓하는 공방이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여야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선 ‘촉법 소년을 이용한 좌파의 테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덮으려는 여권 자작극’이라는 막말이 난무했다. 정치인 피습마저 대결 재료로 소비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문화, 적대적 진영정치가 그대로라면 추가 테러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경향신문은 “정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윤 대통령의 ‘갈라치기 국정’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대 세력을 척결 대상으로 모는 대통령의 과도한 언행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1차적 책임은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있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은 외면한 채 자극·폭력적인 언사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정치의 품격은 무너지고 국회는 피가 넘치는 검투장이 되고 말았다”며 “여기에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가 음모론과 마타도어를 살포하고, 강성 팬덤이 장악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분노를 조직화하면서 ‘증오의 정치’는 갈수록 심해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보다 근본적으론 여야가 과격한 언동으로 강성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일시적으론 그런 행태가 선거에 유리할 듯싶어도 장기적으론 여야의 공멸, 정치의 종말을 불러온다는 것을 이번 테러 사건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했다. 

‘AI 악용’ 가짜 콘텐츠 확산에 커지는 규제 목소리

인공지능(AI) 악용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 논란이 됐다. 미국 뉴햄프셔주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와 비슷한 ‘가짜 전화’가 유권자들에게 걸려온 일도 있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스위프트도 당해… ‘AI 딥페이크’ 파문>에서 “테크 기업과 세계 각국이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던 딥페이크 대응책이 수퍼스타인 스위프트 사건을 계기로 급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USA투데이는 ‘스위프트 사건은 딥페이크 위협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했다. 누구나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AI가 보편화되면서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도 딥페이크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짜 스위프트’에 뒤집힌 美…백악관·의회도 “AI 규제”>에선 뒤늦은 딥페이크 규제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스위프트 같은 수퍼스타를 노렸음에도, 소셜미디어의 안전장치는 뒤늦게 작동했고 완벽하지도 않았다”며 “포브스는 ‘지금까지 유명한 딥페이크가 수없이 있었고, AI 등 기술 발전으로 더 멈추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도 거듭 있었다’면서 ‘스위프트의 딥페이크가 나오고서야 백악관과 미 의회가 움직였다’고 했다.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던 정치권을 비꼰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 <총선 앞 한국도 ‘AI 악용’ 비상>에서 한국의 제22대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인공지능이 선거에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내에선 이번 총선부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경향신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I 전문가와 모니터링 전담요원 등으로 구성된 감별반을 운영하며, 포털·AI 플랫폼 관계사 등과 협조해 위법성이 의심되는 댓글을 비롯한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삭제키로 했다”고 전했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거꾸로 악용’ 사례도 지적됐다. 조선일보는 기사 <불리하면, 진실도 딥페이크라 우기는 정치인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사례로 들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실언과 실수를 모아놓은 폭스뉴스 광고에 대해 “나를 조 바이든처럼 나쁘고 한심하게 보이게 하려고 가짜 TV 광고에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해당 광고에는 트럼프가 ‘익명(anonymous)’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산불이 난 마을의 이름을 ‘파라다이스(paradise)’가 아닌 ‘기쁨(pleasure)’이라고 잘못 말한 영상이 담겼다”며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AI가 만든 영상이라고 거짓말했다”고 했다. 

대통령 방송대담 계획에 동아 칼럼 “얻는 것 없이 꼼수 논란만 부를 것”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 대담 계획에 “안이하고 자기중심적인 발상”이라며 “얻는 것은 없이 ‘꼼수’ 논란만 부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러 언론에선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방송사 대담 형식으로 김건희 여사 논란을 비롯한 현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는 가능성이 거론됐다. 대담 방송사로는 KBS가 거론되고 있다.

천 논설주간은 ‘천광암 칼럼’에서 “윤 대통령의 회견이 보수층·중도층·진보층을 가리지 않고 다수 국민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가능한 한 다양한 언론사가 참여해야 하고, 모두에게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정한 질문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특정 언론사와만 대담을 한다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약속 대담’ ‘짬짜미 대담’ 논란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대담 방송사로 거론되는 KBS는 보도 공정성과 편향성을 둘러싸고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윤 대통령이 회견을 한다고 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수그러질지는 알 수 없다”며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지, 어떤 수위로 할지,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다만 껄끄러운 질문이나 장면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국민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고 부정적인 효과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어떤 회견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이 말 안에 답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 “낙인·폭력의 벽에 균열 낸 ‘미투’의 시작” 서지현 전 검사 인터뷰

한겨레가 <법의 저울 위, 미투 6년> 기획을 통해 서지현 전 검사를 인터뷰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서지현 전 검사의 대담을 기록한 형식이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편집자주를 통해 “2018년 1월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찰 내에서 벌어진 강제추행 피해 사실과 인사 불이익의 과정이 기록돼 있었다. 미투의 시작이었다”며 “수많은 여성이 유폐됐던 성폭력을 증언하고 또 연대했다. 그렇게 6년이 흐른 오늘, 한겨레는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서지현을 만났다. 서지현의 7번의 재판과 그 이후 법정에 선 미투 사건들을 살피며, 법원의 변화와 한계도 짚었다”고 밝혔다. 

서지현 전 검사는 기사 <낙인·폭력의 벽에 균열 낸 ‘미투’, 서지현 “무너졌지만, 기적이었다”>에서 “미투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모든 것을 꺼내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다른 미래를 꿈꾸는 일이다. 그것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싸움이나, 개인과 조직의 싸움으로 변질시킨다면, 우리는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것”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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