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대표 신문의 하나로 꼽히는 불교신문 주필과 편집국장이 취재기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기자에게 폭언한 뒤 동의 없이 비취재부서로 전보하거나 ‘점심시간 미준수’와 이석 등을 문제 삼아 경위서 제출을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1일 불교신문 A 주필과 B 편집국장이 취재기자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서울노동청은 해당 주필과 편집국장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불교신문에 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병행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진정 내용 등 취재에 따르면, A 주필은 지난해 4월 사내 공동연수(워크숍)에서 취재기자인 C씨와 인사 등 회사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논쟁하던 중 ‘이 새끼야’ 등 폭언을 한 뒤 ‘내근하라. 내일부터 출입처 없다. 나는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실제로 연수 직후인 5월 초 C 기자는 취재와 기사 작성 업무에서 배제되고 외부기고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 같은 달 중순 사측은 그간 신입기자들이 담당해왔던 공용 카메라, 노트북 등 정비 업무를 11년차인 C 기자에게 맡겼다.

▲불교신문 로고
▲불교신문 로고

C 기자가 노동청에 제출한 당시 부서장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B 국장은 ‘(C 기자가) 사무실 밖으로, 특히 (C 기자의 출입처였던) 총무원에 나가지 말게 하라’는 지시를 덧붙였고 부서장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불교신문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조계사, 조계종 총무원과 함께 위치해있다.

진정을 제기한 C 기자 측은 “출입처를 박탈함에 있어 진정인(C 기자)이나 담당 취재부장과 어떠한 상의도 없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출입처 박탈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괴롭힘 행위”라고 주장했다.

A 주필과 B 국장이 지난해 7월 부서장에게 ‘C 기자를 회사에서 내보내라’고 지시했다는 부서장의 증언도 노동청에 제출됐다. 해당 부서장은 이들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측은 그해 11월 C 기자를 업무국 독자부로 전보 발령했다. C 기자는 동의 없는 부당전보라는 입장이다.

이들이 경위서 작성 지시를 남발해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도 진정에 포함됐다. C 기자가 SNS로 받은 받은 경위서 작성 지시 내용과 당시 부서장의 사실확인서 등에 따르면, B 국장은 지난해 8~9월 C 기자의 요일별, 시간별 업무일지와 자리를 비운 시간, 이유를 포함한 ‘자리 비움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C 기자는 전화 통화와 화장실 용무로 자리를 비웠다고 경위서를 썼다.

이 기간 B 국장은 동료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C 기자에게만 정오 이전에 자리를 뜬 이유에 대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A 주필이 7월 하순 점심시간 준수 등 근태관리를 강조해 공지한 뒤 일어났다는 것이 C 기자 측 설명이다.

불교신문은 조계종 종단지로 총무원장이 편집국장과 주필을 포함한 전 임원을 임명하는 구조다. 주필인 A씨는 종단 내 최고 실세로 불리던 자승스님의 측근으로 현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사무총장, 동국출판문화원 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내며 교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A 주필이 임명된 2022년 이후 불교신문은 결재선상 주필 승인을 편집국장·업무국장보다 높은 최상위 승인단계로 만들었다.

A 주필은 22일 자신에게 제기된 폭언과 취재업무 박탈, 경위서 남발과 차별적 지시 진정 내용에 대해 문자메시지로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힌 뒤 “현재 진정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어떤 내용이 사실과 다른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B 편집국장은 같은 날 “특정 직원에 대해 외부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메시지로 밝혔다.

불교신문 주필과 사장, 편집국장 등 임면권을 지닌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측 담당자(총무부장)는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노동청에서 당사자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불교신문 사장인 삼조 스님의 입장을 듣기 위해 19~22일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