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17일,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KBS 드라마 <진달래꽃 필때까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진달래꽃 필 때까지>는 1998년 1월5일부터 26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한 총 8부작 월화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만수대 무용단 출신 탈북자 신영희씨가 1996년 쓴 동명의 수필을 원작으로 했는데 북한 사회 내부를 그렸다. 드라마에서 신씨에 해당하는 주명희 역은 배우 염정아씨가 맡았다.

▲ KBS 드라마 '진달래꽃 필때까지' 한 장면. 사진=유튜브 'KBS 같이삽시다' 갈무리
▲ KBS 드라마 '진달래꽃 필때까지' 한 장면. 사진=유튜브 'KBS 같이삽시다' 갈무리

북한의 대남선전용 평양방송은 1월17일 논평을 통해 남조선괴뢰들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 끝내 텔레비전 연속극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만들어 방영하고 있다” 면서 “우리는 이것을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 정치적 선전포고로 간주해 도발자들에게 이미 필요한 계산을 해놓고 있다”고 했다. 

또 평양방송은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방송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새해 벽두부터 반북 모략극을 만들어 방영, 남북관계를 또 다시 대결의 극한점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연속극 방영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될 때 그로부터 생겨나는 후과는 남조선 당국과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작자 신영희씨가 북에 남겨진 가족이 위험에 빠질 것을 우려해 KBS에 드라마 제작 동의를 했다가 번복하고 KBS에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1998년 1월5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이를 기각했다. 1월6일자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당시 재판부는 신씨가 1997년 1월 드라마 작가, 연출가 등과 만나 책(진달래꽃 필때까지)의 드라마 제작에 동의했는데 북한내 가족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같은 책이 신씨 승낙 아래 일본에서도 출판된 점 등을 고려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997년 11월17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KBS는 저작권을 출판사 문예당에서 300만 원에 샀고, 신씨에게는 뮤지컬 ‘시집가는 날’ 출연료로 5000만 원을 제공했다. 당시 KBS는 “북한출신 무용수의 비극적이고 운명적인 삶을 통해 전체주의사회 인권왜곡과 북한체제 모순을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했다. 

같은해 11월18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북한은 16일 평양방송을 통해 “KBS가 동족 사이에 불화를 조성하고 대결과 분열, 전쟁을 선동하는 용납 못할 반역행위를 하고 있다”며 “KBS 2TV 창작단의 존재 자체를 하늘로 날려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2TV 창작단의 모략자들이 악랄한 도발을 걸면서 선불질을 하는 이상 그에 대해 단단히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속극 창작에 가담한 자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에서 성명을 낸 다음날인 17일 KBS는 성명에서 “제작 중인 드라마를 두고 폭파, 살해 협박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행위”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KBS 방송 내용을 문제삼기 앞서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북한 내 인권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예술인들의 창작 자유를 보장하라”고 했다. 

▲ KBS 드라마 '진달래꽃 필때까지' 한 장면. 사진=유튜브 'KBS 같이삽시다' 갈무리
▲ KBS 드라마 '진달래꽃 필때까지' 한 장면. 사진=유튜브 'KBS 같이삽시다' 갈무리

한편 1981년 1월17일, 신군부가 만든 관제야당(어용야당) 민주한국당(민한당)이 창당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창당자금을 제공하고 공천자 명단과 당직 임명까지 관여했다. 1980년 11월 정치규제에서 풀려난 일부 신민당 의원들이 이날 창당대회를 열고 신민당(신한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유치송을 당 총재로 추대했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신민당에게 제1야당 자리를 넘겨주고 1987년 6월 항쟁 이후 치러진 1988년 13대 총선에서 후보자 전원이 낙선하면서 정당법에 따라 정당등록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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