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울산방송 아나운서가 8년여 간 일해온 울산 중구 학산동 U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UBC가 법원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이 아나운서에 단시간 업무를 지시하다 당사자 동의 없이 본래 업무와 무관한 뉴스편집 업무에 배치한 데 항의하면서다.

UBC 아나운서 이산하씨는 15일 아침 출근길 UBC 사옥 앞에서 회사를 상대로 ‘온전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는 ‘부당한 업무 전환은 퇴사 강요! 법원이 인정한 정규직 아나운서의 권리를 지켜라’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이산하씨는 15일 아침 출근길 U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산하 아나운서 제공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이산하씨는 15일 아침 출근길 U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산하 아나운서 제공

이 아나운서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라는 벼랑 끝의 마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근로자성을 인정 받았지만 회사의 괴롭힘과 고립은 점점 심해졌다. 처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결심했을 때처럼, 회사가 법 취지를 거스르고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라’고 말하는 태도가 분노스럽기도 했다.”

이 아나운서는 “지금도 두렵기는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방송국이지 않나. 방송국은 정의를 말하는 곳이고 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니, 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뉴스 앵커와 기상캐스터 등 방송 진행 업무를 수행했다. UBC 보도화면 유튜브 갈무리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뉴스 앵커와 기상캐스터 등 방송 진행 업무를 수행했다. UBC 보도화면 유튜브 갈무리

이 아나운서는 지난 2021년 UBC로부터 부당해고를 겪은 뒤 노동위원회 초심과 재심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받고 복직했다. UBC는 2015~2021년 계약서 없이 기상캐스터와 뉴스앵커, 라디오 진행, 행사 진행, 취재기자 업무를 해온 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동위와 서울행정법원은 거듭 이 아나운서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판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뉴스 진행 업무의 내용은 정규직 아나운서와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며 “다른 아나운서들과 함께 주말 당직업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아나운서는 복직 뒤 2년여 간 근로계약을 맺지 못한 채 단시간 노동을 해오고 있다. UBC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거나 “적격성이 부족하면 계약 해지” 등 독소조항을 담은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면서다. UBC는 4~6시간 근무를 지시하고 ‘최저시급 수준’에 맞추면서 월 급여는 140만~170만원 대로 줄었다. UBC는 이달부턴 이 아나운서에게 맡기던 유일한 프로그램인 날씨방송을 폐지한 뒤 그를 ‘편집요원’에 배치 통보했다.

이 아나운서 측은 이 같은 UBC 조치가 보복성 ‘갑질’에 해당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UBC가 그의 동의 없이 본래 업무와 무관한 직무에 통보한 데다, 과거 그가 맡았던 방송 프로그램에는 또다른 프리랜서를 배치한 점 등을 들어서다.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뉴스 앵커와 선거 개표상황 중계 리포트 등 방송진행 업무를 수행했다. UBC 보도화면 유튜브 갈무리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뉴스 앵커와 선거 개표상황 중계 리포트 등 방송진행 업무를 수행했다. UBC 보도화면 유튜브 갈무리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이산하씨는 15일 아침 출근길 U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산하 아나운서 제공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이산하씨는 15일 아침 출근길 U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산하 아나운서 제공

노동위에서 이 아나운서를 대리한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방송 제작, 특히 아나운서와 같은 직업을 희망하는 노동자들은 일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을 중시한다. 이에 이런 직업은 종종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UBC는 업무 전환을 통해 이 아나운서와 같은 방송 출연 직군의 재직 동기를 제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를 퇴사시키려는 UBC의 처음 의도와 일치하는 조치로 해석된다”고 우려했다.

UBC 측 경영정책국 담당자는 이 아나운서의 1인 시위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과 노동당 울산시당 등이 결성한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가칭)’은 오는 18일 UBC 사옥 앞에서 UBC의 이산하 아나운서 부당전보를 규탄하고 ‘온전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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