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예산을 공동 취재하던 충청리뷰 기자들이 지난해 말 모두 퇴사했다. 회사 측에서 해당 기사를 내보내지 않으면서 결국 기자들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충북 지역에선 창간 30년된 충청리뷰가 이제 생명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측에선 기자들 퇴사가 검찰 비판 기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충청 지역주간지인 충청리뷰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발행한 1299호 1면에 이재표 편집국장과 박소영 편집부국장의 의원면직을 사고로 냈다. 본사(청주) 편집국에 있던 나머지 두 기자도 지난해 11~12월 회사를 떠났다. 충청리뷰는 진천·음성·충주 주재기자로 있던 김천수 기자를 차기 국장에 임명했다. 

▲ 충청리뷰 지난해 12월29일자 1면. 이재표 편집국장과 박소영 편집부국장을 12월31일자로 의원면직한다는 알림을 게재했다
▲ 충청리뷰 지난해 12월29일자 1면. 이재표 편집국장과 박소영 편집부국장을 12월31일자로 의원면직한다는 알림을 게재했다

이는 지난해 9~10월에는 편집국장을 보직해임했다가 철회한 사태의 연장이다. 지난해 9월27일자 신문에 이재표 당시 편집국장 칼럼이 당사자도 모르게 빠졌고 이날 이 국장은 편집국장 보직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날 빠진 칼럼에선 타 매체와 달리 충청리뷰에서 검찰 예산 검증 보도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다뤘다. 그는 ‘할 말’이란 해당 칼럼에서 “충청리뷰 ‘총체(總體)’의 동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측에서 보도를 막고 있다는 내용을 암시했다. 비판이 나오자 회사는 10월4일 편집국장 보직해임을 철회하고, 이 국장에게 사과했다. 

▲ 지난해 9월말 지면에 실릴 예정이었다가 무단 삭제됐던 칼럼. 이재표 당시 편집국장은 보직해임 철회 이후 지난해 10월9일 해당 칼럼을 충청리뷰 누리집에 올렸다.
▲ 지난해 9월말 지면에 실릴 예정이었다가 무단 삭제됐던 칼럼. 이재표 당시 편집국장은 보직해임 철회 이후 지난해 10월9일 해당 칼럼을 충청리뷰 누리집에 올렸다.

충청리뷰는 뉴스타파 등 언론사와 3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 일원이다. 지난해 7월 구성한 공동취재단에는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을 대상으로 검찰의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 문제를 검증하고 있는데 충청리뷰는 청주지방검찰청을 포함해 충주지청, 제천지청, 영동지청 등 충북도에 있는 4개 검찰청과 지청의 관련 서류를 정보공개청구로 받았다.

이재표 전 국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23년이 충청리뷰 창간 30주년이기도 하고 심층보도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뉴스타파 등과 협업하기로 했는데, 사측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기획단계부터 회사에 얘기를 했다”며 “(김학성) 대표가 ‘품이 많이 드니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만큼 저항이 없었는데 어느 날 부르더니 ‘대주주가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충청리뷰의 대주주는 충북 진천에서 레미콘·아스콘 제조업을 하는 금성개발 임원이다. 금성개발 측은 충북 지역 다수 언론사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국장은 자신이 대주주를 찾아갔지만 대주주가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 지난 2017년 충청리뷰의 대주주 관련 기사 갈무리
▲ 지난 2017년 충청리뷰의 대주주 관련 기사 갈무리

김학성 대표는 MBC충북에서 회계부장·경영국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 3월 충청리뷰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현재 충청리뷰 대표를 맡으면서 최근 개발된 충북 청주 동남지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운영하고 있다. 

청주 본사에서 근무하던 기자들이 모두 충청리뷰를 떠나자 시민단체에서 비판이 나왔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충북민언련)은 지난 10일 <검찰에 굴복한 충청리뷰, 그들의 생명력은 끝났다>란 논평을 내고 “충청리뷰의 30년이 이토록 허망하게 막을 내리리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허탈감과 충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충청리뷰 대주주는 편집국장을 포함한 기자들의 집단 퇴사로 인해 매체를 장악했다고 착각하지 말라. ‘충청리뷰’라는 제호를 달고 신문이 계속 발행되더라도 그것은 종이 묶음일뿐 더 이상 충청리뷰가 아니다”라고 했다.  

충북민언련은 “언론의 가치는 신뢰받는 언론인들과 그 신뢰를 구독하는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충청리뷰는 언론사로서 가진 유일한 자산을 송두리째 버림으로써 생명력을 스스로 끊었다”고도 했다. 

박소영 전 부국장은 지난해 12월29일 SNS에 “독자와 선배들, 충청리뷰 그 이름을 기억하고 아끼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고 저항했다는 걸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썼다. 충북민언련은 해당 내용을 인용하며 “그 외로운 싸움에서 신문사를 지켜온 기자들이 쉬운 타협의 길이 아닌 수십 년 몸담은 고향을 떠나는 결단을 내린 데에 큰 존경과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끝으로 “충북 지역언론의 등불 하나가 꺼졌다”며 “좋은 언론 하나를 잃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오는데 피해를 무엇으로 메워야 할지 암울하다”고 했다. 

충청리뷰 측은 검찰 관련 보도와 기자들 퇴사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학성 충청리뷰 대표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것(검찰 예산 보도 문제)과 상관이 없다”며 “기자들 일신상 사유로 그만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특활비 사안은 왜 기사가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그것과 (기자들 퇴사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대주주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김 대표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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