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예산 검증 보도에 대한 이견으로 편집국장을 해임했던 지역언론 ‘충청리뷰’가 국장 해임을 철회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편집국장을 포함한 기자들은 편집권 침해 논란을 부른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며 검찰 검증 보도를 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4일 오전 충청리뷰는 이재표 편집국장에 대한 보직해임 인사를 철회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김학성 충청리뷰 대표는 이 국장에게 사과 뜻을 밝혔고 지난달 27일 통보했던 기존 보직해임 인사발령을 철회했다.

이 국장은 5일 통화에서 “명절이 끝나고 돌아오니 대표가 사과하면서 (보직해임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나와 기자들은 충청리뷰 경영진이 편집권 독립을 보장한 회사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한다. 대표와 기획실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재표 충청리뷰 편집국장. 사진=이재표 페이스북.
▲ 이재표 충청리뷰 편집국장. 사진=이재표 페이스북.

충청리뷰 편집규약 3조는 “충청리뷰 편집권은 기자들이 공유하며 최종 권한과 책임은 편집국장에게 있다. 회사는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에 따라 어떤 이유로도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영진이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충청리뷰는 뉴스타파를 주축으로 구성된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 일원으로 충북도 4개 검찰청과 지청의 예산 관련 서류를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내 보도를 준비 중이다. 기자들과 달리 사측은 보도 출고에 난색을 표하며 현재까지 보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국장은 칼럼을 통해 “충청리뷰는 뉴스타파 등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검사장과 지청장 업무추진비를 분석하는 보도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아직 보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리뷰 ‘총체(總體)’의 동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내부 상황을 알렸으나 이 칼럼은 지난달 27일자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이 국장은 지난달 27일 통화에서 “어제(26일) 마감을 끝내고 퇴근했는데 오늘 배달된 신문을 보니 내 칼럼이 빠져 있었다. 내가 퇴근한 후 누군가 편집 서버에 업로드된 기사 자료를 싹 지웠다”며 사측의 칼럼 삭제 조치를 문제 삼았다.

이에 충청리뷰동행구독위원회, 충청리뷰사태대책위원회 등 단체는 4일 성명을 통해 “충청리뷰가 검찰의 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검증하고자 한 것은 참으로 훌륭하고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경영진은 편집국의 정당한 기사 작성과 편집에 간여하고 이재표 편집국장을 보직해임하는 한편 기사를 임의로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2023년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충청리뷰의 정신과 역사를 망각한 편집권 침해와 언론 정의 훼손은 언론의 책임과 언론인의 사명을 무시한 것”이라며 “소유, 경영, 편집을 분리하지 않거나 소유자와 주주가 편집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는 것은 언론의 본질을 망각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곳의 시민단체는 검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해 3년 5개월 만인 지난 4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의 최종 공개 판결을 받아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곳의 시민단체는 검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해 3년 5개월 만인 지난 4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의 최종 공개 판결을 받아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김학성 충청리뷰 대표는 지난달 27일 통화에서 검찰 예산 검증에 우려를 표명한 까닭에 “아시다시피 (검찰 예산 검증 보도는)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우리가 직접 취재한 내용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굳이 관여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편집국장 보직해임 인사를 낸 데 대해서도 “이 국장은 두 번이나 스스로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회사 입장에선 국장 공백을 대비해야 하니 ‘언제까지 신문 제작에 관여할 것인가’ 물었고, 9월26일까지 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번 인사발령은 이재표 국장 본인 뜻을 수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디어오늘은 국장 해임 철회와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한 김 대표의 추가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5일 오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충청리뷰는 1994년 1월 충북권 시사 월간지로 창간했다. 초대 발행인은 당시 해직교사였던 도종환 시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올곧은 말 결고운 글’을 지향하며 진보적 언론 운동을 벌였다.

2002년에는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기사를 통해 △불구속수사 원칙에도 구속자가 양산되는 등 검찰의 인권 침해가 만연해 있으며 △일부 지역 인사들이 검찰을 내세워 호가호위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가 청주지검이 충청리뷰 주주 관련 회사와 광고주에 대한 수사를 벌여 언론 탄압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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