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잘한 일은 뉴스가 안 되고 잘못한 일은 뉴스가 된다. 언론의 속성이 그렇다. 2023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으로 무려 100조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했다. 수익률도 사상 최대인 12%를 기록한다. 이 사실은 지난 1월 5일에 알려졌는데 이후 나흘간 32건의 기사가 나왔다. 빅카인즈 기준 일간지, 경제지, 방송 기사를 다 합친 기사 숫자다. 

2022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으로는 80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률은 -8.2%를 기록했다. 80조원의 손실이 알려진 23년 3월 2일 이후 나흘간 같은 기준으로 파악한 기사 수는 134건을 기록했다. 사설만 12개가 나왔다. 물론, 최고의 수익률에 대한 사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좋았을 때는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다가 수익률이 나쁠 때 기사가 쏟아지는 것은 언론의 속성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시 한국경제, 문화일보 등은 사설에서 국민연금 손실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가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여전히 전주에 있지만 23년도 수익률은 사상 최대다. 23년도 당시 사설에서 주장한 논리가 매우 어색해졌다는 사실은 지적하고 싶다.

수익률이 나쁠 때만 기사가 쏟아지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연금 운용성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1988년 국민연금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국민연금 기금에 약 1000조원의 적립금이 쌓여있다. 여기에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낸 기여금은 절반도 안 된다. 놀랍게도 국민연금 운용에 따른 수익금 누적액이 약 550조원을 초과한다. 

적립금 1000조원의 절반 이상은 가입자가 낸 기여금이 아니라 기금운용을 통해 발생한 성과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금 운용 수익 성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쁜 성과는 아니다. 고위험 투자를 할 수 없는 국민연금 구조를 감안해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재작년 -8.2% 손실을 봤을 때도 해외 5대 연기금 평균 수익률 -10.6%보다는 선방했다. 주식 비중이 낮은 국민연금 특징이 손실 폭을 줄이는 장점과 장기 수익률을 낮추는 한계를 동시에 나타낸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공포 마케팅’ 기사가 많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소진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기사가 나왔다. 물론 국민연금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적립식이 아니라 부과식으로 전환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즉,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는 것과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이는 마치 현재 매년 기초연금을 받지만, 기초연금 적립금은 애초부터 0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일보 1월6일 기사. 
▲조선일보 1월6일 기사. 

그런데 국민연금 수익률이 올랐다고 해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긍정하는 기사는 많지 않다. ‘작년에 사상 최대 12% 깜짝 수익률…국민연금 효자종목 분석해보니’ 같은 기사를 보자. 국민연금 손실은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하고 국민연금 수익은 우연의 효과로 해석한다는 경향성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수익률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 기사까지 나왔다. 뉴스의 속성이 부정적인 일에 대비하는 ‘레드팀’의 역할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적 편견이 언론의 국민연금 기사의 부정적 편향성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고 싶다. 

그런데 언론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부정적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인하했다는 기사다. 직장인과 지역가입자의 차별을 줄이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가입자의 기여금을 낮추면 어쩔 수 없이 건강보험료 재정은 악화 될 수밖에 없다. 

즉,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차별을 막는 긍정적 측면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정책인데, 이때 언론 보도는 주로 긍정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료 국고지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국회에서 이를 추가로 삭감해서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쳐도 별로 기사화가 되지 않는다. 언론은 어떤 때 부정적인 기사를 주로 쓰고 어떤 때 긍정적인 기사를 주로 쓸까. 논의해 볼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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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월5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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