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방통심의위 회의가 위원장 포함 여권 심의위원 전원 불참으로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야권 위원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어 류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을 비판하고 의혹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 고발 등 모든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야권 추천 심의위원 3인(옥시찬·김유진·윤성옥)의 요청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전체회의는 회의 개최 약 3시간 전 개의 정족수 미달로 취소됐다. 야권 위원들은 지난달 29일 ‘청부민원 의혹(민원신청 사주 의혹) 진상규명 및 위원회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회의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달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서가 제출되면서 본격화됐다.

류 위원장 포함 4인의 여권 위원들은 ‘예정된 일정’을 이유로 당일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3일 “류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무산시키고자 예정에 없던 일정을 급하게 만들었다”며 “기자들로부터 도망다니고, 야권 위원들이 소집 요청한 회의를 고의로 무산시키는 류 위원장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옥시찬, 김유진 위원은 회의가 예정됐던 시간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오는 8일 정기 전체회의에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안건을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관련 안건은 △청부민원 의혹 제기에 대한 위원장의 부적절한 대응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 방안 마련 △방통심의위 신뢰 회복 및 사무처 안정화 방안 마련 등이다.

▲ 옥시찬(왼쪽), 김유진 위원은 3일 예정됐던 전체회의 시간에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 옥시찬(왼쪽), 김유진 위원은 3일 예정됐던 전체회의 시간에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야권 위원들은 민원사주 의혹 당사자인 류 위원장이 방통심의위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방통심의위를 통해 배포한 본인 명의 보도자료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민원인 신분 유출’로 규정하고 언론의 인용보도 금지를 요구했다. 27일엔 방통심의위가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특별감찰반을 꾸리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야권 위원들은 “위원장 개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작성한 입장문을 위원회 공적 업무 인력과 절차를 이용해 보도자료를 배포해 위원회 조직을 사유화했다”며 “‘제2의 허위조작 녹취록 사태’를 언급하고,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며 언론 통제를 시도했다. 이는 방심위원장으로서 언론을 겁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부심의 의혹에 대한 사과, 해명 없이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사태를 호도하고, 특별감찰과 수사 의뢰 등 공익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탄압 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청부심의 의혹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어떠한 논의도 이뤄진 바 없으며, 3인의 위원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일체의 탄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 고발 등 모든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 3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주관으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즉각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윤유경 기자.
▲ 3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주관으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즉각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윤유경 기자.

류 위원장의 공익제보자 색출 지시가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원사주 의혹은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연관된 사안이기에 위원장이 감사를 지시하고 수사를 의뢰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라는 것이다. 야권 위원들은 류 위원장이 본인 관련 의혹을 논의할 차후 전체회의도 회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심의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내부 진상규명 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야권 위원들은 “류 위원장은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 지시와 수사 의뢰 외에는 어떠한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권익위 신고나 외부 단체들의 고발과는 별도로 방통심의위 차원에서 의혹에 대한 본질을 철저하게 진상규명 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 위원들은 이어 심의위원 전원이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해당 의혹에 대한 류 위원장 업무 지시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유진 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가 올린 안건들은 정파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 고발 등 중단은 위원회를 정상 운영하기 위해 통과시켜야 하는 문제”라며 “여권 위원들도 전향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옥시찬 위원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하면 감사, 조사 결과 공포 등은 법률로 금지돼있다. 다른 법과 충돌할 땐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우선 적용하게 돼 있는 특별법 지위”라며 “위원장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여러 행위를 하는 건 그 자체가 범법 행위다. 류 위원장은 그걸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