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민원 신청을 사주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해명 대신 내부 공익제보자 ‘색출’에 나서자 이를 규탄하는 언론·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장은 류희림 위원장이 직원들 신임을 잃어 “이미 내부에선 탄핵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3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주관으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즉각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윤유경 기자.
▲ 3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주관으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즉각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윤유경 기자.

3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주관으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즉각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방통심의위원장은 대통령에게 해촉 권한이 있다. 이진순 민언련 공동대표, 김태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팀장,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장, 오상석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홍주환 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부지부장이 참석했고 30여개 시민단체의 공동성명도 나왔다.

류희림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민원 사주 의혹은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본질이라며 기자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민원인들이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준희 지부장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나”라며 “어제 방심위 시무식에 직원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무엇이 두려웠길래 직원들 없이 실국장 몇 명과 시무식을 했을까”라고 말했다.

이미 류 위원장이 직원들 신임을 잃었다는 평가다. 김 지부장은 “(위원장) 신년사를 들으라고 내부에서 생중계 했는데 듣다 보니 기가 차서 방송을 꺼버린 팀도 있다고 한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에 악수를 청했다는데 악수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비누로 손을 씻은 직원도 있다고 한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 내부에서 이미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 분노가 아우성치고 있다”며 “류희림 위원장은 해촉 대상이 아니라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 3일 열린 류희림 해촉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진순 민언련 대표. 사진=윤유경 기자
▲ 3일 열린 류희림 해촉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진순 민언련 대표. 사진=윤유경 기자

류희림 위원장이 과거에도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진순 민언련 공동대표는 “류희림 위원장 가족과 친척의 단결력, 단합력은 참으로 놀랍다”며 “류희림 위원장이 YTN플러스 대표이사일 때 본인의 부인이 교장으로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누나가 운영하는 ‘버들식당’ 등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광고성 홍보 기사를 25차례나 YTN을 통해 보도했다. 그것에 대한 품앗이였을까”라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현재 ‘민원신청 사주’ 의혹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특별감찰반에 나선 상황이다. 감찰반 구성은 비자발적 인사로 위원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템상 민원 열람 로그 기록이 남아 사내 감찰로 제보자 색출이 가능해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보자 측은 권익위에 제보자 색출 중단을 위한 조치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없는 상황이다.

김태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팀장은 “권익위는 국가 부패를 총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기관이다. 마땅히 이 사건 진상을 조사하고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권익위 조사와 조치만을 기다릴 수가 없다. 불신 때문”이라며 “지금 방송통신위원장부터가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이고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현재 공수처장 후보로 유력하게 추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상석 호루라기재단 이사는 “공익제보자의 길은 매우 험난하다. 내부 조직의 비리를 고발하게 되면 피고발자가 먼저 하는 일은 제보자를 색출하는 일”이라며 “방통심의위에서 여지 없이 (이 같은 색출 작업이) 발생하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공익제보자에 대해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공언하는 거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하겠다는 류희림 위원장을 현행법 위반으로 신속히 고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관련 의혹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홍주환 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부지부장은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가짜뉴스를 잡는다고 할 땐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더니 청부 민원 의혹이 보도되니 모르겠다고 한다. 방통심의위는 독립기구여서 개입도, 논평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검사가) 가족, 지인을 동원해 무더기로 고발장을 제출하고 검사가 직접 사건을 지휘했다면 당장 징계하고 파면해야 할 것이다. 지금 류희림 위원장의 작태가 그렇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침묵을 멈추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엄중 조치’를 예고한 이후 방통심의위가 KBS, MBC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기까지 관련 방송에 대한 민원인은 60여 명, 민원 건수는 160여 건이다. 이 중 지난해 9월4일부터 9월7일까지 제기된 40여 명(100여 건)의 민원이 위원장과 직간접적인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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