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민원사주’, ‘정치심의’ 등 문제 제기가 나올 때마다 회의를 정회하거나 종료해온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방심위원 발언 제한을 골자로 한 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방심위 노동조합은 “방심위를 사실상 독임제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에 따르면 방심위는 소위원장과 위원장의 권한으로 △위원 간 발언시간을 균등하게 정할 수 있고 △위원이 회의장에서 규칙을 위반해 회의장 질서를 어지렵혔을 때에는 경고나 제지할 수 있고 △회의장이 소란해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는 회의를 중지하거나 폐회를 선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발언, 폭력 행사, 회의 중 소란한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하는 행위 또한 회의에서 금지된다고 명시된다. 개정된 규칙은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 적용된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송소위원장도 맡고 있으며 통신소위원장은 여권 추천 황성욱 위원이다. 여권 추천 위원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셈이다.

방심위 기본규칙 개정규칙안은 현재 전략기획팀이 각 부서에 검토 의견을 요청한 상황으로 의견 접수 기한은 내달 2일까지다. 이후 방심위 상임위원 회의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방심위 상임위원은 여권 추천 2인(류희림·황성욱)뿐이고 전체회의 역시 여야 6대2 구조라 일방적인 의결이 가능하다.

▲  방심위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 참조자료.
▲ 방심위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 참조자료.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해당 조항들은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규칙, 국회법 145조 회의 질서 유지 조항 등을 참고한 것이다. 방심위는 규칙안 자료에서 “현행 규칙에는 위원 발언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등으로 합의제 기관의 설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명시적 규정이 미비하다”면서 “효율적인 회의 진행 및 위원별 의사 발언 형평성을 유지해 합의제 기관의 정신에 입각해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사실상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발언을 제지하기 위한 개정이라는 지적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 심의 민원을 넣었다는 ‘민원사주’ 의혹이 지난해 12월 불거지자 회의를 거듭 파행시켰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방심위 공정성을 위해 해명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답변을 피하다 회의장을 나가버리는 식이다.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도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이 “선방심의위 구성에 대해선 류희림 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위원장이 위원들의 동의 없이 선방심의위를 구성했다고 비판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수결로 정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더 이상 회의 진행은 의미가 없다”며 회의를 끝내버렸다. 야권 추천 위원은 “책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위원장이 회의 당일 자정까지 폐회를 선포하지 못한 때에는 회의가 자동으로 종료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도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8일 야권 추천 위원들 요구로 ‘민원사주’ 진상규명 안건이 상정된 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회의가 정회됐는데 방심위 법무팀은 ‘안건이 자동 폐기된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번 신설 조항은 이러한 해석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준다. 방심위 법무팀은 해석을 내놓을 당시 “정회되고 나서 따로 입법례를 찾아보니 찾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국회법, 방통위 설치법 등 모두 (입법례가) 없었다”며 “일부 지방의회 규칙을 봤더니 정회 후 자정을 넘겨도 속개가 되지 않는다면 회의가 산회되는 것으로 봤다.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유사한 판례가 있어 그런 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27일 나온 방심위 노조 성명.
▲ 27일 나온 방심위 노조 성명.

방심위 내부에선 류희림 위원장의 ‘독재’라는 반발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심의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제한하면서 편향된 일부 의견이 방심위 전체의견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개악안”이라며 “다른 위원들에 대한 입틀막 조치를 상시적으로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지부는 “현재 방심위 회의장을 진정 어지렵히고 소란을 피우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며 “자신의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하여 심의하고 이를 모른 체하며 방심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비판한 보도를 제재해 방심위 결정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는 류 위원장이 진정 방심위의 난동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방심위는 의결 관련 소위원회 규칙도 개정도 시도한다. 현재는 소위 위원이 5인일 경우에는 ‘과반 출석-과반 찬성’, 5인 미만일 경우는 ‘3분의 2이상 출석-전원 찬성’의 의결 방식인데 ‘전원 찬성’ 의결이 필요한 구성을 ‘5인 미만’에서 ‘3인 이하’로 완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방심위지부는 “야권 위원 1, 2명이 위원장 의사에 ‘훼방’을 놓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소위 구성은 관행상 여야 3대2로 운영되지만 지금은 방송·통신소위가 여야 4대1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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