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10월7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조직적이고 전세계적인 검열’을 가해온 것으로 휴먼라이츠워치 조사 결과 나타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 일시정지, 혹은 영구 차단한 사례를 1050건 조사한 결과를 담은 <메타의 깨진 약속: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팔레스타인 콘텐츠에 대한 조직적 검열> 보고서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휴먼라이츠워치 ‘메타의 깨진 약속: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팔레스타인 콘텐츠에 대한 조직적 검열’보고서
▲휴먼라이츠워치 ‘메타의 깨진 약속: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팔레스타인 콘텐츠에 대한 조직적 검열’보고서

단체는 보고서를 요약한 보도자료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콘텐츠 검열이 조직적이고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메타가 정책을 비일관되게 집행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콘텐츠를 잘못 삭제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평화적 표현과 팔레스타인 인권에 대한 공개 토론을 포함해 보호돼야 할 표현을 부당하게 삭제하고 억압하는 패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메타가 지난 70여일 간 보인 팔레스타인 이용자나 팔레스타인 콘텐츠에 대한 검열 유형을 6가지로 정리했다. △포스팅과 스토리, 댓글 차단 △계정 비활성화 △좋아요, 댓글, 공유, 재게시 등 콘텐츠 상호작용 기능 제한 △계정 팔로우나 태그 기능 제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라이브, 수익화, 계정 추천 등 기능 제한 △특정 게시물 노출·도달을 심각하게 감소시키는 ‘섀도우 배닝(그림자 금지)’ 등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특히 온라인 검열 사례 제보를 받는 자체 게시물조차 메타에 의해 ‘스팸’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메타가 이같이 검열을 해온 이유는 4가지로 나뉜다. 보고서는 먼저 메타가 ‘폭력 선동 금지’를 목적으로 둔 ‘위험한 조직과 개인’ 정책 자체의 결함을 짚었다. 메타가 ‘위험한 단체’를 선정하며 미국 정부가 정한 ‘테러단체’ 리스트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그 결과 하마스와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등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와 주요 정치 운동에 대한 언급과 토론 자체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항구에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투하하는 모습. 휴먼라이츠워치 페이지 갈무리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항구에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투하하는 모습. 휴먼라이츠워치 페이지 갈무리

메타가 △‘뉴스 가치 있는 콘텐츠’ 판단하는 기준이 비일관적이고 불투명하며 △이스라엘 사이버부대 등의 콘텐츠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고 △콘텐츠를 제거할 때 자동화 도구에 의존하는 점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데보라 브라운 휴먼라이츠워치 기술·인권 담당 부국장 대행은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이 학대를 증언하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필수적인 플랫폼인데, 메타의 검열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더욱 지워버리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를 두고 가디언에 “(이 같은 오류가)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겨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목소리를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억압한다고 시사하는 건 거짓”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스타그램은 자체 번역 소프트웨어에서 ‘알라신께 찬양을’이라는 아랍어 문구를 입력하면 영어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라고 출력해 이슬람과 팔레스타인 혐오 논란을 낳았다. 왓츠앱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팔레스타인 소년과 소녀’ 이미지를 요청 받자 총을 든 어린이 이미지를 출력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밤사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201명이 사망하면서 10월7일 이후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2만 258명, 부상자 수는 5만 368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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