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화법을 희화화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확정했다. 

방통심의위(위원장 류희림)는 4일 전체회의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지난해 12월22일~23일 방송분과 관련해 이같이 결정했다.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는 제1차 국민경제자문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바로 레귤레이션이다’, ‘더 어그레시브하게 뛰어봅시다’는 등 빈번한 영어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내용이 없으면 이렇게 허세’, ‘프레지던트의 판타스틱한 잉글리시’라고 말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가 윤 대통령의 ‘노조부패 척결’ 발언에 대해 ‘노조 때려잡는데 대통령께서 재미들었다’고 말하고,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 관련 ‘본질은 정적 제거’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민원이 제기됐다. 민원인은 진행자가 윤 대통령을 조롱하고 이 대표를 일방적으로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TBS 제작진은 지난달 21일 방송소위의 의견진술 절차에 참석해 “공인의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지적할 권리가 있다”며 “과도한 표현에 대해선 분명 제작진이 주의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지난 방송소위에 이어 만장일치로 법정제재 ‘경고’ 의견을 냈다. 위반 규정으로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 제1항과 5항이 적용됐다. 해당 조항은  대담·토론프로그램 등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 위원들은 해당 방송에 대해 “조롱과 희화화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해왔다.

반면 야권 위원들은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의견, 논평 코너이므로 13조 조항을 적용해 제재할 수 없다”며 “13조 5항은 이렇게 적용하는 게 아니다. 풍자 영역으로 폭넓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허위사실에 기반한 희화화가 아닌 이상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방송소위에서 ‘문제없음’ 의견을 냈던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이번 경고 결정은 방통심의위의 공신력을 훼손하는 심각한 과잉 제재”라며 “경고 결정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권위와 개인으로서 대통령의 인권을 보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 결정은 대통령을 비롯해 집권 세력이 비판적인 의견이나 반대 목소리조차도 부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더욱 외면하게 함으로써, 정부와 대통령에게 해를 끼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제재 수위는 가벼운 순으로 ‘문제없음’, 행정지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중징계 수준의 법정제재 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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