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화법을 희화화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의견진술에 참석한 제작진은 “공인의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지적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여권 추천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법정제재를 추진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는 21일 회의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지난해 12월22일~23일 방송)과 관련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는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바로 레귤레이션이다’ 등 제1차 국민경제자문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빈번한 영어 표현을 두고 ‘내용이 없으면 이렇게 허세’, ‘프레지던트의 판타스틱한 잉글리시’라고 말했는데, 민원인은 진행자가 윤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도 이날 “조롱과 희화화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TBS 제작진은 “우리가 방송을 진행할 때도 이 정도 영어 사용만 하더라도 정정하거나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표현의 과도함은 있을 수 있으나 공인의 바른 언론 사용에 대해선 충분히 지적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민원인은 진행자가 ‘노조 때려잡는데 대통령께서 재미들었다’고 말하고,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 관련 ‘본질은 정적 제거’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문제 삼았다. 제작진은 이와 관련 “기사 논평 과정”이라면서도 “과도한 표현에 대해선 분명 제작진이 주의, 당부를 해왔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제작진 의견진술 청취 후 만장일치로 법정제재 ‘경고’ 의견을 냈다. 류희림 위원장은 “거번먼트는 우리가 다 아는 일상적 단어이고 인게이지먼트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단어인데 마치 대통령이 어려운 영어를 계속 쓴 것처럼 희화화했다”며 “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개인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꼬투리 잡아서 희화화하는 표현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대통령께서 영어 한두마디 섞었다고 희화화하고, 검찰 소환의 본질이 불공정하단 식으로 7분15초 동안 일방적으로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도 ‘그렇네’라고 할 정도로 감정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 풍자와 위트지, 그게 칼로써 느껴지면 풍자의 위트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건 진행 중인 사법 절차에 대해 단정적,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성향이 다른 언론조차도 각종 사법 절차 관련 이런식으로 일방적 낙인을 찍은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대통령은 평범한 개인이 아니다. 한마디 한마디 언론과 시민의 주목을 받게 되고 때론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풍자적 비판을 하지 말라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제재”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대통령이 원인 제공을 했고 많은 언론들이 비판적 보도를 했는데, TBS만 콕 집어 제재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한편 이날 방송소위엔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는 민원이 다수 상정됐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UAE 아크부대에 군복을 입고 방문한 것에 대해, 앵커와 출연자가 ‘영부인이 군복을 입은 건 본 적이 없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한 KBC <뉴스와이드>(1월16일 방송분)엔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1987년 이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은 1996년이 유일하다’며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생략을 비판한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1월2일 방송분)에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옥 위원은 “사실과 다른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연초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걸 비판적 시각으로 방송했단 이유로 민원이 제기됐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대통령이 성역이 아니고 성역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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