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자들은 편집총국장 불신임이 현 총국장 불신임을 넘어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거부 의사 표현이라고 입 모은다. 그러나 당분간 성기홍 경영진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최대 주주였던 연합뉴스TV ‘민영화’ 이슈가 급작스럽게 부상해 노사의 공동 대응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편집총국 기자들은 2012년 편집총국장제 도입 이래 역대 두 번째 중간평가 부결 결정을 내렸다. 59.8%의 압도적 불신임율로, 2013년 이선근 편집총국장 중간평가 부결 당시(56.5%)보다 더 높았다. 임명동의 부결 사례를 포함하면 2014년 조복래 총국장 후보를 포함해 세 번째 부결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옥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옥

기자들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강의영 총국장이 지난 3월 임명된 뒤 8개월 간 편집총국 운영에 문제 제기가 쌓여왔다는 것이다. 정치부장과 사회부 부국장 등 편집총국 간부들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고, 사측이 징계를 거부하는 등 ‘솜방망이’ 대응이 이어졌다. ‘정부 코드 맞추기’ 비판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 A씨를 정치부장에 임명했다. 이에 연합뉴스 평기자들이 잇달아 규탄 성명을 냈다.

기자들은 연합뉴스 총국장이 사장의 데스크 인사에 협의하는 만큼 총국장이 인사 실패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B 기자는 “편집총국장은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리인데 이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일례로 연합뉴스는 사장이 편집총국 데스크 인사를 결정해왔지만 편집총국장은 이에 관여할 충분한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성희롱 가해자나 정치 편향 문제가 있는 인사를 문제시하지 않았고 기자들도 그 결과에 분노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총국장 인선을 포함해 경영진에 대한 평가 차원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C 연합뉴스 기자는 “이번 불신임이 총국장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정치 편향성과 성희롱 문제, 정부 구독료 삭감 등 경영진이 최근 연합뉴스가 겪은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구성원 시각이 (중간평가 결과에) 담겼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이번 중간평가 결과가 총국장을 넘어 경영진 ‘결단’ 요구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부는 17일 “강의영 편집총국장 체제 아래 공정보도가 후퇴했다. 근무 여건이 퇴행했다. 그리고 편집국 간부의 성희롱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며 강 총국장 사의를 요구하는 한편 “연합뉴스 기자들의 총의가 결국 총국장이 아닌 경영진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성기홍(대표이사), 정천기, 박상현, 김현준(이상 상무이사)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 책임 한목소리 내지만…우선 노사 전사적 대응키로 

연합뉴스에선 성기홍 사장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연합뉴스TV 2대 주주인 을지학원의 최대 주주(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에 전사적 대응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측은 21일 차기 편집총국장 지명 일정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 사장은 17일 콘텐츠혁신·사회부 담당 옥철 부국장을 편집총국장 직무대행에 임명하고, 편집총국 운영은 부국장 협의로 운영키로 했다. 강 전 총국장은 논설위원에 발령했다.

연합뉴스지부도 경영진이 을지학원의 적대적 인수 대응에 실패했다는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노사 공동 대응에 먼저 나서기로 했다.

을지병원은 지난 8월30일 자사가 보유한 연합뉴스TV 주식 60만주(4.9% 지분)를 을지학원에 무상 기증했다. 정관에 방송사업을 추가하는 등 법적 정비를 마쳤다. 연합뉴스 경영진이 최대주주로서 을지의 이와 같은 사전 작업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연합뉴스지부는 17일 성명에서 “을지학원의 연합뉴스TV 경영권 탈취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 모든 사안을 사장은 모르고 있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벼랑 끝에 몰린 회사에 성기홍 경영진이 또 치명타를 입혔다”고 했다.

▲을지학원 로고
▲을지학원 로고

연합뉴스지부는 이후 21일 사측에 제안해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권 강탈 방어를 위한 전사원 비상 협의체’를 결성했다. 지부는 지부 대의원회의에 협의체 결성 동의를 구하며 “이번 사태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사장 거취 문제를 포함한 최근 사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 사장이 새 편집총국장 후보를 지명하지 않는 배경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중간평가 결과가 경영진에 대한 성적표였던 만큼, 새 총국장 임명동의제 부결을 부담으로 여겨 이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C 기자는 “강의영 개인을 보고 중간평가 부결을 결정한 것이 아닌 만큼, 통과 요건이 더 높은 임명동의 투표를 통과할 가능성은 더 낮다고 본다”고 했다.

▲연합뉴스TV 및 연합뉴스 로고
▲연합뉴스TV 및 연합뉴스 로고

연합뉴스 단체협약에 따르면 성 사장은 편집총국장이 공석이 된 뒤 최장 6개월 안에 새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 내년 7월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교체가 이뤄지고, 이후 새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것을 고려해 성 사장이 최장 6개월 동안 편집총국장을 공석으로 둘 가능성도 크다.

B 기자는 “을지학원의 적대적 인수 시도가 공영언론 자체를 허무는 시도인 만큼 공동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편집총국장 없는 언론사가 말이 되느냐”며 “성 사장이 제대로 일하고, 후배로부터 신망받는 이를 후보로 지명하지 않아 문제였던 것이다. 편집총국장을 새로 지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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