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취임 이튿날인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추가 인사 조처와 편성 변경을 예고했다. 박 사장은 “KBS가 공영방송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정중히 사과한다”며 허리를 숙였다.

15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와 사설, 사진 기사 등 이날 여러 면을 할애해 박 사장 취임과 맞물려 강행한 인사 물갈이와 편성 삭제와 진행자 전면 교체를 두고 “군사작전”이자 “칼바람”, “땡윤뉴스 만들기”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15일 아침신문 1면
▲15일 아침신문 1면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15일 국민일보
▲15일 국민일보

박 사장이 대표적인 ‘불공정 편파 보도’로 꼽은 사례는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윤지오 인터뷰’(2019) ‘채널A 검·언 유착 녹취록 보도’(2020) ‘오세훈 서울시장 내곡동 토지 보상 보도’(2021)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2022) 등이다. KBS는 이날 간판 뉴스인 <뉴스 9>에서도 박 사장이 든 4가지 불공정 보도 사례를 당시 뉴스 화면과 함께 다시 한번 설명했다.

박 사장 취임 첫날인 13일은 TV뉴스 앵커와 시사프로그램·라디오 진행자 하차 및 편성 삭제를 강행했다. 공정방송을 위한 단체협약 위반이자 편성규약·방송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3일 사측에 긴급 공정방송위원회를 요청하고 주요 보직자를 방송법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과방위 위원들과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부터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릴레이 피케팅’을 시작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송 진행자, 방송 개편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진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사장 자리 그만두는 게 자신한테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대표 직무대행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민 사장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KBS 장악 시도가 군사작전처럼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며 “권력을 앞세운 윤석열식 언론장악의 추악한 모습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똑똑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한겨레 1면
▲15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한겨레도 1면 머리기사와 사설, 사진기사를 포함한 7개의 보도로 박 사장 방송장악을 다뤘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군사작전 하듯, 초고속 방송장악>이다.

한겨레는 사설 <‘KBS 점령’ 속도전 펴는 박민 사장, ‘땡윤 방송’ 급한가>에서 “이 모든 일의 종착점이 ‘땡윤 방송’이라는 걸 모를 국민은 많지 않다. 정치권력과 손잡고 공영방송을 유린한 무도한 행태는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한겨레 사설
▲15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방송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태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식 인사가 나기도 전에 간부 내정자가 출연진 하차를 통보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나 정도가 심하다. 원칙도 절차도 저버린 점령군식 행태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편성 삭제 결정은 제작진과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며 “물론 사장이 바뀌면 프로그램 개편이나 출연진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합의한 절차를 거쳐 순리대로 진행해야 한다. 한국방송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이런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한국방송의 편성규약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박민 KBS’의 인사·콘텐츠 칼바람, 이게 공영방송 장악이다>를 냈다. 경향은 이날 1면 보도와 사진기사, 사설을 포함해 6건의 기사로 박 사장 취임 뒤 방송장악을 다뤘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낙하산’ 소리를 듣는 KBS 사장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에 불공정·편향 딱지를 붙여 문제 삼고 책임을 물으려는 것인가. 그러면 정부 비판 취재와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정성·신뢰 회복이 아니라 공영방송 장악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어 “사측이 제작진 의견을 무시하고 편성 규약을 어기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무너뜨린 처사”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박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군사작전 벌이듯 KBS 물갈이에 나서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KBS를 쥐고 흔들겠다는 정부의 조급함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박 사장은 정권의 이익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점령하고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박민 KBS 사장, ‘공정 기준’도 제시 않고 “불공정 보도 문책”>에서 박 사장 사과를 두고 “지난 정권하에서 KBS가 내보낸 보도는 ‘불공정했다’고 반성하고, 앞으로 ‘불공정 보도’는 강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취임 첫날부터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저녁 간판 뉴스의 앵커를 교체한 데 이어 공영방송 장악에 가속페달을 밟은 셈”이라고 했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박 사장은 공정성을 판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고 ‘공정성 논란으로 방심위로부터 40건의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도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절차를 무시한 ‘점령군식’ 개편에 KBS 직원들은 모멸감을 느낀다며 반발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박 사장 사과가선거 검증 보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했다. 박 사장 취임 전날 KBS 간판 시사프로 <더 라이브> 편성 삭제와 간판 뉴스 <뉴스9> 앵커 하차를 공지하자 공식 홈페이지에 시청자들의 ‘권리침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고도 했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하루아침 하차한 진행자 주진우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 13일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라디오센터의 한 부장을 통해서 오늘 사장이 취임하기 때문에 (주진우가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녹음 파일로라도 청취자에게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장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한겨레는 해설기사 <“KBS 편파보도” 사과한 박민, 총선앞 여권비판 통제 나서나>에서 기자회견 배경을 두고 “정권의 ‘낙하산 사장’으로 비판받았던 박 사장이 케이비에스 내부 통제를 본격화하는 한편,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하도록 방송 수위를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박 사장이 거론한 ‘편파 보도’ 예시에 대해 “당시에는 진실이라 믿을 근거가 있어 보도한 것”이라며 “100% 확인된 것만 보도하라고 하면 어떤 언론도 기득권에 의혹 제기를 할 수 없다”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지적을 전했다. 가짜뉴스를 빌미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여권과 관련한 의혹 제기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휘몰아치는 KBS 칼바람… 또 다른 편파 우려한다>에서 “KBS에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며 “제작진과 실무자 협의를 거쳐 절차대로 진행해도 될 터인데, 마치 점령군이 들이닥친 듯한 모양새다”라고 했다.

▲15일 한국일보
▲15일 한국일보

이어 “‘군사쿠데타를 방불케 한다’는 야당의 비판이 과장이 아닌 모습”이라며 “KBS 단체협약, 편성규약을 들지 않더라도, 제작진이나 실무진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는 건 기본 상식이다. 그래서 이런 조치들이 향후 KBS 행보의 예고편은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편파방송이 문제가 됐듯, 단 며칠의 행보만으로도 국민들은 또 다른 편파를 낳지 않을지 우려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8면 <박민 사장 “KBS 편파보도 사과…임원임금 30% 삭감”> 기사에서 “취임과 함께 속전속결식으로 진행돼 논란을 불러온 9시 뉴스 진행자와 정권 비판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등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했다.

▲15일 한국일보
▲15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박 사장이 제시한 불공정 편파보도들은 현재 여당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보도들이 대부분이라 또 다른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불러오거나 권력 감시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S는 한국언론재단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신뢰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문화일보 재직 중 기업 자문역 활동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신고로 진행 중인 국가권익위원회 조사와 관련해서는 ‘결과에 따르는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일부 보수신문은 박 사장의 ‘사과’를 환영하는 기조의 사설을 냈다. 제작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박 사장의 “불공정 편파방송이 이뤄지지 않도록 공개하고 백서를 발간하겠다”는 말에 “공정성 회복을 위해 당연한 조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행태도 개혁해야 한다”고 썼다. “전 정권 왜곡 보도를 사과했지만, 현 정권 칭송 보도를 한다면 다음 정권에서 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5일 조선일보
▲15일 조선일보

서울신문은 박 사장 기자회견과 편성 삭제, 진행자 전면 교체에 “취임하자마자 편파, 왜곡 방송 시비가 일었던 프로그램들을 대거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며 “수년간 이어진 편파, 왜곡보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KBS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15일 서울신문
▲15일 서울신문

동아 사설 “또 외신과만 인터뷰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AP통신과 인터뷰했다. 대다수 아침신문이 AP가 보도한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국내 언론의 질문은 1년째 받지 않고 외신과만 인터뷰하는 행보를 사설을 내 비판했다.

▲15일 동아일보
▲15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사설 <또 외신과만 인터뷰한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은 공개된 장소에서 국내 언론의 질문을 1년째 받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취임 100일 회견 이후로는 올 신년 기자회견도, 5월 취임 1년 회견도 열지 않았다. 한 신문과 인터뷰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궁금하고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 생각을 제대로 들어야 할 국민의 권리가 제약받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4일 공개된 윤 대통령의 AP통신 인터뷰를 두고 “북-러 무기 거래, 북한 도발 시 중국의 역할 등 글로벌 안보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워싱턴 국빈방문 등 출국에 앞서 그 나라 언론과 인터뷰한 것과 동일한 방식”이라며 “한정된 주제로 외신과만 인터뷰하는 일은 계속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빈자리는 국민과의 대화 형식의 국정 설명회, 기자단 오찬,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 생중계 등으로 채웠다”며 “이런 자리는 하고 싶은 말을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한계가 있다. 궁금하고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 생각을 제대로 들어야 할 국민의 권리가 제약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항상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 약속했다. 또 100일 회견 때는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 했다”며 “도어스테핑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평가됐지만, 여러 논란 끝에 지난해 11월 중단된 뒤 복원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기자들은 정확히 묻고, 대통령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을 담아 자신의 언어와 표정으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질문받는 것을 정치 리스크로 여길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5일 한국일보
▲15일 한국일보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아침신문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을 경계했다. 북·러 군사협력의 불법성을 강조하면서 APEC 정상회의에서 공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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