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9일 더불어민주당 등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다. 그러나 같은 날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포기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3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려다가 국회 본회의 직전 포기했다.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고 본회의를 이날 끝내버리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다시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 국회법상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소추안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고 표결되지 않으면 폐기되는데, 무제한 토론이 진행돼 24시간이 지나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0일 동아일보 1면.
▲10일 동아일보 1면.
▲10일 아침신문들 1면.
▲10일 아침신문들 1면.

10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논조는 각기 달랐다. 먼저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동관 탄핵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이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을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은 168석의 의석수를 가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폭주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법안 통과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힐 걸 알면서도 과반 의석을 앞세워 실력 행사에 나섰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이동관 구하기’를 위해 이날 통과된 법안들의 부당함을 알릴 기회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한국일보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의 문제점을 모두 전했다.

경향 “이동관, 국회탄핵 표결 앞서 왜 국민 여론 차가운지 냉철히 돌아봐라”

이동관 위원장은 자신의 탄핵 추진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법률 위반도 없는데 저를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서 탄핵하겠다고 하는 거는 그거는 저는 민심의 탄핵을 받을 거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 경향신문 사설.
▲10일 경향신문 사설.

그러나 경향신문은 <이동관 탄핵안 발의, 점령군식 방송장악 바로잡는 전기로> 사설에서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독립적 합의기구 수장이 위헌·위법 논란으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 위원장은 직무 정지로 이어질 국회 탄핵 표결에 앞서 왜 임명 전후로 방통위 수장 자격 시비가 계속되고 국민 여론이 차가운지 냉철히 돌아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막은 점을 부각해 기사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1면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동관 탄핵’ 막은 여당> 기사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9일 더불어민주당 등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기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도했다.

▲10일 경향신문 1면.
▲10일 경향신문 1면.
▲10일 한겨레 1면.
▲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노란봉투법·방송3법 국회 통과…여당은 이동관 구했다> 기사에서 “이 법안을 두고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던 국민의힘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막으려고 이런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조선 “민주당 파렴치” 중앙 “거야의 입법·탄핵 폭주”

조선일보는 4면 <민주, 집권 땐 처리않더니... 의석 앞세워 ‘내로남불 입법’> 기사에서 “ 다수 의석으로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인 것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모두 해묵은 사안인데, 민주당은 정작 문재인 정부 집권 여당 시절에는 입법을 외면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면 <거야 폭주 국회> 기사에서 “168석 더불어민주당이 9일 무더기 탄핵 카드를 꺼냈지만 일단 불발됐다”며 “본회의 직전까지 민주당은 기세등등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20분쯤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등 검사 4명의 탄핵안을 의안과에 접수시켰다. 다만 의총에서 “너무 지나치면 비판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검사 2명의 탄핵안을 철회하고 이 위원장 등만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10일 조선일보 4면.
▲10일 조선일보 4면.
▲10일 중앙일보 1면.
▲10일 중앙일보 1면.

조선일보는 <정책 경쟁서 밀린 당이 정책 개발 대신 의석수 힘자랑>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불법 파업 조장법’이란 비판을 받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공영 방송 이사진 구성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송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였다”며 “최근 국민의힘이 김포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선거 어젠다 경쟁의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의석수를 앞세워 힘자랑만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방송법은 공영방송 지배 구조를 변경해 대통령의 영향력은 제한하면서 민주당의 영향력은 키우는 법이다. 민주당은 이 법도 문 정부 시절에는 반대했다. 그러더니 야당이 되니 꼭 해야 한다고 한다. 파렴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입법 강행에 이동관·검사 탄핵까지... 도 넘은 거야의 폭주> 사설에서 “거야의 정략적인 입법·탄핵 폭주일 뿐”이라며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정의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경제와 노사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위헌 논란도 제기돼 있다. 방송3법 역시 친야 성향 단체들에 방송사 사장 결정권을 주는 ‘꼼수 법안’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문재인 정부도 입법을 꺼렸던 이런 쟁점 법안들을 힘의 우위를 앞세워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일 조선일보 사설.
▲10일 조선일보 사설.
▲10일 중앙일보 사설.
▲1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어 “‘탄핵 폭주’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흠결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尹 대통령 1년6개월 동아 “언론 질문받은 지 1년, 기자회견 작년 8월 이후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년6개월을 맞았다. 동아일보는 <尹 정부 1년 반, 남은 3년 반> 사설에서 “대통령은 언론의 질문을 받은 지 1년이 지났고, 공식 기자회견도 작년 8월 이후 없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정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무엇보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의문이다. 검찰 출신 중용, 야당을 향한 검찰 수사가 부각된 반면 경제 활성화, 민생 챙기기 성과는 미미하거나 빛이 바랬다. 거대 야당의 비협조나 반대, 입법 독주 탓도 있지만 궁극적인 국정운영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운을 뗐다.

▲10일 동아일보 사설.
▲1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국정 난맥은 지지율에서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48.6% 득표로 당선됐는데, 취임 2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탈(脫)청와대, 용산 시대를 선언했지만 수직적 당정관계 등 제왕적 리더십은 별로 달라진 게 없고, 더 가까이서 참모 의견을 경청한다는 다짐도 희미해진 것은 아닌가. 매사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며 비판을 피해가는 듯한 태도도 피로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정부 여당에 미룰 것 없다. 대통령, 그 주변 사람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신(新)냉전시대 대중 외교, 야당과의 협치, 국민연금 개혁 방향 등 대통령이 답해야 할 질문이 쌓여 있다. 누가 공직에 중용되는지는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인재로 여기는지 말해준다. 더 널리 인물을 구하고, 감동할 발탁이 있어야 지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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