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면서 지역신문들은 일제히 비판 기사와 사설·칼럼을 내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신문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시대’에 역행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기 지역신문은 현재 거론되는 지역이 서울에 편입될 경우 자칫 서울시 내 혐오·기피시설을 떠안는 곳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비판 여론이 주를 이룬 가운데 대구신문은 수도권을 공략할 비장의 카드라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서울을 ‘메가시티(통상 인구 1000만 명)’로 만든다는 주장이 서울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지방균형발전에 저해된다는 비판이 김 대표 주장 직후에 가장 많았다. 

충청권 지역신문인 동양일보의 이민기 취재부 부장은 칼럼 <세종시 출범 부정하는 메가 서울론>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하고 ‘메가시티 서울론’이란 총선 카드를 뽑았다는 해석을 내놓는데 선거용으로 정략적 접근을 해선 결코 안 된다”며 “특히 ‘메가시티 서울론’이 사실상 행정수도 세종시의 출범을 부정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다른 지역일간지 사설이다. 

2일 부산일보 사설 <총선용 서울 확장 논의 ‘지방시대’ 역행 안 된다>
3일 부산일보 사설 <지방자치
·균형발전 없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3일 강원도민일보 사설 <윤 정부 ‘지방시대’ 균형발전 헛말되나>
3일 무등일보 사설 <黨 서울 블랙홀 확장, 政 지방화…어느 장단에 춤추나>
3일 영남일보 사설 <‘메가시티 서울’ 구상, 균형발전 비전에 부합하나>
6일 강원일보 사설 <지자체 잇단 ‘서울 편입’ 선언, 균형발전 수포 되나>
6일 충청매일 사설 <지역균형발전 역행 메가시티, 정치적 악용 말아야>

이처럼 비수도권 다른 지역일간지도 총선용 ‘메가시티 서울론’이 부적절하며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방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첫 5개년 계획인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17개 시도가 제출한 22대 핵심과제와 68개 실천과제를 내놓은 것인데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형국이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역신문 사설에 담겼다. 

▲ 지난 5일 YTN 뉴스모아 보도 화면 갈무리.
▲ 지난 5일 YTN 뉴스모아 보도 화면 갈무리.

내년 총선을 고려한 정책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포 서울시 편입’ 논의가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경호 경북도민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6일 칼럼 <제2의 ‘뉴타운’ 공약일까, ‘자충수’일까>에서 “김포뿐만 아니라 고양, 하남, 구리, 성남, 광명, 부천, 안양, 과천 등 영향을 받는 경기 지역 인구가 400만 명을 훌쩍 넘어 총선 파급력은 메가톤급”이라면서도 “(여론조사 결과)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반대가 60% 이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수도권 포기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김포의 서울 편입이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전략과 상충한다는 점도 문제”라며 “여권이 ‘대통령실 따로’, ‘국민의힘 따로’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은 권력 누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6일 경북도민일보 칼럼.
▲ 지난 6일 경북도민일보 칼럼.

메가시티는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밀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 일부 지자체를 통합하자는 논의다. 비수도권 지역신문들은 자기 지역 메가시티가 여당이 제시한 ‘김포 서울시 편입’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울산·경남의 메가사티는 지난 2020년 김경수 당시 경남지사가 지역소멸을 막아보고자 ‘동남권 특별연합’을 제시하며 세 광역지자체장이 여야를 넘어 추진해왔다. 지난해 4월 부울경 특별연합규약안을 행정안전부가 승인하면서 공식 출범했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완수 경남지사(국민의힘)와 김두겸 울산시장(국민의힘)이 재검토를 주장했고, 지난 2월 국민의힘이 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부산시의회가 규약 폐지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수도권 집중을 막고 영남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추진하던 메가시티를 무산시켰는데, 여당에서 ‘메가시티 서울’을 만들겠다고 주장하자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3일 국제신문 사설 <‘메가 서울’ 앞서 ‘부울경 메가시티’ 먼저 재논의하라>와 6일 부산일보 사설 <서울보다 급한 ‘부산 메가시티’ 동력 되살려야> 등을 종합하면, 부산 메가시티 논의를 재추진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양산과 김해의 부산 편입이라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경남신문은 7일자 사설에서 “김해·양산의 부산 편입은 부산 패권주의를 반영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메가시티 논의가 비수도권 전반에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부울경, 충청, 대구경북, 호남 등 5대 권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남에서는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을 논의한 적 있고 심지어 전북까지 합해 인구 5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다음 지역신문들의 사설도 각 지역 메가시티 논의를 담고 있다. 

2일 대전일보 사설 <김포 서울 편입 추진, 지방 메가시티도 논의를>
2일 경북일보 사설 <지방 광역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함께 하라>
2일 전남매일 사설 <다시 ‘메가시티 광주’ 구상해야>
3일 경북신문 사설 <대구 경북 행정통합 논의 본격화 돼야>

▲ 3일자 경북신문 사설.
▲ 3일자 경북신문 사설.

지난 6일자 충청투데이 사설 <수도권 집중 원인과 해법 제시한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전국 각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 한국의 저출생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충청투데이는 “이대로 가다가는 2053년 수도권 인구 비중이 53.1%까지 늘어난다고 한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한 뒤 “대전, 부산, 대구, 광주 등 거점도시”를 주장했다. 

수도권 내 지역신문에선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 

‘김포 서울시 편입’ 주장이 나온 직후인 지난 1일 인천일보는 인천 정치권 속내를 취재해 전했다. <불지핀 서울 편입론…인천 정가 ‘불편한 속내’>란 기사에서 김포가 경기도 여러 도시보다 인천 서구, 계양구와 더 가깝고 김포 검단면이 1995년 인천에 편입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인천 계양구·부평구·서구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 ‘우리도 서울과 가깝다’는 글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가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인천과 서울이 직접 맞닿으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한 발언도 함께 전했다. 

경기 지역신문은 좀 더 구체적인 비판을 내놨다. 3일 경기일보는 사설 <서울 편입 도시에 기피시설 입지 가능성도 생각해야>에서 “가장 큰 우려는 서울시 혐오·기피시설이 편입 도시들에 입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 지역이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어 각종 혐오·기피시설 집하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 지난 1일 경인일보 기사
▲ 지난 1일 경인일보 기사

경기일보는 “현재 경기도에 소재한 서울시 기피시설 중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대문구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시설, 서울시립승화원 등이 모두 고양시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기피시설 이전 및 신규 설치 명분이 약해진다”고 우려했다. 또 광명시에는 서울시와 갈등을 겪던 ‘구로 차량기지’가 이전해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광명시의 강한 반발로 차량기지 이전이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서울시가 광명시 서울 편입을 조건으로 차량기지 이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정치권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지난 6일 경기일보는 사설 <경기도 영토 문제, 경기도의회 목소리 높여야>에서 “메가시티 정국에서 경기도의회가 중심에 치고 들어가야 한다”며 “지역 특성상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그러면 권역별 의견이라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일보는 “도의회 민주당은 반대라는 기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 수위는 중앙당에 비해 현격히 작다”며 “국민의힘의 침묵은 더 문제다. 좋든 싫든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당사자가 된다. 의견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경인일보는 지난 6일 사설 <‘메가 서울’에 우물쭈물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당의 공식반응은 사안이 불거진 지 1주일이 지나도록 나오질 않고 있다”며 “편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까닭이다. 오죽했으면 중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소속 당의 무반응과 무대응을 아프게 꼬집었을까”라고 비판했다. 경인일보는 “역대 민주당 정권은 일관되게 지방화, 분권화, 균형화를 지향해왔다”며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은 그러한 민주당의 지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3일 인천일보는 사설 <서울 초거대화 시도, 거대야당은 뭐 하나>에서 “거대야당은 이제라도 서울 편입론에 분명하게 제동을 걸어주기 바란다”며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킨다’는 편입 찬성론도 차분히 설득해야지 눈치나 살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생활권이라 하더라도 각기 특화된 발전을 추구하는 일이 가능하게 하는 게 수도권 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일자 대구신문 사설
▲ 1일자 대구신문 사설

‘김포 서울시 편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지역신문도 있다. 대구신문은 지난 1일자 사설 <국민의힘 내부의 백가쟁명 현명히 수렴해야>에서 “김 대표의 ‘메카 서울’ 카드가 김포를 넘어 광명·구리·하남·고양·부천 등을 공략한다면 그 파괴력은 메가톤급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을 공략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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