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에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난 5일 비판 입장을 냈다.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 서울시 편입’을 제안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 사안 핵심 관계자들인 김포 지역구 의원들이 6일 만에 입을 연 것이다. 김포시장이 이미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고 있던 중 이 사안이 전국 이슈가 되면서 김포 여론을 살피는 등 정치적 이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김포의 특례시 권한은 서울시 산하 1개의 자치구 수준으로 축소돼 도시계획 권한을 잃고, 예산도 수천억 원 줄고 시민이 부담할 세금은 올라가며, 아이들이 누리던 도농복합도시의 농·어촌특례 입학도 불가능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와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을 향해 “선거가 장난이 아니라면 김포에서 우리와 화끈하게 제대로 붙어보자”고 했다. 

▲ 지난 5일 YTN 뉴스모아 보도 화면 갈무리
▲ 지난 5일 YTN 뉴스모아 보도 화면 갈무리

김포를 지역구로 한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김포 지역 여론과 여권 분위기를 파악한 후 나온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주영·박상혁 두 의원이 입장을 6일 만에 낸 이유는 김포 여론을 살피는데 시간이 걸려서다.

전국적으로는 ‘김포 서울시 편입’에 부정적 여론이 크다. 지난 3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김포 등 서울 인근 중소도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걸 찬성한다는 응답은 31.5%, 반대한다는 응답은 58.6%로 조사됐다. 

더 중요한 건 김포 내 여론이다. 김포지역신문인 김포시민신문에 실린 전형금 한신학원 사무국장의 글 <김포 서울 편입, 장고 끝에 악수다>를 보면 △현실적으로 서울시·경기도·김포시 등 세 지자체 의회 동의를 받고 법 개정이 필요해 혼란이 가중되는 점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득세를 포기하며 자치구로서 업무만 수행해야 하는 점 △경기도가 김포를 포기했을 때 얻는 실익이 없어 경기도 반발이 거셀 것이란 점 △수도 서울이 국경지역이 된다는 점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포미래신문 <국힘 ‘김포 서울편입’ 당론 추진…‘지역 커뮤니티’ 시끌>이란 기사를 보면, 지역 내에서 서울 편입에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5호선, GTX 최대 현안 해결이 먼저다’ 등 김포시의 가장 큰 문제인 교통문제 해결에 서울 편입이 적절한 해법이 아니란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김포신문은 발행인이 ‘김포 서울시 편입’에 찬성하는 입장의 칼럼을 쓴 바 있다. 김포신문은 김포원도심총연합회 구성원들이 김포 정치권에 서울 편입을 찬성하지만 5호선 연장이 확정된 이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했다.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서울 편입에 초점을 두다 자칫 5호선 연장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주요 당직자들은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해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국민의힘
▲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주요 당직자들은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해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국민의힘

김포 서울시 편입을 놓고 여당에서 이견이 드러난 것도 김주영·박상혁 두 의원이 입장을 낸 배경 중 하나다. 아직까지 이 사안에 정부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이슈는 ‘추진’ 단계가 아닌 ‘토론’ 영역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추진하는 김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김포 출마)을 던진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는 지난 3일 김 대표를 포함해 당 지도부나 중진 등에게 수도권 출마를 권유했는데 김 대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박 두 의원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김 대표의 김포 출마를 제안할 수 있다. ‘김 대표와 조 의원이 영남 지역구를 버리고 김포에 출마해야 김포시 서울 편입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냐’는 메시지로 여당 지도부를 압박한 셈이다. 

당내 김포 서울시 편입 반대 목소리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6일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와 협력이 요구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민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며 “김포 서울시 편입 주장은 제대로 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정치공학적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3명, 2.8%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2회 콜백)을 나타냈고, 무선(96%)·유선(4%)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통계 보정은 2023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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