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국정감사에서 가짜뉴스 규제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가 사실상 ‘엉터리’라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왔다.

▲ 지난달 26일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심의가 권한 남용이라는 야당 비판에 반박하며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 보고서를 제시했다.
▲ 지난달 26일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심의가 권한 남용이라는 야당 비판에 반박하며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 보고서를 제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방통위) 보고서를 입수하여 내용을 검토했다”며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정책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인터넷언론 심의 등 가짜뉴스 규제 정책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달 ‘가짜뉴스 근절 추진 현황과 해외 사례’ 자료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지난달 26일 방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가짜뉴스 심의가 권한 남용이라는 야당 비판에 반박하며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 보고서를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가짜뉴스 개념을 “정치적·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고의적·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퍼트리는 정보”라고 규정했다. 이어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추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오보’(mis-information)와는 구분된다. 해외사례, 학계에서 논의되는 개념을 정리한 것으로, 입법 시 구체화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언론연대는 “법적 정의 규정이 아닌 ‘사회적 개념’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했다”며 “‘입법 시 구체화 예정’이라는 대목에서 법적 근거(정의 규정)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6일 나온 언론개혁시민연대 보도자료.
▲ 6일 나온 언론개혁시민연대 보도자료.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도 시행령, 심의 규정 등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다는 방통위 주장에 대해서도 언론연대는 반박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위는 보고서에서 ‘가짜뉴스’를 정의하며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추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오보(misinformation)’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으므로, 뉴스타파 및 인용보도를 심의하기에 앞서 오보와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심의 기준(법적 근거)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방심위 내) 통신심의규정의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통신 내용’은 (방통위 정의대로 하더라도) 허위성, 고의성, 악의성 등을 요구하는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m)와 전혀 다른 개념으로, ‘가짜뉴스’를 심의하는 기준이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저희들이 입수한 해외 정보 가운데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그리스 스페인 등 오히려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방통위 보고서 역시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 등을 가짜뉴스 규제 사례로 꼽았다.

언론연대는 “EU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 서비스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법안으로 언론 보도나 ‘가짜뉴스’가 아니라 불법 콘텐츠,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로 인한 피해 위험을 줄이는 걸 주요 목적으로 한다”며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방안’은 정부 여당이 과반수를 위촉하는 행정기구가 언론보도의 허위 여부를 직접 판별하여 삭제·차단 등의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EU 디지털서비스법 등의 해외사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했다.

영국 사례를 놓고서 언론연대는 “(온라인 안전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취재·편집 등 저널리즘 방식으로 생산된 뉴스 콘텐츠의 불법성을 임의·자의로 판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규모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는 공인된 뉴스 발행자의 콘텐츠에 대해 제재 조치(콘텐츠 삭제, 접근 제한, 경고 표시 등)를 취하려고 할 때 뉴스 발행자에게 사전 통지하고, 뉴스 발행자가 제출한 모든 진술에 대해 검토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며, 최종결정 사항과 그 이유를 뉴스 발행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저널리즘 콘텐츠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일반 정보로 간주하는 방통위와는 완전히 상반된다”고 했다.

유럽의 규제가 가짜뉴스에 대한 행정심의가 아니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달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해외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행정기구가 나서서 이 건 걸러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없다”며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강등하거나, 정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자의적이고,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집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기에 절차적인 보고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디지털서비스법의 핵심”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7월 직접 유럽 규제 현황을 조사하고 작성한 출장 보고서 역시 “(유럽에 규제에 관해) 국내 일부 언론 또는 보고서에 가짜뉴스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며 “규제기관이 개별 페이크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라기보다는 선거 기간 중 허위정보에 대한 법원의 신속한 가처분 제도를 도입한 내용(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이거나, 특정 정보를 삭제하는 결과적 접근이 아닌 온라인 사업자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과정적 접근(디지털서비스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위원회의 통신심의 제도와는 접근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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