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원이 사전 보고에 실수가 있었단 이유로 김우석 위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자, 방통심의위가 권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류희림 위원장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말만 믿고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야권 위원의 비판도 제기됐다. 

30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는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에 대한 방송심의 국장의 공개 사과로 시작했다. 김우석 위원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MBC가 본인을 상대로 낸 뉴스타파 인용보도 심의 기피신청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무처에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방송심의 국장은 “김 위원님의 기피 신청 관련해 당사자인 김 위원님께 별도로 공고를 보내 해당 건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했는데 이를 누락하는 큰 실수를 범했다. 김 위원님께 거듭 사죄 말씀 드린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류 위원장은 “내가 생각해도 위원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인데 사무처에서 미리 챙기지 않은 것에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에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권위주의적 조직 운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은 “일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공개된 자리에서 담당 국장이 굴욕적으로까지 보이는 사과를 해야하는 것인가”라며 “이 정도로 권위주의적으로 조직이 운영되어야 하는건가. 너무 불쾌하고 당혹스럽다. 얼마든지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충분히 사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은 “지난번 회의에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과받은 바가 없었다”며 “나는 사과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사무처의) 사과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왜 다른 위원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유진 위원은 “나는 가짜뉴스 신고센터 현판식을 하는 것도 몰랐다. 회의하다가 문자로 알았다. 상임위원들과 허연회 위원만 참석했더라”라며 “나는 위원장에게 항의했지 실무자들에게 사과받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했다. (위원장이) 그런 식으로 조직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면서 다수의 위원들을 불쾌하게 한 일이 꽤 있는데 실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관 위원장 말만 믿고 내부 문제제기 무시…방심위 무용론까지 제기돼”

가짜뉴스 심의 진행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류 위원장에게 가짜뉴스 심의 진행 계획을 물으며 뉴스타파 안건 상정을 앞두고 통신소위 의결 방식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 물었다. 류 위원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설명했다는 이유를 대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윤 위원은 “국감에서 그렇게 지적을 받았는데도 그대로 강행하시겠다는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가짜뉴스 대응 지시로 방통심의위가 심의, 제재하고 있다. 왜 이동관 위원장이 일을 벌여놓고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나. 국감때 나왔다. 방통위 공무원들 가짜뉴스 TF 회의 문건도 안만들어놨다. 앞으로 이렇게 위법한 가짜뉴스 심의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방통심의위 직원들이 지게 돼있다. 위원장이 위원장 개인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기구의 구성원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류 위원장은 회의 시작 전 위원들과 방청 중인 기자들에게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 국무회의 부처보고 자료를 배포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주 목요일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위원들에게 배포된 자료”라며 “방통위가 우리와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고, 방통위에서 작성한 자료다. 참고로 보시라고 올려놨다”고 말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윤 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방통위 문건 깔아놓지 마라. 우리가 더 전문가”라며 “국정감사 때 많은 의원들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동관 위원장이 인터넷 언론의 심의 근거가 있다고 장담하더라. 우리 기구를 위해 위원장에게 충언하겠다. 앞으로 인터넷 언론이 심의 대상인지 아닌지는 문제사항이 될거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는 허위 정보를 규제할 수 있는 게 없다. 가짜뉴스를 허위라고 우리가 규제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이번에도 방통위원장 말만 믿고 내부 문제제기를 다 무시하고 업무를 추진한다면, 위원장의 법적 책임 뿐만 아니라 우리 기구의 존립 문제까지 발생할 것이다. 이미 사회 각계에서 방통심의위 폐지론, 무용론이 논의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위원장이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이동관 위원장의 지시로'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민간 독립기구가 방통위원장의 지시를 받을 일도 없다”며 “인터넷 언론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있고, 이에 대한 충분한 법률 검토를 거쳤다. 일방적으로 위법하다는 주장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엔 뉴스타파 인용보도로 제재받은 KBS, YTN, JTBC에 대한 과징금 금액 확정이 예정돼있었으나, 류 위원장은 중복되므로 MBC, JTBC와 병합해 심의하겠다며 다음 전체회의로 미뤘다. 프로그램, 방송사마다 안건 내용이 다름에도 병합해 처리하면 심의가 불명확해진다는 야권 위원들의 문제제기에도 안건은 11월13일 전체회의로 미뤄졌다.

뉴스타파 인터뷰를 언급한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엔 여권 위원들 4인 만장일치로 각각 중징계 수준의 법정제재 ‘경고’, ‘주의’가 최종 확정됐다. 자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배제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자극적 장면으로 아동 성추행 논란을 일으켰던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도 ‘주의’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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