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자유권위원회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대상 형사 고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UN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대한민국의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결과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자유권위원회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한국 정부에 명예훼손 비범죄화를 고려하고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죄)를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자유권위원회는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하기 위한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형법 조항에 따라 최대 7년의 징역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정부나 기업에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한 언론인이 형사 기소를 당하고,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인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한국은 명예훼손을 이례적으로 형사처벌해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아왔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자유권위원회는 “형사법이 언론인이나 반대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민주주의 작동에 필수적인 비판에 대한 관용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 특히 동법 제7조의 지나치게 모호한 문구에 따라 기소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여전히 우려한다”며 “명예훼손죄와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위축 효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특별위원회(TF)’는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논란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취재기자 등을 형사 고발했다. 지난 3월엔 대통령실이 천공관저개입 의혹을 보도한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들을 형사 고발했다. 지난 9월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만배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 MBC, JTBC 기자들을 고발했다. 이 외에도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이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9월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9월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지 여부, 강력한 민사 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구비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7조에 관해 법무부는 “안보 위협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합법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했다.

자유권위원회는 노동 문제와 이태원 참사에 관한 입장도 냈다. 자유권위원회는 “건설노조에 대한 여러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무거운 과징금, 노조 조합원에 대한 수사, 구속 및 징역형 등 사법적 괴롭힘과 낙인찍기를 포함한 심각한 탄압이 있다는 보고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또한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고, 교사와 공무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자유권위원회는 노조에 대한 낙인찍기, 개입, 사법적 괴롭힘이 없도록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과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것 등을 권고했다.

자유권위원회는 이태원 참사에 관해 “정부가 다중 인파 운집 참사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을 우려하며 “원인 규명을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책이 제공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자유권위원회는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설립하고 △고위직 공무원을 포함한 책임자들이 법적 심판을 받도록 보장하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적절한 제재를 가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적절한 배상과 추모를 하고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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