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전직 뉴스버스 기자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대선 5개월 전이던 2021년 10월 ‘윤석열 주임 검사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부실 수사 의혹’ 보도가 허위여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9월14일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기자와 전직 JTBC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10월11일엔 리포액트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기자를 향한 도 넘은 압수수색이 일상이 되고 있다. 

‘윤석열 검증 보도’로 수사 대상에 오른 언론은 현재까지 뉴스타파, JTBC, 리포액트, 경향신문, 뉴스버스다. 한겨레는 “검찰이 경향신문‧뉴스버스 전‧현직 기자 압수수색 당시 이들의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배임수재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며 “‘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 중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혐의는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된 배임수재 및 배임증재 혐의뿐인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하기 위해 뉴스타파 사건과 경향신문 등 사건을 무리하게 직접 관련 사건으로 엮고 있다”고 비판했다.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9월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9월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 지회와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부실 수사 의혹 기사를 쓸 당시 경향신문 기자들은 직업윤리를 준수했다. 증언은 왜곡 없이 전달했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사건 관계자들의 반론도 충분히 실어줬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언론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정치적 행위이자 언론탄압”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력 대선 후보자 검증을 두고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이라 칭하며 과거 보도들을 하나하나 들춰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버스도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무려 1805억 원 규모에 이르는 대장동 부실 대출 비리는 왜 빠트렸는지 혹은 왜 뺐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부터 내놓아야 한다”며 “기자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들을 겨냥한 ‘언론탄압’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을 향해 “‘허위 보도’ 의혹 타이틀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는데, ‘의혹’이라는 단어로 면죄부 삼아 취재 없이 ‘허위 보도’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는 것은 언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민변 언론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순 변호사는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를 이유로 언론사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이 검찰 수사 권한 범위 내인지 여부에 의문이 있고, 이미 어떠한 사실을 공표한 것은 언론사 보도로 명백해 증거가 확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무엇을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과도한 강제수사는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헌적 행태”라며 “실질적으로 대통령 관련 사안에 대해 무리한 강제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반복되는 검찰의 언론인과 언론사 압수수색은 언론자유를 보장해 온 사법적 판단을 깡그리 무시한 채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와 국민적 심판에 직면한 정권의 안위를 고려한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또 “검찰의 언론인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 들어 방통위, 방심위, 문체부, 서울시 등 온갖 기관과 수사권까지 마구잡이 동원해 펼쳐지고 있는 언론탄압의 한 축으로 권력을 총동원한 언론 검열 시대로의 역행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대통령을 향한 누구의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가폭력”이라고 주장했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최근 기자 압수수색이 비일비재한데 적지 않은 기자들은 나와는 먼 얘기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지금껏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기자를 압수수색한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동훈 회장은 ”최근 몇몇 언론사에서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응책을 만들어놓은 언론사도 있다. 현 국면에서 검찰이 윤 대통령 검증 보도에 나섰던 기자들을 상대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대통령 당선 이후 후보자 시절 검증 보도까지 이 잡듯 뒤져 수사와 기소 대상으로 삼는다면 민주주의 선거 제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이처럼 빈번히 언론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나라는 민주국가 중 없다”며 현 상황을 강하게 우려했다. 이어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검찰 스스로 허위로 단정해 수사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현 상황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통령 비판 보도에 나서는 기자들은 압수수색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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