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의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관행에 대한 근본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성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저연차를 중심으로 155명의 기자가 성명을 낸 가운데, 14년차 기자 14명이 전날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답변에 성명을 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14년차 기자 14명은 1일 오전 ‘이대로 지나가면 우리 안의 피해자는 또 나온다’는 이름의 성명을 노조 게시판에 올렸다. 이들은 “사장은 이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 모든 잘못을 되돌려놓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자 일동은 “최근 발생한 사내 성비위 사건은 하나의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다”라며 “회사 안에서 잊을만하면 되풀이됐으나, 매번 덮고 지나왔던 여러 사건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했다.

기자들은 “성기홍 사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장은 지난 정기 인사를 통해 성비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주요 보직 부장 자리에 앉혔다. 숨죽인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인사”라고 했다. “정권에 굴종하는 인사”라고도 했다.

기자들은 “노조 성명에 이어 156명의 사원이 참여한 성명에서도 회사의 무대응을 질타했지만 사장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사장이 사원 성명에 대한 답변에서 스스로 ‘엄중 경고’ 했다고 언급한 사람을 요직에 기용한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장이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옥
▲연합뉴스 사옥

기자들은 “또 다른 성비위 사건이 터졌다. 이 가해자는 사과문을 빙자해 적반하장 훈계를 늘어놨다”며 “종전 가해자를 중징계하고 확실한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면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다. 이들은 “회사 구성원들은 절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며 “저질스러운 조직 문화에 실망한 이들의 이탈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와 연합뉴스 기자 155명은 두 차례에 걸쳐 편집총국 내 부국장과 부장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응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A 부국장은 신입기자들과 회식에서 부절절한 언행을 해 회사가 조사에 들어갔으나, 대기발령이나 공식 분리조치가 아닌 ‘콘텐츠 책무위원’으로 전보조치하면서 논란을 샀다. B 부장의 경우 올초 회사가 피해자가 복수로 발생한 사건을 인지하고 ‘경고조치’ 뒤 주요 취재 부서장으로 발령했다. 이후 노사가 합의한 노무법인이 B 부장 징계를 권고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 사장은 31일 A 부국장 발령에 대해선 ‘피해자 분리 조치이자, 징계이전 우선 보직은 면하는 선 인사조치’라고 해명했다. B 부장에 대해서는 ‘올초 노조와 협의를 거쳐 엄중 경고했으며,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징계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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