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저연차 구성원들이 잇달아 퇴사하고 있다. 두 달새 4명이 퇴사하고, 2018년 이후 입사한 사원 가운데 10명 넘게 회사를 떠났다. 구성원들이 퇴행적 조직문화를 퇴사 이유로 꼽는 가운데, 한 저연차 기자가 상급자에 의한 괴롭힘이 만연한 사내 문화를 비판하는 퇴사의 변을 남겨 파장을 낳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지난달 30일 저연차 사원들의 ‘퇴사 기류’를 우려하는 노보를 냈다.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입사자(신입 공채 기준) 중 11명이 회사를 떠났다. 최근 두 달 사이(노보 발행 기준) 3명이 퇴사했다. 노보가 나온 이후인 지난달 31일에도 1명이 퇴사했다.

연합뉴스지부는 노보에서 퇴사 배경으로 “기사형 광고 사태로 인한 포털 퇴출, 정부의 공적 기능 수행 보전금 삭감, 연합뉴스TV의 내홍” 등을 꼽은 뒤 “후진적인 조직 문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 부당한 업무 지시, 모욕적인 언행 등이 이들을 위축시킨다고 한다”는 것이다. 지부는 “B 사원은 인사 시즌마다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늘 무겁다고 호소했다”고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주니어들의 문제 제기는 ‘권리만 찾는 MZ의 불만’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기도 한다”며 “D 사원은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퇴사를 결정한 한 4년차 기자가 직장 내 괴롭힘 관행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사내 글을 올리면서 구성원들의 공감을 받았다. 지난달 20일자로 퇴사한 A기자는 지난달 30일 노조 게시판에 ‘연합뉴스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냥 제 일만 제대로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회사가 제게 부당한 대우는 하지 않았으면 했다”며 “하지만 부당한 대우는 ‘기수’와 ‘훈육’이란 명목하에 합리화됐고, 견마지로를 다했더니 돌아온 것은 진짜 견마 취급이었다”고 했다.

이 기자는 “폭언, 욕설, 인격모독. 전근대적인 직장내 괴롭힘 문화가 우리 회사에는 지금도 만연하다”며 “우리 회사의 진짜 문제는 문제를 문제라고 지적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했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감시 견제 차단 시스템은 없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없어 가해를 가하기에 참 좋은 환경”이라며 “회사를 위해 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포기하고 조직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자 의무처럼 통용”된다며 “괴롭힘이 당연한 것처럼 포장되곤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이 기자는 “아주 간혹 징계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도 나중에 가면 문제 제기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있더라”라며 “문제를 제기한 후배 피해자들은 어느 순간 ‘무서운 요즘 MZ’가 되어있고, 문제아로 찍혀 눈치 봐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기사를 쓸 때는 일종의 아이러니마저 느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운이 좋아야만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수 없는 회사에서 어떻게 제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괴롭힘으로 인해 우울증을 진단받았다거나 진지한 자살 충동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여럿에게서 들었다”며 “앞으로 저 말고도 주니어들 퇴사, 이직자는 계속 나올 것이다. 그때도 ‘문제 많은 요즘 MZ들’이란 뜬구름 담론으로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현실에서 눈을 돌린다면 이 회사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기자는 “한때 정말 사랑했던 이 회사가 언젠가 정말 좋은 곳이 돼서 나중에 ‘그때 왜 나갔냐’는 이야길 들었으면 진심으로 좋겠다”고 밝혔다.

게시글을 읽은 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조합원은 통화에서 “글을 읽고 놀랍지 않았다”며 “내가 겪은 연합뉴스의 조직문화도 그렇다. 언젠가는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해당 글에는 3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주기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 “후배들 윽박지르는 식의 조직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바뀔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등의 글이 달렸다. 한 조합원은 “부지불식 간에 후배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는지 돌아보았다”며 “사소한 실수에 공개적으로 ‘너 때문에 환장하겠다’ 이런 말을 듣고 (…) 이런 대우를 참아야 하나 싶다가도 그냥 삼키고 넘어간다. 저는 더구나 차장”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다른 조합원은 “어이가 없다. 솔직히 대부분의 선배들은 다들 후배 무서워서 찍소리도 못한다”라고 글을 달았다. 그러자 “연합 군대문화라고 밖에서 수군대는 것도 모르시나” “제 선배가 정확히 그렇게 폭언 쏟아내자 마자 ‘어휴 맞다 요즘 애들은 이렇게 말하면 큰일 나지. 후배들 무서워, 미안해’라고 비꼬더라”라는 반박 글이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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