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던 미국 미디어그룹 ‘가넷’(Gannett)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전담 기자를 채용한다고 밝혀 기자들로부터 비판 받고 있다. 지역신문이 사라지는 ‘뉴스사막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상업성만 추구한다는 지적이다. 가넷은 스타 전담 기자가 오히려 지역 저널리즘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가넷에 올라온 테일러스위프트 전담 기자 채용 공고.
▲ 지난달 가넷에 올라온 테일러스위프트 전담 기자 채용 공고.

지난달 12일과 13일 가넷은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와 내슈빌 지역신문 ‘더 테네시안’(The Tennessean) 소속으로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전담 기자 각각 1명씩을 고용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스위프트가 기록적인 투어로 북미 전역 경기장을 매진시키며 국민적 사랑을 받기 시작한 ‘내슈빌’”이라고 설명했다. 시급은 21.63달러에서 50.87달러 사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는 걸어다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투어를 다니며 해당 지역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정도다. NYT에 따르면 2024년 월드투어가 끝날 때쯤엔 스위프트의 투어 매출이 대략 14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1980년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전성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뜨거운 수요와 미디어 집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담 기자 채용을 바라보는 언론계 시선은 차갑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신문사를 소유한 미디어체인 ‘가넷’이 지역신문이 소멸하는 ‘뉴스사막화’ 등 저널리즘 위축 우려를 불러온 당사자기 때문이다. 1만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가넷은 지난해 기자를 포함한 뉴스 스태프 3400명 중 6%가량을 해고했다.

▲ 뉴욕뉴스길드 갈무리. “가넷, 당신이 문제야, 바로 너야”라고 비판했다.
▲ 뉴욕뉴스길드 갈무리. “가넷, 당신이 문제야, 바로 너야”라고 비판했다.

언론인조합 ‘뉴욕뉴스길드’(NewsGuild of New York)는 엑스(전 트위터)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가넷의 전략”이라며 △수백명 기자 해고 △지역뉴스 보도 파괴 △테일러 스위프트 기자 채용을 언급한 다음 스위프트의 가장 유명한 가사 중 하나를 인용해 “가넷, 당신이 문제야, 바로 너야”라고 했다.

지역신문 ‘초크비트 테네시’(Chalkbeat Tennessee) 소속 로라 D. 테스티노 기자도 엑스(트위터)에 내슈빌엔 스위프트 기자가 투입된 반면 “멤피스 지역엔 아직도 탐사 기자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넷은 스타 전담 기자가 오히려 지역 저널리즘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넷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크리스틴 로버트는 “이것이 바로 지역 저널리즘을 살리는 방법”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가넷이 성공하면 다른 인물과 인기 있는 주제를 다루는 비슷한 역할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타 전담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은 전국적으로 뜨겁다. 지난달 말 기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다. 가넷은 엄격한 저널리즘 원칙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가넷은 공고에 5년의 저널리즘 경력이 필요하며 AP통신 스타일에 맞는 ‘확고한 수칙’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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