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추천 위원 다수로 구성이 바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해당 없음’ 의결을 내렸던 북한 노동자단체 조선직업총동맹 연대사 등 인터넷 게시물에 ‘시정 요구’로 결정을 번복했다. 방통심의위 법무팀도 시정요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상반된 결정을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30일 열린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노동자단체 조선직업총동맹의 전국노동자대회 연대사에 접속차단 등 ‘시정 요구’ 의결을 내렸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이 ‘해당 없음’ 의견을 냈지만 황성욱·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시정 요구’로 의견을 모았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연대사에 관해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을 지지하면서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며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지난 2월20일 통신소위에서 3대2로 ‘해당 없음’ 의결이 난 안건이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국가 존립에 해가 될 정도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방통심의위가 가지고 있는 최소규제의 원칙 등도 거론됐다. 방통심의위 내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도 5대4로 ‘해당 없음’이 다수였고, 방통심의위 법무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외부 법인에선 ‘해당 없음’, ‘시정 요구’가 각각 1대1이었다.

[관련 기사 : 북한 연대사 홈페이지 개시 ‘문제없음’ 결론냈는데 재심의 요청한 국정원]

히지만 여권 다수로 심의위원 구성이 바뀌자 지난달 25일 통신소위에서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했다. 방통심의위는 국정원에 보강자료를 요청한 다음 다시 판단하겠다며 당시 ‘의결 보류’를 내렸다. 이에 30일 통신소위에서 국정원은 보강자료로 심리전문가 의견서 2건을 제출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 화면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 화면

방통심의위 사무처에 따르면, 국정원은 “포함된 문구가 기존 판례에 비추어 이적 표현물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를 통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가 북한에 포섭돼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빙자하여 북한 지령에 따른 민주노총 조정 및 장악 시도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북에 제공하여 내부 동향 파악,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지도부 선거 동향 수집 개입 등 배후 조정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됨에 따라 연대사 게시글 역시 이적 표현물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볼 여지가 충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했다.

김우석 위원은 “(국정원이) 꽤 많은 보충 자료를 보냈다. 법적 근거도 있고 전담 기구에서 요청한 것이다. 사정변경에 따른 자료도 방대하다. (국정원 요청에 따라) 당연히 접속 차단 및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성옥 위원은 “(국정원은) 이적성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건데 심리전문가 의견과 검찰의 수사 사실이 의결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라 보지 않는다”며 “검찰은 (민주노총의)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가 있는지 없는지를 수사 중인 거고 우리는 지금 이 표현물이 이적 표현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있다. 별개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우리가 위원회 법률을 검토해서 결정한 사안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심의를 반복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심의를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위원 구성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요청을 받아들여준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통신소위에선 조선직업총동맹 연대사를 포함해 총 7건의 인터넷 게시물에 국가보안법 위반을 근거로 ‘시정 요구’ 의결이 나왔다. 그중 4건은 북한의 교육기관, 과학기술, 관광 정보, 금융기관을 소개하는 사이트의 게시물인데 2019년 통신소위에서 ‘해당 없음’ 의결 났던 안건 2개가 포함됐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위원 해촉으로 여권 다수 구도로 바뀌었다. 본래 5명으로 구성됐던 통신소위는 정민영 위원 등이 해촉되면서 국민의힘 추천 위원 2인 다수결로 의결되고 있다. 윤성옥 위원은 지난 9월 통신소위에서 “결원이 2명이기 때문에 운영규칙 4조 2항 ‘전원 찬성으로 의결한다’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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