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 불참하고 대신 교회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자 방송사들은 대통령실의 해명과 야당 비판 내용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 YTN은 윤 대통령 불참을 두고 “통합과 포용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자신이 어린 시절 다녔다는 영암교회 예배에서 추도사를 통해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을 이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분들이 사랑했던 이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믿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바로 그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의 표현이나 정부에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개최한 추모식에 불참해 정부는 1년이 지난 이 자리에서도 없다는 야당의 비판이 나왔다. 방송사들은 이 같은 야당의 비판 목소리와 함께 불참 이유와 사과 표현이 없다는 지적을 전하면서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어디서든 똑같다”, “네 차례 이상 사과했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대통령실 답변을 나란히 실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힜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힜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이 가운데 일부 방송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YTN은 29일 저녁메인뉴스 <뉴스나이트>의 ‘尹, 추모대회 대신 예배로… 정부·여당 인사들 동행’ 뉴스에서 윤 대통령이 유가족협의회 주최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받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관여하는 사실상의 정치 집회라고 보고 일찌감치 불참을 결정했다면서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공식 자리에서 수차례 사과했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YTN은 “유가족 주최 추모행사가 결국, 반윤 집회 같은 성격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인데, 통합과 포용의 모습에선 한 발짝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도 이날 YTN <뉴스나이트> 스튜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추도사를 낸 것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해야 되는 거지, 왜 자신이 어릴 때 다녔던 교회에서 이 추모사를 내놓는 거냐”며 “대통령의 자리에서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놔야 된다. 아니면 유족들, 야4당 대표 등이 참석한 시민추모식에 참석해 함께 추모를 했다면 더욱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YTN이 29일 뉴스나이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모대회 대신 교회예배에 참석한 것을 두고 통합과 포용에서 한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나이트 영상 갈무리
▲YTN이 29일 뉴스나이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모대회 대신 교회예배에 참석한 것을 두고 통합과 포용에서 한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나이트 영상 갈무리

이병주 MBN 기자는 <뉴스7> 스튜디오에 나와 진행한 정치톡톡 코너 ‘윤 대통령 추모 비판한 야당’에서 “야당은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 자체를 지적했다”며 “자신들의 잘못조차 제대로 마주보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비겁한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을 모시고 유족을 찾아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을 끄집어내 추모대회에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추도사에 사과가 없다는 부분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대통령의 어떤 말도 유가족에게는 위로가 되지않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MBC는 <뉴스데스크> ‘“살면서 가장 슬픔 가진 날” 교회에서 추모’에서 대통령실이 유가족을 만나 위로할 계획이 있는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은 정치적이지 않고 이태원 추모행사는 정치적인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실은 즉답을 피했다며 “일 년이 다 돼 시작한 감사원 감사와 국회를 계류 중인 이태원참사특별법, 참사에 온전히 책임진 이가 없다는 현실. 참사 1주기 추모자리에 대통령이 참석해달라는 요청은 정치를 넘어 희생자 입장에 서달라는 유족들의 호소였다”고 지적했다.

▲MBC가 29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 불참과 사과언급이 없는 추도사에 대해 대통령실이 즉답을 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MBC가 29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 불참과 사과언급이 없는 추도사에 대해 대통령실이 즉답을 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MBC는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유가족을 위로했지만 사과하지는 않았다”며 “참사에 대해선 정부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방송했다.

KBS와 SBS TV조선 채널A 연합뉴스TV는 야당의 비판과 대통령실의 해명을 위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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