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PD·사장)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시 ‘4대강 질문’을 던졌다. 지난 25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경기도 여주시 강천보 걷기 행사에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 연단에 올라 “4대강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지지해 주셔서 4대강을 지킬 수 있었다. 더 보완해 지천까지 관리하여 완벽한 치산치수가 되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25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경기도 여주시 강천보 걷기 행사에서 4대강 질문을 하다가 저지당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채널A 뉴스.
▲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25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경기도 여주시 강천보 걷기 행사에서 4대강 질문을 하다가 저지당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채널A 뉴스.

이 전 대통령은 걷기 행사 중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언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없다. 내가 할 역할은 없다. 난 내 삶을 잘 살아갈 거야”라고 했다. 국민의힘 상황에 관해 묻자 “뭐 그리 내가 답변에 실수하길 바라고 자꾸 물어보느냐. 이 사람들아. 젊은 사람들이 마음을 쭉 펴고 확 열고, 그러고 살라”고 충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거듭되는 정치 관련 질문에 “국회 출입 기자가 여길 왜 왔느냐”, “내가 조언할 게 있나. 뭐라고”, “여러분들이 무슨 답변을 얻고 싶은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답변이 통 나올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최승호 PD는 4대강 질문을 하다가 저지당했다. 채널A 뉴스 등을 보면, 최 PD는 “녹조가 창궐한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느냐”, “4대강 수문을 열면 농지에다가 물을 공급할 수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전 대통령은 “공부 좀 많이 하고 와요. 세상에 정치만 보고 있느냐”고 답했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013년 2월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돌아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4대강 수심 6미터,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라고도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013년 2월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돌아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4대강 수심 6미터,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라고도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최 PD는 27일 통화에서 “물을 가두는 4대강 사업에 수질, 생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명박 정부는 물 수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가동보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현실은 보문 개방 시 물 높이가 빠르게 낮아져 취수구(용수를 위해 물을 끌어들이는 입구) 아래에 위치하게 되고, 이 경우 수문을 열지 못해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그런 물을 논밭에 공급하는 일이 빚어져 왔다. 말로만 가동보라고 했지 실제는 보 자체를 열 수 없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PD는 “그런 차원에서 질문한 것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자체를 모르는 모습”이라며 “당시 현장에서 실질적인 4대강 책임자들에게도 질문했으나 그들은 도망가기 바빴다”고 꼬집었다.

최 PD는 지난 2013년 2월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돌아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4대강 수심 6미터,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라고도 질문한 바 있다. 현재 최 PD는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과 이를 뒷받침했던 언론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추징금 57억8000만 원이 확정됐다가 지난해 12월 사면·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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