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가 지난 7월27일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남세균) 독소가 검출된 사실을 첫 보도했다. 지난 12일엔 이승준 부경대 식품과학부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대구 달성군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된 사실을 보도했다. “고도정수 처리 뒤 녹조 독소는 모두 걸러진다”는 환경부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녹조 독소 사태 해결을 위해 환경부의 대국민 사죄 및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조선일보가 대구MBC 보도를 왜곡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조선일보 10월20일자 기사.
▲조선일보 10월20일자 기사.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단독] 국립환경과학원 “MBC,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수돗물 공포감 조성”’ 기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MBC가 ‘남세균’이라며 보도에 쓴 현미경 관찰 사진은 형태학적으로 남세균과 전혀 무관한 물질”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사진은 이승준 교수팀이 시료를 현미경 관찰하는 과정에서 직접 찍은 것”이라면서 “MBC가 무해성 물질을 녹조 독소로 둔갑해 보도했다”는 과학원 입장을 전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일보에 “시민단체와 MBC가 공포감을 조장하고 수돗물 신뢰성을 흔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데 응분의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수돗물 안전과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공동대책위원회‧환경운동연합은 24일 공동 논평을 내고 “대구MBC가 보도한 대구 달성군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 성분 분석 결과 화면을 가지고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승준 교수를 공격했다. 그러나 해당화면 속 사진은 (이승준 교수팀 사진이 아닌)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수질연구소의 미생물 사진이다. 이는 10월21일 국정감사에서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이 해당 사진이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대구MBC에 따르면 10월12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MBC와 별도로 또 다른 연두색 수돗물 필터를 제보받았고 자체적으로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로 확인됐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이에 ‘코코믹사’라고 보여준 화면을 취재진이 촬영했고, 이 사진이 ‘[심층] 대구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연두색 물질, 녹조 일으키는 남세균으로 확인’ 기사에 들어갔다. 대구MBC는 기사 속 사진에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원 조사 결과’라는 자막도,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조사 결과’라는 자막도 넣지 않았다. 

대구MBC는 “사진 위치가 이승준 교수 인터뷰 바로 위에 배치되어서 마치 이승준 교수팀의 조사 결과로 일반 독자들이 착각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오해를 피하기 위해 10월 18일 온라인 기사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사진이 누가, 어떻게 찍은 사진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이승준 교수팀이 찍은 사진이라고 규정하고 이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대구MBC는 현미경 검사와 유전자 검사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이라면 과학적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낙동강 녹조 모습. ⓒ연합뉴스
▲낙동강 녹조 모습. ⓒ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은 “조선일보는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왜곡 보도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승준 교수는 문제의 사진이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사진이 아님을 밝혔다. 조선일보 기자에게 연구팀이 직접 찍은 사진까지 제시하면서 바로잡아 줬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이 교수의 연구를 폄훼하는 왜곡 보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조선일보가 정정보도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4대강 녹조 독소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할 사태”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와 조선일보를 가리켜 “4대강 보를 사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깔려있다”고 꼬집은 뒤 “심각한 녹조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4대강 보 때문”이라며 “환경부는 ‘무조건 부정’하고 민간 연구자의 연구를 폄훼하며 공격하지 말고 4대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왜곡 보도 피해자인 과학자들에게 사죄하고 낙동강 녹조 문제에서 즉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가 반복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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