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보석 석방 8개월여 만에 재수감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그룹 뇌물수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별사면이 없다면 2036년에야 나올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비참한 말로이자 비극이다.

‘이명박 재수감’을 바라보는 언론계는 “사필귀정”이란 반응이다. 비로소 ‘MB 언론장악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임기 동안 낙하산 사장을 통해 KBS·MBC·YTN 등 공영언론을 장악하고, 저항 언론인을 탄압한 역사는 결코 지울 수 없다. 송일준 광주MBC 사장은 3일 통화에서 “이명박이 등장하기 전 방송제작 현장은 유례없는 언론자유를 구가하고 있었다”며 “이명박 정권은 언론인을 탄압하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며 한국사회의 언론자유를 20~3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비록 언론장악이 아닌 뇌물죄로 감옥에 갔지만 그마저도 반성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성찰 능력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송 사장은 2008년 MBC 시사교양국 부국장 재직 당시 무분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험성을 지적한 PD수첩 ‘광우병’ 편 방송을 진행했다가 검찰에 체포, 이후 재판에 넘겨졌지만 종국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PD수첩 제작진 기소는 MB정권 검찰의 대표적 ‘정치 기소’로 꼽히는 사건이다. 

▲ 지난 2일 동부구치소 수감을 위해 차량에 탑승한 이명박. ⓒ연합뉴스
▲ 지난 2일 동부구치소 수감을 위해 차량에 탑승한 이명박. ⓒ연합뉴스

MB 정권은 2008년 집권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을 부당하게 해고하며 언론장악 시대를 예고했다. 정 사장도 배임죄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근거 없는 기소였다. 정 사장 자리는 ‘MB 언론 특보’ 출신이 차지했다. MBC의 경우 ‘김재철 사장’으로 대표되는 공영방송 암흑기를 맞게 됐고, MBC 언론인들이 파업으로 맞선 과정에서 무려 6명이나 해직됐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뉴라이트 세력’으로 채워졌다.

김재철 사장 시절 해고 아픔을 겪은 최승호 전 MBC PD는 페이스북에 “징역 17년이 확정됐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응분의 벌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그의 최대 악행인 4대강 사업에 대한 단죄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PD는 2010년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포장된 ‘MB 대운하 사업’ 실체를 폭로했다. 김재철 전 사장은 이 방송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듬해 PD수첩 제작진에 대대적 보복 인사가 자행됐다. 

YTN도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던 언론인들이 대량 해고되며 ‘MB 언론장악 피폭지’가 됐다. YTN 해직 언론인 6명이 2017년 8월 모두 복직하기까지 무려 ‘3249일’이 필요했다. YTN 해직기자였던 노종면 YTN 기획조정실장은 3일 통화에서 “2013년 정권의 언론장악으로 피해를 봤던 시민들을 도보로 찾는 ‘미디어피폭지 순례’ 당시 첫 일정이 MB 자택이었다”며 “그가 재수감되는 모습에 이제야 마무리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MB 언론장악에 맞섰던 언론인들은 박근혜 정권 때까지 십여년 세월을 빼앗겼다. 2012년 MBC 언론인들 파업을 이끌었던 ‘해직언론인의 상징’ 이용마 기자는 지난해 8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명박 정부 5년은 1987년 이후 확대되던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린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퇴행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됐다”고 썼다.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때 정직 6개월 중징계 후 KBS를 떠났다가 2018년 KBS에 재입사한 최경영 기자도 “MB의 언론장악은 내 인생을 바꿔놨다. 10년 세월을 앗아간 것”이라며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고 그렇게 싸우다 흘러갔다. 화가 나서 지상파는 아예 보지도 않던 시절”이라고 술회했다. 그는 “MB 재수감을 보면서 유인촌, 신재민, 최시중, KBS 사장 출신 이병순, 김인규, 고대영 등 (MB 측근과 그들을 비호했던 사내 세력의) 이름이 많이 떠올랐다”며 “무엇보다 기자들이 보도 제작 편향성을 문제 삼을 때 회사를 대변했던 KBS 사람들도 생각났다. 그들이 실은 정치적, 사적 이익을 추구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MB가 남긴 언론장악 상흔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편성채널이다. MBN이 종편 출범 당시 불법 자본금을 충당한 사실이 법원에서 확인돼 유죄가 선고됐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MBN에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가 10년 만에 종편 심사가 부실했다는 걸 인정한 꼴이 됐다. 종편 출범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초대 방통위원장은 ‘MB 멘토’ 최시중 전 위원장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정부는 방송시장이 포화인 상황에서 종편 4곳을 허가하며 방송 산업을 황폐화한 책임도 있다”며 “산업에 경쟁도 필요하지만, 방송은 사회적 공공성이 어느 곳보다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송이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어야 했지만, MB정부의 종편승인은 이와는 반대로 나아간 정책”이라며 “현재 방송들이 시장성과 산업에만 몰두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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