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61)는 2017년 12월 “MBC 사장을 마치면 저널리스트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MBC 사장 임기가 끝나도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고” 취재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책임과 소명의식이 사라진 한국 언론 토양에서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그로부터 2년 2개월 뒤. 그는 MBC 사장 임기(2017년 12월~2020년 2월)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에는 뉴스타파 PD로 복귀하며 시청자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1년 6개월 카메라를 들고 4대강 현장을 탐사한 그는 MBC PD수첩과의 협업을 통해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을 제작했다. 방송은 지난 24일 오후 MBC PD수첩 본방송에서 공개됐다.

2010년 8월 MBC PD수첩 PD로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연출하며 4대강 사업 허구성을 비판했던 최 PD는 ‘4대강 보 해체’를 결정하고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강렬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4대강 녹조 유독성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허투루 채수하고 있음을 아프게 지적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최 PD를 만났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소회와 소감을 들었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번 PD수첩 ‘4대강’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4대강 녹조 유해성 증거 앞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비판 대상자인 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운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최 PD는 ‘반론 청취’를 매우 강조해온 언론인이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산하기관에 인터뷰를 떠넘겼고 공기업이나 산하기관 관계자들도 약속한 인터뷰를 느닷없이 미루는 모습이었다. 이런 태도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정부의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탐사보도에서 비판 대상의 ‘반론’을 충분히 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 반론을 다시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취재는 그렇게 ‘정반합’ 과정을 거쳐야 진실에 닿을 수 있다. 반론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 보도일수록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후배들에게도 반론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비판 대상자를 어떻게든 카메라 앞에 앉히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한다. 그런데 이거 기본인데?(웃음)”

- 반론을 받지 않고 일방의 주장으로 점철된 기사가 적지 않다.

“요즘은 기자들이 기사를 너무 많이 쓴다. 조회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베껴쓰는 기사도 많고 받아쓰는 것도 많다. 뉴스가 담고 있는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 24일 방송한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은 그동안의 4대강 취재물의 종합판 같달까? 4대강 사업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고발해왔다. 2009년 9월 PD수첩 ‘착공 한 달 전! 기로에 선 4대강’ 편이 시작이었다.

“그 전에 보도했어야 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오는 등 4대강 보도를 조금 늦게 시작했다. 4대강 사업이 처음 논의됐을 때 보도했으면 사업 진행이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2009년 첫 보도 했을 땐 사업에 이미 발동이 걸린 상태였다.”

- 2010년 MB정부와 당시 김재철 MBC 사장은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다. MBC 프로그램에 정권 외압이 본격화하던 시점이다.

“MB정부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기각했다. 김재철 사장은 프로그램 사전 시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못하겠다고 하니 결국 불방을 시켰다. 한 주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해 내보냈다. 더 세게 비판할 수 있었지만, 보도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나도 일정 부분 타협한 셈이다.”

- 최 PD는 MB 국가정보원의 사찰 대상이기도 했다.

“나를 PD수첩에서 쫓아내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2012년 국정원 국익정보국 문건에 ‘최승호 PD를 전보시켰다’는 걸 업무 성과로 포장해 ‘VIP 보고’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검찰 수사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검찰에서 확인한 문건 내용이다. 또 다른 내용이 있는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놓은 상태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지난해 2월 MBC 사장을 퇴임한 뒤 1년 6개월 카메라를 들고 4대강 현장을 탐사했다. 그는 MBC PD수첩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 24일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을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지난해 2월 MBC 사장을 퇴임한 뒤 1년 6개월 카메라를 들고 4대강 현장을 탐사했다. 그는 MBC PD수첩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 24일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을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2011년 PD수첩에서 쫓겨난 후 10년 만에 MBC 전파를 통해 취재물을 공개했다.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국면에서 해고됐고, 뉴스타파 PD로 자리를 옮겨 탐사보도를 이어가다가 정권이 바뀌고 2017년 12월 MBC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퇴임 후 다시 뉴스타파 PD로 활동하고 있다. MBC 후배 PD들과 협업한 소감은?

“그래도 PD수첩이 4대강 사업을 가장 많이 취재한 프로그램이다. 그걸 종합 정리하는 차원으로 나로서도 의미 있는 협업이었다. MBC 후배들과 함께 일한 건 2011년 이래 10년 만이다. 감개가 있었다. 후배들의 젊은 감각은 인상 깊었고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 지난해 11월 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PD수첩 30주년 세미나에서 공영방송의 탐사보도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디어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공영방송 탐사보도가 왜 중요한가?

“언론 신뢰도 때문이다. 다수 언론은 조회수와 광고수익에 치우쳐 받아쓰기와 인용 보도에 갇히고 있다. 공영방송에 탐사보도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몇 개 되지 않지만, 그래도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주는 역할을 해왔다. 점점 그 역할과 위상이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론 신뢰도가 급전직하한 이때 공영방송 탐사보도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언론시장 질도 견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라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보다 언론중재법 개정,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언론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그걸 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시민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개정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언론이 개혁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기회는 있지 않았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공정방송 파업이 단행됐다. 이후 방송 공정성을 심각하게 망가뜨린 과거 KBS·MBC 사장들은 해임됐다. 그 자리를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섰던 언론인들이 채웠다. 최승호 전 MBC 사장, 박성제 현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맞섰던 이들이 경영진이 되거나 핵심 보직에 앉으면서 문재인 정권 임기 전반기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가 사그라들었다.

“그 시기 고 이용마 기자는 특별다수제(편집자주 :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16년 7월 ‘언론장악방지법’을 발의했다.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여·야 추천 7대6으로 재편하고, 사장 선임 시 이사회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며 재적 이사 3분의 2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가 골자였다)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시민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을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마 기자의 그런 제안이 논의에 영향을 많이 미쳤는데, 정치권은 이에 말로만 호응할 뿐 실천의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공영방송 내부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MBC 사장이던 때도 언론에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방송통신위원회나 정치권 등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시급함을 강변했다. 권력에 안주한 정부·여당의 안이함이 걸림돌이었다. 무엇보다 정권의 의지가 부족했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시민들은 ‘최승호, 박성제, 양승동 사장이 취임할 때는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법 개정에 사활을 걸지 않다가 정권이 바뀔 것 같으니까 이제야 떠든다’고 지적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언론노조 등 언론운동진영과 진보언론 시민단체들이 그때는 침묵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권 초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가 더 진행됐으면 지금 같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정국이 가능했을까 의문이 있다.

“동의하고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노조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을 더 확실한 의제로 설정했어야 했다. 지금도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들이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때처럼 방송장악을 시도하거나 하진 않지만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권한 등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건 대동소이하다. (기자 : 진보언론시민단체 인사들이 돌아가며 방송 유관기관 자리를 차지하는 행태도 관행이 된 듯하다.) 좋은 인사들이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비판자라는 역할은 우리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과거 비판할 때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그 진정성이 무너지면 비판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왕 그 자리에 가서 잘하면 좋은데, 들어가서 (보수정권 언론계 인사들과) 똑같다는 소리를 들어버리면 답이 없게 된다.”

- 지상파 방송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안착한 지 10년이 됐고 국경을 넘나드는 해외 미디어 자본의 경쟁력은 비교할 수 없다.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의 자력 생존이 가능한가?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가 완화되기도 했는데?

“중간광고 규제 완화도 너무 늦었다. 적어도 공영방송에는 국가의 공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공영방송 내부 비효율도 제거해야 한다.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의 편향적 뉴스 이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뉴스 소비가 편향적이지 않았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튼튼한 공영방송 존재’였다. 그런 나라들은 여론의 극단적 분화 현상이 덜 발생한다.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진영이나 언론을 악마화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한 공영방송은 한 사회의 인프라나 다름없다. 이를 시장에만 맡겨놓는다면 사영언론 행태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어젠다가 부재한 상태에서 국가 장래도 어두워질 것이다. 공영방송이 재정적 기반을 잃고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 공영방송에 대한 정파성 시비는 어떤 정권에서든 불거져 왔다.

“공영방송을 중립지대에 가져다 놔야 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독립적 보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든 보수든 공영방송을 신뢰할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각종 오보가 난무할 때 공영방송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7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는 진실과 다투고 있다. 세월호뿐인가. 모든 문제가 다 그렇다. 언론 신뢰도가 처참하게 무너진 탓이다.”

- 여전히 김어준씨가 제기한 세월호 고의침몰설을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독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언론의 검증과 비판이 필요한 이유다. 뉴스타파는 김어준씨가 제작한 ‘그날 바다’와 ‘더 플랜’ 등을 검증해 보도했다. 김씨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조선일보가 비판하는 것에 아파하지 않는다. MBC PD수첩이 황우석을 검증했던 것처럼 무엇이 사실인지 가려주는 것은 정치·자본권력에서 자유로운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다.(편집자주 : 최 PD는 지난해 7월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김어준씨를 직접 겨냥해 ‘김어준 총수가 자신의 위상만큼의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 2017년 12월12일 고 이용마 기자는 복직 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첫 출근했다. 당시 언론은 ‘첫 출근’을 환영하는 보도를 쏟았지만 이날이 ‘마지막 출근’이 될 줄은 몰랐다. 이용마 기자가 퇴근을 위해 차량에 탑승하기 전 당시 최승호 사장(왼쪽)과 손을 맞잡았다. 사진=미디어오늘
▲ 2017년 12월12일 고 이용마 기자는 복직 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첫 출근했다. 당시 언론은 ‘첫 출근’을 환영하는 보도를 쏟았지만 이날이 ‘마지막 출근’이 될 줄은 몰랐다. 이용마 기자가 퇴근을 위해 차량에 탑승하기 전 당시 최승호 사장(왼쪽)과 손을 맞잡았다. 사진=미디어오늘

- MBC 사장 출마 후회하지 않나?

“‘4대강’이든 ‘검사와 스폰서’든, 현장을 취재하고 방송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언론 본질에서 비롯한 행복이다. 원래 보직을 맡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예산을 따오고 편성 확보하고 알력도 행사해야 하는 일들…. 개인적으로 소모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만큼 보직을 싫어했다. 그러나 MBC 사장 때는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MBC는 너무나 망가진 상태였다. 복원을 위해서는 그래도 얼굴이 알려지고 시민에게 믿음을 주고 도움도 받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고자 출신’이니 내부에서도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고자 출신이 깊게 갈라진 조직에 ‘이제 그만하자, 여기까지다’ 이렇게 말하면 불만이 있어도 더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우니까.”

- 2012년 파업 불법 대체인력으로 채용된 시용기자들을 포함해 전 정권 경영진에서 승승장구했던 이들에 대한 적폐청산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다.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친 MBC 구성원에 대한 각종 중징계) 소송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면 상당한 부작용과 부담이 되돌아온다. ‘MBC 장래를 봐서도 적폐청산은 이 정도로 하는 게 맞아, 이제는 서로 안고 가야 한다’는 내 판단에 일부 후배 구성원들은 물러터졌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래도 봉합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2010년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보도로 무소불위 검찰과 스폰서의 유착을 폭로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 여러 갈등이 빚어졌다. 지금은 직전 검찰총장 윤석열씨가 야권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어떻게 평가했나?

“검찰 개혁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시점상 많이 늦었다. 정권 초부터 개혁에 나섰어야 했지만 ‘윤석열’이라는 칼을 이용했다. 검찰을 적극 활용해 적폐수사를 한 것이다. 윤석열씨는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시키면서 국민들 신망을 받게 됐다. 정권은 그가 검찰주의자임을 알면서도 검찰총장에 앉히는 우를 범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끝까지 고집했어야 했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 전 장관이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끝까지 밀어붙인 게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쪽에 서 있다.”

- 그러나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를 테면, 조국 지지자들과 비판자들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싸우고 있다.

“지금 언론중재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너무 감정을 가진 채 개혁을 하려고 하면 어려움에 빠진다. 더 냉정해야 했다. 냉정함을 갖고 본질을 다루면서 더 많은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정권이 너무 감정을 앞세우다보니 여론이 반으로 나뉘고 소모적 정쟁이 지속됐다. 그 결과 문재인 정권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그만두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잘못이 크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언론인 인생으로는 말년이다. 언제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싶나?

“말년? 무슨 말년이야. 말년은 아니지.(웃음) 한국 언론 관행으로 보면 물론 내 행보가 이상하게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는 지금도 80세 할머니 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보다 3~4세 적은 동료 기자가 은퇴하자 인터뷰에서 이렇게 묻는다. ‘너 왜 그렇게 빨리 그만두냐.’ 60분에는 평생을 취재하다가 취재 중에 사망한 원로 언론인도 있다. 거기선 70대가 취재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거다. 그만큼 우리나라 언론 시스템이 이상하다. 일반 시민이 인정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언론인’이 부족하다. 기자들이 자꾸 국회의원을 하려고 한다. 앞으로 정치를 잘하겠다는 걸 명분 삼는데 언론인은 정치권에 가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현장에 있을 것이다. 지금은 뉴스 형태로 바쁘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좀더 나이가 들면 긴 호흡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계속 사실의 영역에서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다. 마지막까지 계속 취재하고 만들 것이다. 난 그럴 때 가장 편안하다. 다시 돌아온 지금,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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