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TV수신료 분리징수 후 수입 감소로 KBS ‘민영화’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공영방송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가운데 공영방송이 사라지면 OTT 기업이 미디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상업성이 없는 영상은 제작 시도 자체가 사라지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방송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정권 교체 후 이사 해임 등 공영방송 ‘흔들기’를 반복되게 한 현재 한국 방송법이 ‘최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 지난 14일 서울 경희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 왼쪽부터 최우정 계명대 교수, 김성순 변호사,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 조성동 인하대 교수, 조소영 부산대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 지난 14일 서울 경희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 왼쪽부터 최우정 계명대 교수, 김성순 변호사,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 조성동 인하대 교수, 조소영 부산대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지난 14일 서울 경희대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법제도적 대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조성동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공영방송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 민영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의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이후 TV수신료는 전년 대비 24억 원이 감소해 KBS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이 사라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OTT가 중심이 돼 미디어 시장을 다 잠식해버릴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영리를 추구하면 돈 되는 게 아닐 시 절대 하지 않는다. 시사 다큐멘터리, 생태계 다큐멘터리가 큰 돈이 될까. 미디어 생태계에서 공영방송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우려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최근 결정에서 나타낸 이야기”라고 말했다.

심영섭 교수도 “공영방송을 실제로 폐지하자, 혹은 영향을 대폭 줄이자는 논의가 나온다. 자원을 재분배해서 상업 영역에 주자는 것”이라며 “이런 논의 흐름을 좋아하는 방송사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역할이 줄어들면 수혜는 (방송사가 아닌) OTT나 다른 영역이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OTT 영역에 이미 수많은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공영방송을 보는 것이 필요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포, 지나친 사각지대로 적절하게 공급돼야 할 콘텐츠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점점 그 공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가짜뉴스 대응, 공영방송 나눠먹기 모두 비합리적”

▲ 지난 9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방지에 대해 발언했다. 사진=KTV 유튜브
▲ 지난 9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방지에 대해 발언했다. 사진=KTV 유튜브

최우정 교수는 공영방송 위기가 정부의 소위 ‘가짜뉴스’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겉에서 볼 땐 둘 다 명확하게 ‘비합리적’이지만 편견을 갖고 있는 개인에겐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동관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류희림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보도 대응의 일환으로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최우정 교수는 “‘가짜뉴스’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다. 집권당이 가짜뉴스를 규제한다고 하면 일부 국민이 호응을 한다. 반면 ‘비판적 뉴스’라 하면 어떨까. 정부가 비판 뉴스를 규제하겠다고 하면 정부는 바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얼핏 보면 정부의 대응이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극히 좁은 의미에선 합리적이다. 그렇게 배워왔고 그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봤을 때는 비합리적인 것도 합리적이 될 수 있다. 방송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 방송법이 ‘최악’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최 교수는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 그것을 생각하면 국회와 대통령이 왜 인적 구조를 나눠 가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KBS, MBC, 방통위, 방통심의위 지배구조 모든 게 설명이 된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방송법은 최악이다”며 “저도 인간이라 최선의 답을 내지 못한다. 대신 차악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법적으로 그대로 놔두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지나친 정치권 공영방송 인적 구조 개입 ‘위헌’ 결정

지금의 공영방송은 KBS 이사회 11명(여야 7대4), 방송문화진흥회(MBC) 9명(여야 6대3), EBS 이사회 9명(여야 7대2)으로 여야가 나눠 갖는 구조다. 현재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 3건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이지만 국회에서 의결된다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 지상파 공영방송 3사 사옥 모습.
▲ 지상파 공영방송 3사 사옥 모습.

독일에선 정치권의 지나친 공영방송 인적 구조 개입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있었다. 최 교수는 “독일 제2공영 ZDF에 텔레비전위원회(Fernsehrat)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 정부 대표, 정당 대표가 3분의 1 수준을 넘어서는 게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치적 의견이 너무 세기 때문”이라며 “이런 논리가 우리에게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 뜯어 고쳐야 한다. 방송의 자유를 심각하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재원 관련 물적 구조도 마찬가지다. 아직 정부, 기업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KBS 역시 정부, 기업, 사회단체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혀 그렇지 못하다. 기본적으로 KBS의 재정 상태는 광고 수익이 더 많이 차지한다”며 “행정부가 나서서 병합 징수했던 것을 분리 징수하겠다고 한 것도 개인적으로 위헌이라고 본다. 방송법에서 가능하게 했는데 시행령으로 (병합 징수를) 금지한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독립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방송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교수는 “국가의 감독은 법적 감독에 그쳐야 한다. 소위 말하는 ‘목적적 감독’은 벗어나야 한다. 이것은 제 말이 아니라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방송 정책에 대해선 독립된 방송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기관은 공영방송에 ‘노터치’다. 공영방송은 이미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 되기 때문에 국가기관 터치가 배제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우성 교수는 “현재의 방송법이 최악이라면 최악을 피하기 위해선 개인의 이성과 합리가 아닌 집단의 이성과 합리에 의해 차악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런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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