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철도 경쟁체제 관련 공론의 장 열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개편 등 요구를 걸고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철도노조 파업을 비난하고 시민 불편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문화일보는 사설 <경쟁체제 없애자는 철도파업, 시대착오적 철밥통 투쟁>(9월14일)을 통해 철도노조의 공공철도 확대 요구에 대해 “결국 SRT와 경쟁하기 싫다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 와서 KTX와 SRT 분리운행을 하지 말라는 것은 명분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서 한겨레는 사설 <‘철도 경쟁체제’가 부른 갈등, 더 커지기 전 노정 대화 필요>(9월18일)에서 “근본적으로 민영화로 가는 포석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철도 경쟁체제를 둘러싼 해묵은 쟁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되므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해법 마련을 주문했다. 논조는 다르지만 두 신문이 공통으로 지적하듯이 이번 파업은 ‘철도 경쟁체제’가 지속가능한 교통정책인가를 둘러싼 공론의 장을 연 것이다.

한편 2019년부터 매년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하면서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해 온 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는 “공공철도가 기후정의다!”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가 기후위기를 가속한다고 비판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사흘째인 9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사흘째인 9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50 탄소중립 위한 로드맵이 ‘경쟁’?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향후 10년 앞에 닥친 가장 큰 지구적 재앙이 기후위기라는 사실은 확인되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국가 비전을 발표한 바 있지만, 연도별 구체적인 탄소배출감축 목표가 없거나 ‘철도 경쟁체제’에서 보듯이 개별 정책에서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2019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9,830만 톤으로 도로 9,427만 톤, 항공 165만 톤, 해운 134만 톤, 철도 29만 톤으로 도로수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압도적이다. 결국 자가용을 비롯한 도로수송에서 친환경적인 철도수송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50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철도수송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가장 강력한 수단은 “통합환승체계구축”이고, 이를 가로막는 장벽은 효과도 불분명한 “철도 경쟁체제”이다. 다시 말해 자가용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대량수송이 가능하며, 안전한 철도가 Door to Door, 즉 문전수송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철도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정책은 철도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체계를 상호연결하는 통합환승체계이다.

최근 독일 정부는 5200만 장이 팔린 9유로 티켓 성공에 힘입어 월 49유로로 고속열차를 제외한 전국 모든 열차와 전철 등을 무제한 이용, 환승이 가능한 도이칠란트 티켓을 발매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9유로 티켓 3개월 운영을 통해서 18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도 내년 여름부터 독일과 같은 방식의 49유로 티켓발매를 공식 발표했다.

10월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를 통해 “전 세계 인구 중 소수의 부유층이 가난한 50%보다 더 많은 오염을 일으키고 가난한 나라들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고도 피해는 가장 크게 받고 있다”고 비판한 바와 같이 기후위기의 또 다른 본질은 불평등의 확산이다. 일본 정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의 직격탄을 맞은 태평양도서국가 재앙이 그러하고, 국내적으로는 10년 전 발생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도 에너지정책이 불러온 지역 간 불평등 문제를 보여준 사례이다.

철도 분할 운영·경쟁 추구, 일방의 시대착오적 주장에 불과

고속철도 분할 운영은 수익노선의 이익으로 비수익노선을 교차보조해 온 철도 공공성을 붕괴시킴으로써 결국 “잘 사는 지역의 고속열차”만을 운영하는 또 다른 철도회사의 이익을 위해 “지방노선이 축소”되는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 불필요한 두 개의 철도운영기관이 발생시키는 중복투자와 비효율은 둘째치고라도 어떤 경쟁 효과가 있는가. 정부 세종청사에서 용산 대통령실 또는 국회로 출장을 가는 공무원 중 KTX 오송-용산(서울)노선이 아닌 SRT 오송-수서 간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기나 한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버스-도시철도(지하철) 환승체계는 민영화나 경쟁체계로는 불가능한 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철도운영기관의 통합적 운영체계로 가능했다. 서울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 9호선이 다른 기관으로 나누어져서 시민들에게 어떤 경쟁 효과가 있었는가. 오히려 환승이 불가하여 철도 이용을 불편하게 하고 불평등을 확산하는 이상한 경쟁체제야말로 일부 관료들의 낙하산 자리, 소수의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한 시대착오적인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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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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