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싸잡은 비난이 ‘지식인 사회’에 유행이다. 정치가 난장판이란다. 진영 논리를 너도나도 개탄한다. 과연 그런가. 시시비비 없는 양비론이 과연 ‘중립’ 또는 ‘진보’일까.

‘이재명 죽이기’에 혈안인 조선을 비롯한 신방복합체들의 여론몰이를 견제해야 할 신문마저 쉬 납득하기 어려운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 정치, 이념 없이 진영만 남아…뭘 놓고 싸우는지 몰라”(한겨레, 10월6일)가 그것이다. ‘대립과 배제를 넘어, 공존을 찾아’라는 문패아래 3인 좌담을 담았다. 정치학자는 “양당이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회학 교수도 어금버금하다. “불평등 확대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 측면에서 양당 모두 굉장히 미약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에 이념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치학자는 양당 체제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이념 없는 최고 권력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은 모든 곳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꾸짖는다. 사회학 교수도 이념 없이 진영 대립만 있다며 “한국 사회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 답을 내놓지 않은 채 개인적 호불호만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창설 제71주년 기념식 및 전국 읍·면·동회장 총력안보 결의대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창설 제71주년 기념식 및 전국 읍·면·동회장 총력안보 결의대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생게망게하다. 이념이 중요하다며 수구적 반공을 부르대고 ‘공존’도 거부하는 대통령을 두고 너무 한가하지 않은가. 지금 여야가 “뭘 놓고 싸우는지” 정말 모르는가. “정치 세력의 이름이 복지파, 성장파가 아니라 친문, 친명 등 누구랑 친한가로 지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개탄도 마찬가지다. 물론, 과거 민주당 정부가 제대로 못한 사실을 지적하겠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야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주장은 윤석열의 집권당과 ‘이재명의 민주당’이 그렇다는 뜻일 텐데 과연 그러한가. 곰팡내 나는 반공을 ‘자유민주주의’로 부르대는 윤석열과 ‘기본사회 비전’을 내놓은 이재명이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둘 사이에 ‘성장파’와 ‘복지파’ 수준의 차이마저 없을까. 물론 윤석열은 성장조차 실패한 채 민주당의 민생입법에 거부권을 이미 행사했거나 벼르고 있다. 찬찬히 짚어보자. 지금 여야가 “뭘 놓고 싸우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인터넷시대라 하지만 조중동 신방복합체의 의제 설정력은 일반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재명의 정책과 비전을 단 한번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저들의 신문과 방송은 대선 정국부터 지금까지 내내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방탄 국회’만 집요하게 되뇌어왔다. 하루도 빠짐없는 여론몰이에 한겨레마저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한겨레가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이 제시해온 민생정책과 기본사회 비전에 신방복합체들처럼 모르쇠를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론화에 적극 나섰다고 볼 수 있을까. 주요 의제로 설정한 기억도 없다.

기실 처음도 아니다. 한겨레는 “민주, 검찰 탓만 말고 민생 우선으로 가치 재정립하라”(2023년 6월12일)고도 했고, “정권심판론 흡수 못하는 민주당… 총선 전망 암울한 이유”(7월16일) 제하의 선임기자 기사에선 “가치와 비전 싸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게 민심, 가치, 비전, 기세 등 모든 싸움에서 다 밀리는 모양새”란다. 너무 생뚱맞지 않은가. 문제의 핵심은 조선을 비롯한 신방복합체들의 광적인 여론몰이 아닐까. 한겨레가 이재명의 기본사회 비전과 민생 정책을 얼마나 충실히 보도했는지부터 기자들과 성찰해야 옳지 않을까. 나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이재명과 윤석열 공약, 정말 차이가 없는가”(2022년 2월24일) 칼럼에서 한겨레와 경향을 거론한 바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당은 물론, 진보정당들이 조각조각 갈라져 제 구실을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명의 기본사회 비전과 민생정책을 민중들과 소통할 매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데 그 매체가 자기소임엔 소홀한 채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기사를 주요 국면마다 불쑥불쑥 편집하는 모습은 몹시 안타깝다. 이재명 죽이기와 민주당 쪼개기에 골몰하는 신방복합체를 감시하는 비평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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