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 서비스 플랫폼에 게시된 한 ‘현직 지역신문 기자’ 인터뷰 글이 허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기자가 아닌 인물이 ‘지역 유력 일간지 기자’를 사칭해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 대상자)로 나섰고, 플랫폼 기업에서 뽑은 에디터가 허위 인터뷰를 작성한 것이다. 사칭을 당한 지역 신문 측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생·취준생 커리어 플랫폼 ‘링커리어’에 지난 6월24일자로 <[경남신문] 지역 언론사 기자 직무에 대해 알아보자! 현직 기자 인터뷰>라는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은 “어떻게 해야 기자가 될 수 있을까? 경남신문 문화부 현직 기자 인터뷰”라면서 근무 2년차 박아무개 경남신문 지역문화부 기자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박씨는 인터뷰에서 “내가 일하고 있는 경남신문은 경남 지역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사”라며 “지역문화부는 음악회, 연주회, 전시회를 포함해 시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음악 바자회 등 지역에서 개최되는 여러 문화 행사를 취재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지원 당시 스펙과 합격 꿀팁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박씨는 “지방대 초대졸 학력 인정, 대학 학보사 교육부장, JTBC 뉴스룸 인턴십” 등 활동을 적고 “대외 활동을 많이 했느냐보다 지금껏 어떤 기사를 썼는지가 훨씬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고 했다. 그 외에도 지원 계기, 신문사 채용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답변했다. 

▲ 링커리어 지난 6월24일자 박아무개씨 인터뷰.
▲ 링커리어 지난 6월24일자 박아무개씨 인터뷰.
▲ 지난 6월24일 링커리어 경남신문 기자를 사칭한 박아무개씨 인터뷰.
▲ 지난 6월24일 링커리어 경남신문 기자를 사칭한 박아무개씨 인터뷰.

하지만 박씨는 경남신문 기자가 아니었고 입사한 적도 없었다. 박씨가 자신을 ‘지역문화부 기자’라고 소개했지만 경남신문에는 ‘지역문화부’라는 부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링커리어는 정기적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콘텐츠 에디터’를 모집하는데 이 인터뷰 작성자는 콘텐츠 에디터로 뽑힌 A씨였다. 콘텐츠 에디터는 대학생 등 구직자들이 읽을 만한 정보를 올리는 일을 담당한다. 어떻게 박씨가 경남신문 기자를 사칭한 인터뷰가 실릴 수 있었을까? 

▲ 지난 6월24일 링커리어 박아무개씨 인터뷰 내용 일부.
▲ 지난 6월24일 링커리어 박아무개씨 인터뷰 내용 일부.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A씨는 박씨와 친구 관계였다. 박씨가 경남신문 기자가 아닌데도 이를 사칭하며 그럴 듯한 이야기로 언론사 취업 후기를 만들었고 A씨는 이를 링커리어에 게재한 것이다. 

박씨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대변인, 대선 당시 민주당 경남도당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았고 최근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차세대간호리더연합 간부로서 활발하게 간호대학생 입장을 대변했다. 박씨는 과거 청년 정치인으로 경남신문이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남에 있는 신문사에서 일한다는 게 곡해됐다”며 “글쓴이(A씨)에게 글을 내려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링커리어 인터뷰에서 ‘JTBC 뉴스룸’에서 일했다고 한 이력에 대해 박씨는 “JTBC에서 일한 적은 없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주에 인터넷매체 경남포스트를 인수했다”며 자신을 언론인이라고 소개했다. 경남포스트는 지난 5월 창간한 매체로 현재 박씨는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고 있다. 박씨는 현재 민주당 당직을 맡지 않고 있고 대학생 신분이라고 했다. 

허위 인터뷰를 작성·게재한 A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링커리어 콘텐츠) 마감 직전인데 (대학) 마지막 학기이고 바빠서 (사실관계 등은) 미처 신경을 못 썼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 지난 6월24일자 링커리어 경남신문 기자 인터뷰 갈무리.
▲ 지난 6월24일자 링커리어 경남신문 기자 인터뷰 갈무리.

미디어오늘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링커리어에서 박씨 인터뷰 글은 삭제됐다. A씨는 “문제가 있어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링커리어 측은 박씨가 경남신문 기자를 사칭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23일 오후 현재까지 답하지 않고 있다. 

경남신문은 이번 기자 사칭 건에 법률 검토 중이다. 이명용 경남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기자 사칭은 신뢰가 최우선하는 언론 이미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회사는 사칭 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법적 대응 등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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