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사회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권태선 이사장, 8월8일 임시이사회) 권태선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미래를 내다봤던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MBC 최대 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면서 이날 발언이 이사회에서 그의 마지막 공식 발언이 되었다. 오는 9월 해임 청문이 예고된 김기중 이사까지 해임되면 방문진은 여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권태선 이사장은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방송의 자유와 MBC의 독립성을 끝끝내 지켜내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서게 되어 죄송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MBC를 장악하고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겠다는 ‘막가파식’ 정권의 칼춤은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터무니없는 해임 사유를 이유로 터무니없이 위법한 절차를 통해 저를 해임한 방통위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권 이사장은 “MBC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고 좋아하는 방송사,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사가 되었다”며 “바로 이 점 때문에 MBC는 권력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국민 다수의 이익보다 기득계층의 사익을 중시하는 ‘사익카르텔 정권’에게는 진실을 추구하는 MBC 보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강변하듯이, 이 정권도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강변하며 공격해왔다”고 비판했다.

권 이사장은 “이 정권의 언론관은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트럼프 수준”이라고 지적한 뒤 “이제 이 정권은 저를 해임하고 본격적으로 MBC를 장악하려 나설 것”이라며 MBC 구성원들을 향해 “여러분에 대한 권력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지만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이용마 기자의 동지였던 여러분을 믿는다. 끝까지 국민의 편에 서서 진실을 추구해나간다면, 국민 역시 MBC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이 해임된 오늘은 이명박정부의 MBC 탄압에 맞서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병마로 세상을 떠난 이용마 MBC기자의 4주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4주기 추모 성명을 내고 “이용마의 꿈을 막아섰던 이들은, 15년 전보다 더한 악독함과 뻔뻔함으로 MBC를 짓밟으려 한다. 윤석열 정권은 방송 장악 선봉에 섰던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법도, 절차도, 공정도, 상식도 모두 무시하고,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MBC본부는 “과거 권력의 하수인으로 MBC 내부를 썩어 문드러지게 했던 이들은 반동의 현실에 환호하며 활개치고 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MBC의 비극적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절망과 위기의 현실에서, 다시 이용마를 떠올린다. 그가 외쳤던 것처럼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