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권 이사들을 해임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모 절차 없이 후임 이사를 추천해 “졸속 인사이자 무법적 인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사로 추천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에 대해 ‘삼성 관리 판사’ 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KBS 내부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늘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했다. 이번 이사 추천은 윤석년 이사 해임 이후 20여 일 만에 이뤄졌다”며 “서기석 전 판사는 과거 삼성에 의한 관리 받은 판사로 지목 받은 인물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헌재 재판관이었고 조선일보 방일영 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인물이라 전해진다”고 했다.

KBS본부는 “실제로 과거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의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2002년께 몇몇 검사들과 서기석 판사가 나와 함께 골프를 쳤다. 훗날 서기석은 내 양심고백을 계기로 열린 삼성 비리 사건 2심 재판을 맡아서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라고 기술하기도 했다”며 “재벌 그룹과의 유착 의혹 등 지명자 본인의 자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이사 추천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그야말로 졸속 인사이자 무법적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3년 8월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후보로 추천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2023년 8월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후보로 추천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이들은 “전임 윤석년 이사에 대한 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사 지명이 진행된 데다, 이번에도 야당 측 김현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현 여당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단 2명의 의결만으로 추천이 결정”됐다면서 “이번 추천은 현 방통위 스스로가 독립성과 5인의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의 설립 정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음을 또 한 번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본부는 지금과 같은 식물 방통위의 무법적 행태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인적 구성을 여당 우위로 바꿔 공영방송 경영진을 정권이 원하는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모든 정황들이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좌표를 찍고 있다”며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흔들어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 또한 현 방통위의 비정상적 운영의 책임이 있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이날 두 명의 여권 이사 찬성에 따라 윤석년 전 KBS 이사 후임으로 서기석 전 재판관을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임정환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후임으로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를 두고 5인 체제의 합의제 기구로 운영돼야 하는 방통위가 공모 절차 없이 여권 위원 2명의 의결로 공영방송에 여권 이사를 앉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방통위가 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해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에 추천 및 임명된 보궐 이사들이 해당 이사회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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